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화자~ 흥겨운 전통놀이가 10월 내내(ft.활쏘기, 호상놀이)

시민기자 엄윤주

발행일 2025.10.16. 14:03

수정일 2025.10.16. 16:23

조회 1,081

활쏘기의 진수 ‘장안편사놀이’를 시작으로 서울 곳곳에서 무형유산 공개 행사 열려
10월 한달간 활쏘기 대회부터 살풀이 춤까지 서울시 무형유산 공개 행사가 열린다. ©엄윤주
10월 한달간 활쏘기 대회부터 살풀이 춤까지 서울시 무형유산 공개 행사가 열린다. ©엄윤주
10월 한 달 동안 서울 도심에서 ‘서울시 무형유산’이 공개되는 행사가 릴레이처럼 열린다. 이번 ‘무형유산 공개 행사’는 서울이라는 공간 속에서 켜켜이 쌓인 전통 문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자리로 마련된다. 활쏘기 대회부터 청계천 수표교 다리밟기까지 총 6번의 다양한 무형유산이 공개된다. 행사는 남산 석호정, 남산골한옥마을, 강동구 암사동유적지, 대학로 등 곳곳에서 열린다.

지화자~ 조선시대 활쏘기 대회 '장안편사놀이' 흥겨워요

10월 3일, 남산 자락에 위치한 석호정에서 첫 번째 ‘서울시 무형유산’ <장안편사놀이>가 열렸다. <장안편사놀이>는 조선시대 한양도성 안과 밖의 활터 구성원들이 편을 나눠 활쏘기 실력을 겨뤘던 전통 단체 경기를 말한다.

긴 10월 연휴가 시작하는 첫 날이기도 해서 모처럼 가족들과 남산나들이에 나섰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우리 전통 활쏘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였다. 단순한 활쏘기 대회가 아닌 국궁인과 관중이 함께 하는 축제 같은 자리였다. 문화유산 이름을 ‘놀이’라 칭하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개천절 열린 서울시 무형유산 공개 행사 <장안편사놀이 대중회> ©엄윤주
개천절 열린 서울시 무형유산 공개 행사 <장안편사놀이 대중회> ©엄윤주
장안편사놀이는 조선시대 편을 나눠 활쏘기를 겨뤘던 전통 단체 경기다. ©엄윤주
장안편사놀이는 조선시대 편을 나눠 활쏘기를 겨뤘던 전통 단체 경기다. ©엄윤주
<장안편사놀이>는 풍물패의 신나는 풍악소리로 시작되었다.
“황군편장님, 효시부터 관중~ 지화자, 지화자, 지화자 좋다. 얼쑤” 궁사들이 활을 쏴서 과녁을 맞추면, 중계방송처럼 흥을 돋우는 '획창', ‘획청’으로 이어진다. 흥겨움에 보고 있는 사람도 어깨춤이 절로 들썩일 정도다.

<장안편사놀이>의 ‘장안’은 수도인 한성(서울)을 의미한다. ‘편사’는 편을 나누어 활쏘기를 한다는 뜻이다. 활쏘기는 석호정 국궁장에서 맞은편 145m 거리의 과녁을 맞춘다.

화살이 활시위를 떠나 포물선을 그리듯 날아갈 때마다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과녁을 맞추면 “명중”이라고 하지 않고, 전통 용어로 “관중”이라고 한다. 대회는 청군, 백군, 황군 세 팀으로 나눠 진행되었다. 각 팀 색상별 궁사들의 빼어난 전통 복장 모습도 실감을 더했다. <장안편사놀이>의 역사는 임진왜란이 끝난 후인 선조 임금 때로 올라간다. 전쟁 후 호국무예로 활쏘기가 권장되어 서울 지 근처에 사정이 48개나 있었다고 한다.
<장안편사놀이>는 단순한 활쏘기 대회가 아닌 국궁인과 관중이 함께 하는 축제 같은 자리다. ©엄윤주
<장안편사놀이>는 단순한 활쏘기 대회가 아닌 국궁인과 관중이 함께 하는 축제 같은 자리다. ©엄윤주
전통 활쏘기에서 명중을 뜻하는 '관중' 때, 흥을 돋우는 국궁인들 ©엄윤주
전통 활쏘기에서 명중을 뜻하는 '관중' 때, 흥을 돋우는 국궁인들 ©엄윤주
관중시 "지화자 지화자"를 외치며, 국궁인과 관객들이 함께 춤을 추며 놀이를 즐기는 모습 ©엄윤주
관중시 "지화자 지화자"를 외치며, 국궁인과 관객들이 함께 춤을 추며 놀이를 즐기는 모습 ©엄윤주
“2000년 4월 장안편사놀이가 서울시 문화유산 7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매년 공개행사로 서울의 전통 활쏘기 문화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선조들의 기개와 정신을 이어가는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무형유산입니다. 편사놀이는 음악과 스포츠가 함께하는 문화융합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장안편사놀이 보존회 공윤식 회장은 "서울시 무형유산인 <장안편사놀이>는 우리 문화관광 자원으로서 매우 가치가 큰 전통입니다. 앞으로 K-장안편사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입니다."라고 강조했다.
10월 곳곳에서 살풀이춤, 수표교다리밟기 등 서울시 무형유산 공개 행사가 이어진다. ©엄윤주
10월 곳곳에서 살풀이춤, 수표교다리밟기 등 서울시 무형유산 공개 행사가 이어진다. ©엄윤주
조선시대 편사놀이를 통해 궁사들의 활쏘기 실력은 더욱 향상되었다. <장안편사놀이>를 지켜보면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우리나라 양궁 실력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것 같았다. 궁사 중에는 여성도 많았는데, 직접 활시위를 당기는 체험을 해보니 어마어마한 집중과 힘이 필요했다.

