"1등 안 해도 돼!" 우리 가족의 '쉬엄쉬엄 한강 3종' 완주기

시민기자 류한민

발행일 2026.06.09. 14:17

수정일 2026.06.09. 18:16

조회 527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접수처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접수처 ©류한민
지난 주말, 뚝섬과 잠실한강공원 일대는 거대한 스포츠 축제의 장으로 변신했다. 6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열린 '제3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가 그 무대이다. 철인 3종 경기라고 하면 프로 선수들이나 강철 체력을 가진 이들의 전유물처럼 느껴지지만, 서울시가 마련한 이 축제는 이름 그대로 누구나 '쉬엄쉬엄' 자신의 속도대로 즐기는 생활체육 축제다. ☞ [관련 기사] 시원시원~ 한강에서 '쉬엄쉬엄 3종 축제' 즐기세요!

평소 주말이면 각자 스마트폰을 보거나 학업과 업무 피로로 누워 있기 바빴던 우리집도 이번만큼은 큰 결심을 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우리 3인 가족은 일요일 오후 1시 시간대 '초급자 1코스'에 참여해 한강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왔다. 뜨거웠던 햇살만큼이나 강렬했던 우리 가족의 완주 기록을 시민기자의 시선으로 담아본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접수 현장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접수 현장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에서 휴식을 취하는 참가자들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에서 휴식을 취하는 참가자들 ©류한민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출발한 초급자 코스

우리 가족은 오후 1시 '초급자 1코스'에 참여했다. 하루 중 햇살이 가장 뜨겁게 내리쬐는 시간대인 데다, 초등학생 아이의 체력이 버텨줄지 출발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축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득 찬 시민들의 활기와 시원하게 펼쳐진 한강의 풍경 덕분에 걱정은 이내 설렘으로 바뀌었다. 다행히 날씨도 약간 흐려서 야외 운동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우리 가족은 아이의 눈높이와 체력에 맞춰 초급자 코스에 도전했다. 수영, 자전거, 달리기로 이어지는 세 가지 종목을 완주하는 것이 목표였다. 기록을 측정하고 순위를 매기는 숨 막히는 경쟁이 아니다 보니, 시작부터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1등 안 해도 돼, 우리 끝까지 같이 가는 거야!"라며 서로의 손을 맞잡고 본격적인 레이스를 시작했다. 특히 원하는 종목을 선택해서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우리는 먼저 자전거 코스부터 선택했고, 자전거-달리기-수영 순서로 마무리했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자전거를 대여하러 가는 길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자전거를 대여하러 가는 길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자전거 출발점에 모인 참가자들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자전거 출발점에 모인 참가자들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러닝 코스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러닝 코스 ©류한민

자전거에서 달리기로, 하나씩 채워지는 팔찌의 인증 마크

우리 가족의 첫 종목은 자전거였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대여해 시원한 한강 바람을 가르며 페달을 밟자 한낮의 더위도 잠시 잊혀지는 듯했다. 평소라면 조금만 움직여도 다리가 아프다며 투정을 부렸을 아이는 웬일인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오히려 뒤처지는 엄마·아빠를 돌아보며 "빨리 와! 내가 앞장설 테니까 잘 따라와!" 하고 외치며 든든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자전거 코스를 무사히 마치고 따릉이도 반납하자, 담당자가 손목에 찬 팔찌에 첫 번째 완료 표시를 해주었다. 하나를 마치고 나니 무척 뿌듯했다.

이어지는 코스는 달리기였다. 오후의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지만, 서로의 호흡을 맞추며 한 걸음씩 나아갔다. 지나가는 다른 참여자들과도 눈인사를 나누고,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삼아 "우리 속도로 천천히, 즐기면서 가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기록 단축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대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대화를 나누며 달리는 이 시간 자체가 가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추억의 시간이었다. 두 번째 종목인 달리기까지 마치고 팔찌에 또 하나의 완료 표시가 더해지자, 아이의 성취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수영 코스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수영 코스 ©류한민

마지막 관문 수영, 마침내 완성된 '원형 메달'의 감동

마지막 관문은 대망의 수영 코스였다. 이미 자전거와 달리기로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기에, 시원한 물속으로 뛰어드는 순간의 쾌감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은 대견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수영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우리 가족은 드디어 메달 수령처로 향했다. 이번 축제의 묘미는 각 종목을 완주할 때마다 모은 인증을 바탕으로, 맨 마지막에 세 개의 메달을 하나로 합쳐 완벽한 '원형 완주 메달'을 완성하는 시스템에 있었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에 참여하고 우리 가족이 받은 완주 메달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에 참여하고 우리 가족이 받은 완주 메달 ©류한민
최종 완주선에서 메달을 받아 든 아이는 세 조각을 척척 맞춰 원형 메달을 완성하더니 가슴에 걸고 환하게 웃었다. "내가 우리 가족 중에서 가장 먼저 합체 성공했어!"라며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남을 이기고 얻은 결과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세 가지 종목을 끝까지 노력해서 얻어낸 값진 성취감이었다. 뼛속까지 차오르는 뿌듯함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아이를 보며, 주말 나들이로 이곳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완주 메달 수령 후 귀가하거나 휴식하는 참가자들 ©류한민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완주 메달 수령 후 귀가하거나 휴식하는 참가자들 ©류한민

아쉬움은 내년의 기대감으로! 스포츠와 '쉼'이 하나 된 하루

원래는 완주 후 뚝섬한강공원에 풍성하게 마련된 다양한 이벤트 부스들을 돌아볼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 가지 종목을 온 힘을 다해 완주하고 나니, 어느새 온 가족의 체력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아쉽게도 축제장의 수많은 즐길 거리와 체험 부스들은 아예 발길도 들이지 못한 채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집으로 향해야 했다.

하지만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한강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가족이 같은 목표를 향해 발을 맞추고, 서로의 호흡을 느끼며 소통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통로였다. 우리 세 식구가 한강에 새긴 발걸음과 환한 웃음은 오래도록 가족의 소중한 추억 앨범 속에 저장될 것이다. 내년 여름, 우리 삼총사는 더 튼튼해진 체력으로 다시 한강을 접수하러 갈 예정이다.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시민기자 류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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