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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먼저 공개된 1층은 '열린 라이브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강사랑 -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와 머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강사랑
옛 치안센터가 책·전시·카페가 있는 거점으로 변신! '서교 펀 활력소'
발행일 2026.02.26. 11:27

옛 치안센터 건물이 '서교 펀 활력소’로 재단장했다. ©강사랑
홍대와 합정 사이, 유동 인구가 끊이지 않는 마포구 서교동 거리에는 한때 치안을 책임지던 작은 치안센터 건물이 있었다. 몇 년간 불이 꺼진 채 방치돼 있던 이 공간이 지난 2월 20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이름은 ‘서교 펀 활력소’. 이곳은 작은 도서관과 커뮤니티 라운지, 로컬 팝업이 결합된 복합형 동네 거점으로 더욱 눈길을 끈다.
현재 시민들에게 먼저 공개된 1층은 '서교 펀 활력소'의 성격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점의 진열대에 가까운 오픈된 책장이 공간 곳곳에 배치돼, 방문자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책을 집어 들도록 유도한다.
운영진 측은 이곳을 굳이 도서관이라 부르는 대신 ‘라이브러리’라는 표현을 쓴다. 좌석 배치 역시 열람실보다는 ‘라운지’에 가깝다. 책상과 의자가 일렬로 놓인 구조가 아니라, 여럿이 둘러앉거나 혼자 앉아도 부담 없는 형태로 흩어져 있다. 누군가는 잠시 앉아 책장을 넘기고, 누군가는 전시물을 바라보다가, 또 다른 누군가는 대화를 나누는 식의 사용을 전제로 한 배치다.
운영진 측은 이곳을 굳이 도서관이라 부르는 대신 ‘라이브러리’라는 표현을 쓴다. 좌석 배치 역시 열람실보다는 ‘라운지’에 가깝다. 책상과 의자가 일렬로 놓인 구조가 아니라, 여럿이 둘러앉거나 혼자 앉아도 부담 없는 형태로 흩어져 있다. 누군가는 잠시 앉아 책장을 넘기고, 누군가는 전시물을 바라보다가, 또 다른 누군가는 대화를 나누는 식의 사용을 전제로 한 배치다.
이 실험적인 공간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저이용 도시공간 혁신사업’ 1호 사례로 의미가 깊다. 쓰임을 잃은 공공시설을 시민을 위한 생활 밀착형 문화 거점으로 바꾸겠다는 실험의 첫 결과물이다. 서울시로부터 건물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민간이 자부담으로 조성하고 운영하는 구조가 눈에 띈다. '서교 펀 활력소'를 이끄는 함의영 대표(PEACH MARKET)는 “단순히 빈 공간을 채우는 게 아니라, 이 공간이 어떤 사회적 가치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했다”고 말했다.
'서교 펀 활력소'가 주목한 핵심 키워드는 ‘다양성’과 ‘환대’다. 이곳의 1차 주요 이용자는 외국인이다. 건물이 자리한 홍대 일대 특성상 관광객과 장기 체류자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 실제로 한쪽 책장에는 ‘서울’을 주제로 한 책들이 선보여 눈길을 끈다. 서울의 명소, 역사, 도시 문화 등을 다룬 책들이다. 이 책들 가운데 일부는 서울시 관련 부서에서 기증받았고, 상당수는 운영진이 직접 구입했다.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서점의 진열대에 가까운 오픈된 책장이 공간 곳곳에 배치돼, 방문자가 자연스럽게 걸음을 멈추고 책을 집어 들도록 유도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들이 다시 ‘쉬운 글’로 바뀐다는 것이다. 어려운 문장을 입력하면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문해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자동 변환해 주는 AI 시스템을 활용한다. 외국인이나 어르신, 느린 학습자도 한글을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들이 다시 ‘쉬운 글’로 바뀐다는 것이다. 어려운 문장을 입력하면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의 문해력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자동 변환해 주는 AI 시스템을 활용한다. 외국인이나 어르신, 느린 학습자도 한글을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함의영 대표는 원래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 콘텐츠를 만들어 온 활동가다. 발달장애인, 경계선 지능인, 어르신, 다문화 가정 등 글 읽기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문장을 쉽게 바꾸고, 그걸 매개로 독서 활동을 해 왔다.
그는 “기존 도서관은 대출과 반납, 조용한 열람 중심이다 보니, 느린 학습자나 어르신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다”며 “그래서 이곳에서는 일부러 기존 도서관의 규칙을 최대한 덜어냈다”고 말했다. 책은 이곳에서 읽어도 되고, 가져갔다가 다시 꽂아두어도 된다. 분실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율’을 택한 이유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며 대화를 시작하는 경험의 가치를 높이 사기 때문이다.
그는 “기존 도서관은 대출과 반납, 조용한 열람 중심이다 보니, 느린 학습자나 어르신에게는 문턱이 너무 높다”며 “그래서 이곳에서는 일부러 기존 도서관의 규칙을 최대한 덜어냈다”고 말했다. 책은 이곳에서 읽어도 되고, 가져갔다가 다시 꽂아두어도 된다. 분실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율’을 택한 이유는, 책을 매개로 사람들이 만나며 대화를 시작하는 경험의 가치를 높이 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철학은 도서 기부 캠페인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이곳에 놓인 책들 가운데 일부는 기부를 통해 모였는데, 방식부터 다르다. 단순히 책을 기증받는 데 그치지 않고, 기증자에게 해당 책에서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삶에 남은 구절을 함께 적어 달라고 요청했다.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기 어려운 사람도, 그 한 문장만으로 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함 대표는 “누군가에겐 한 문장이 인생을 바꾼다”며 “그 가치를 서로 나누는 게 이 공간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곳에 놓인 책들 가운데 일부는 기부 받은 것이다. 기증자에게 직접 문장을 요청한 방식이 독특하다. ©강사랑
공간 곳곳에는 ‘생각의 다름’을 주제로 한 장치들도 눈에 띈다. AI 전시·체험 구역이 대표적이다. 방문자가 자신의 고민을 이메일로 보내면, 서로 다른 성향의 캐릭터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답을 해준다. 공감형, 논리형, 미래지향형 답변을 나란히 읽다 보면, 같은 상황도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이 답변들은 다시 오프라인 게시판으로 이어져, 사람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재료가 된다. 결국 이 전시는 기술 체험이 목적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연습을 공간 안에서 반복하도록 설계된 장치다.
건물 밖으로 나가면, 또 하나의 전시가 이어진다. 야외 공간에는 공사 과정에서 남은 벽돌을 재활용해 만든 설치 미술 작업, ‘사유의 정원’이 조성돼 있다. 버려질 뻔한 자재를 다시 쌓아 올린 이 작은 정원은, 서교 펀 활력소가 말하는 ‘생각의 다름’을 공간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운영진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크게 관계 중심형, 논리 중심형, 행동 중심형으로 나누고, 왜 사람마다 판단과 선택이 달라지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내에서 ‘생각의 다름’을 텍스트와 AI로 경험했다면, 야외의 ‘사유의 정원’은 그것을 몸으로 거닐며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인 셈이다.
운영진은 인간의 사고방식을 크게 관계 중심형, 논리 중심형, 행동 중심형으로 나누고, 왜 사람마다 판단과 선택이 달라지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실내에서 ‘생각의 다름’을 텍스트와 AI로 경험했다면, 야외의 ‘사유의 정원’은 그것을 몸으로 거닐며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인 셈이다.
'서교 펀 활력소'가 그리고 있는 또 하나의 청사진은 문턱이 낮은 교육 커뮤니티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교과서식 수업이 아니다. 은퇴한 어르신이 바둑을 가르칠 수도 있고, 오랫동안 김장을 해 온 할머니가 김장하는 법을 나눌 수도 있다. 아이가 더 잘 아는 것을 어른에게 가르치는 일도 가능하다.
실제로 함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명품 향수 개발자가 재능기부로 조향 수업을 열고, 그 경험을 한 어르신이 다시 도넛 만들기 수업을 열어 젊은 사람들과 나눴던 사례를 소개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또한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는 일상이 펼쳐지는 곳, '서교 펀 활력소'가 바라는 또 하나의 미래다.
실제로 함 대표는 다른 지역에서 명품 향수 개발자가 재능기부로 조향 수업을 열고, 그 경험을 한 어르신이 다시 도넛 만들기 수업을 열어 젊은 사람들과 나눴던 사례를 소개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배우고, 또한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는 일상이 펼쳐지는 곳, '서교 펀 활력소'가 바라는 또 하나의 미래다.