“저는 지난해 말 국궁에 입문한 새내기 궁사입니다. 한 발 한 발 활을 쏠 때마다 극도의 정신 집중을 하게 되는데요. 활쏘기는 자기 수련에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활쏘기는 단순한 무예나 스포츠를 넘어 예와 함께 하는 심신 단련의 과정입니다.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전통 국궁의 과녁거리는 145m로 무과시험 관문인 활쏘기 거리와 같다. ©엄윤주
전통 국궁의 과녁거리는 145m로 무과시험 관문인 활쏘기 거리와 같다. ©엄윤주
남산 석호정은 우리나라 국궁의 대표적인 활터로 구한말 민간사정의 시초다. ©엄윤주
남산 석호정은 우리나라 국궁의 대표적인 활터로 구한말 민간사정의 시초다. ©엄윤주
석호정 과녘 위로는 남산서울타워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그동안 남산공원을 즐겨 찾았는데, 비밀의 숲처럼 자리한 남산 활터의 존재는 이날 처음 알게 되었다. 활터 석호정은 조선 인조 임금 때 창정된 국궁도장으로 난중일기에 이곳에서 이순신장군도 270여 차례 활쏘기를 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유서 깊은 곳이다. 석호정 옆으로 남산 산책길도 이어진다.
  • 한국의 전통 활 ©엄윤주
    한국의 전통 활 ©엄윤주
  • 국궁 화살 소재는 카본, 대나무 등이다. ©엄윤주
    국궁 화살 소재는 카본, 대나무 등이다. ©엄윤주
  • 한국의 전통 활 ©엄윤주
  • 국궁 화살 소재는 카본, 대나무 등이다. ©엄윤주
새내기 김보경 국궁인은 활쏘기는 자기 수련과 심신 단련에 최고라고 말했다. ©엄윤주
새내기 김보경 국궁인은 활쏘기는 자기 수련과 심신 단련에 최고라고 말했다. ©엄윤주

시조, 살풀이 등으로 이어지는 다채로운 서울시 무형유산 공개행사

서울시 무형유산 공개 행사로 12일에는 남산국악당에서 <시조(석암제)> 이수자 공연이, 14일에는 국립국악원 예약당에서 <살풀이춤> 공연이 열렸다. <시조>는 조선시대 대중가요를 말한다. 18일에는 장례를 놀이로 즐겨온 암사동유적지 <바위절마을 호상놀이> 등이 10월 내내 이어진다. <바위절마을 호상놀이>는 강동선사문화축제(10.17.~19.)와 함께 열려 보다 더 다채로운 볼거리를 접할 수 있을 듯하다. 20일에는 대학로 더굿씨어터 극장에서는 서울맹인독경 공개 행사가 열린다. 맹인독경은 맹인들이 경문을 읽으며 복을 빌거나 질병 치료를 빌었던 전통 신앙 의례이다.

무형유산은 한 민족의 정체성과 전통,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을 지키는 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전통을 모르면 창조도 없다’는 명언처럼, 선조들의 지혜와 전통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참고해 보자.
<장안편사놀이대중회> 활쏘기 대회 기록지 ©엄윤주
<장안편사놀이대중회> 활쏘기 대회 기록지 ©엄윤주

시민기자 엄윤주

서울 토박이 숲해설가 입니다. 숲을 즐겨 찾는 저를 따라 서울의 초록 숲 산책 어떠세요~~

#서울무형유산 #장안편사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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