'서교 펀 활력소'를 이끄는 함의영 대표(PEACH MARKET) ©강사랑
현재 '서교 펀 활력소'는 1층을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 2층과 3층을 차례로 조성해 선보일 예정이다. 2층은 소파 중심의 담소 공간과 학습 공간, 운영진 사무 공간 등으로 조성되고, 3층은 공유 주방으로 리모델링해 요리와 모임이 결합된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미는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특히 3층 공유주방에서는 쉬운 글로 만든 레시피를 활용해 외국인, 어르신, 발달장애인도 한식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이 될 예정이다.

현재 학습, 모임 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는 2층의 모습(일부) ©강사랑
운영 방식에서도 도전적인 실험은 계속된다. '서교 펀 활력소'의 1층은 24시간 불을 끄지 않는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운영 시간이 아닐 때는 무인으로 개방해,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와 머물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한때 치안을 위해 불을 밝히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안전과 활기를 만드는 장소로 바뀌는 셈이다.

24시간 불을 꺼지지 않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서교 펀 활력소' ©강사랑
직접 설펴본 '서교 펀 활력소'는, 프로그램이나 시설을 앞세우기보다 사람이 먼저 들어와 쓰임을 만들어 가도록 열어둔 공간에 가까웠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이곳이 외국인, 어르신, 느린 학습자와 같은 상대적 취약 계층에게 열려 있는 마음으로 설계되고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이들이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오른다.
'서교 펀 활력소'는 도시의 비어 있는 틈새에 책과 전시, 사람과 관계, 그리고 이야기를 채워 넣는 실험을 막 시작했다. 이 실험이 어디까지 확장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공간에 다시 불이 켜졌다는 사실만으로도 거리의 풍경은 조금 달라졌다.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에게는 잠시 쉬어 가며 낯선 생각과 마주칠 수 있는 선택지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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