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 한잔 할까요?" 마포 지역 동네 사랑방 두 곳을 소개합니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10.14. 16:49

수정일 2024.10.14. 17:17

조회 1,267

망원2동경로당 건물 2층에 주민들이 이용하는 초록북카페가 있다. ©윤혜숙
망원2동경로당 건물 2층에 주민들이 이용하는 초록북카페가 있다. ©윤혜숙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뜻으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렇듯 농사를 중요시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농사를 짓기 위해 이웃과 품앗이를 했다. 품앗이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을 뜻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웃과 허물 없이 친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이 늘어나면서 이웃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그렇기에 마포구에서 들른 커뮤니티 공간이 달리 보였다.

마포구에는 과거의 사랑방이나 시골의 마을회관과도 같은 두 곳의 공간이 있다. 마포구청 인근에 있는 초록북카페, 쌈지주민공유공간이다.
  • 초록북카페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있어 주민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윤혜숙
    초록북카페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있어 주민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윤혜숙
  • 안으로 들어서니 사방에 책장이 있어 이곳이 북카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윤혜숙
    안으로 들어서니 사방에 책장이 있어 이곳이 북카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윤혜숙
  • 초록북카페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있어 주민들이 앉아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윤혜숙
  • 안으로 들어서니 사방에 책장이 있어 이곳이 북카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윤혜숙

경로당 2층이 주민을 위한 북카페로 변신! 초록북카페

초록북카페는 망원초등학교에서 길 하나 사이에 두고 망원2동경로당 건물의 2층에 있다. 원래 2층까지 전 층을 경로당으로 사용했는데 지금은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바깥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니 테라스에도 테이블이 있다. 청명한 가을에 테라스에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었다. 사방에 책장도 있고 출입문 맞은편 주방에 커피 추출기도 있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일까? 그곳에 상주하는 매니저가 있었다. 운영시간 내에 주민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실 수 있단다. 그러고 보니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책이나 신문을 펼쳐서 읽고 있다. 그래서 내부가 조용했다. 두런두런 대화하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말소리가 작았다. 책을 읽는 공간인 만큼 큰소리로 떠들면 곤란하다.
초록북카페 창문으로 바라본 두리어린이공원 ©윤혜숙
초록북카페 창문으로 바라본 두리어린이공원 ©윤혜숙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집어서 읽다가 고개를 들어 창문 너머를 쳐다봤다. 공원의 파릇한 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 사이로 놀이터도 보인다. 초록북카페 앞마당이 두리어린이공원이었다. 길을 사이에 두고 망원초등학교, 동심영재어린이집이 있으니, 이곳에 어린이공원이 있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아이들이 이곳에 들러서 책을 읽다가 바깥 어린이공원에서 뛰놀기도 한다니, 이곳은 도서관과 놀이터가 결합한 곳이다.
  • 초록북카페 주방 앞 모금함에 돈을 넣고 커피를 추출해서 마실 수 있다. ©윤혜숙
    초록북카페 주방 앞 모금함에 돈을 넣고 커피를 추출해서 마실 수 있다. ©윤혜숙
  • 어르신이나 시력이 나쁜 주민을 위한 돋보기 안경도 비치해 두었다. ©윤혜숙
    어르신이나 시력이 나쁜 주민을 위한 돋보기 안경도 비치해 두었다. ©윤혜숙
  • 초록북카페의 세미나룸에서 어르신이 신문을 읽고 있다. ©윤혜숙
    초록북카페의 세미나룸에서 어르신이 신문을 읽고 있다. ©윤혜숙
  • 초록북카페 주방 앞 모금함에 돈을 넣고 커피를 추출해서 마실 수 있다. ©윤혜숙
  • 어르신이나 시력이 나쁜 주민을 위한 돋보기 안경도 비치해 두었다. ©윤혜숙
  • 초록북카페의 세미나룸에서 어르신이 신문을 읽고 있다. ©윤혜숙
커피를 마시고 싶다면 모금함에 자발적으로 돈을 넣으면 된다. 주문한 커피를 마시면서 그림책을 꺼내어 펼쳤다. 지금은 오전 시간이어서 방문객이 많지 않다. 오후 시간엔 방문객이 늘어난다고 하니 오전에 이곳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들이 오가면서 이곳에 들러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이런 곳이 있다면 굳이 혼자 카페에 가질 않아도 된다.

그런데 여기보다 더 널찍한 공간이 있단다. 쌈지주민공유공간이다. 쌈지경로당 건물에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쌈지경로당이 입주한 건물에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쌈지주민공유공간이 있다. ©윤혜숙
쌈지경로당이 입주한 건물에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쌈지주민공유공간이 있다. ©윤혜숙

주민들의 정겨운 사랑방, 쌈지주민공유공간

망원유수지 체육공원 건너편에 쌈지주민공유공간이 있었다. 쌈지경로당 건물에 있는데, 어르신이 점심 식사하는 공간이 오후가 되면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신한다.

방문했던 날은 간간이 비가 퍼붓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우산을 받쳐 든 주민들이 이곳에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었다. 그만큼 이 공간은 주민들에게 편안한 휴식처와도 같은 곳이었다. 쌈지주민공유공간이 통유리 창으로 되어 있어 지나가던 주민들이 내부를 들여다보고 잠시 이곳에 들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에서 우연히 마주친 주민들이 서로를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는 풍경이 다소 낯설었지만 한편으론 정겹게 느껴졌다. '삭막한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니! 아, 이런 게 바로 사람 사는 모습인 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 쌈지주민공유공간은 통유리 창으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윤혜숙
    쌈지주민공유공간은 통유리 창으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윤혜숙
  • 크고 작은 테이블이 있어 주민들이 음료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기 좋다. ©윤혜숙
    크고 작은 테이블이 있어 주민들이 음료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기 좋다. ©윤혜숙
  • 쌈지주민공유공간은 통유리 창으로 되어 있어 바깥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윤혜숙
  • 크고 작은 테이블이 있어 주민들이 음료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기 좋다. ©윤혜숙
주방과 테이블이 있는 널찍한 공간이 통유리 창으로 되어 있어 그곳을 지나가는 누구든 쉽게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 사람이 많지 않다면 이곳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했다 간다. 안쪽 출입문을 열면 맞은편에 경로당이 있다. 경로당에 가지 않는 어르신, 경로당에 와서 이곳에 들르는 어르신, 지역 주민들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주민 휴식 공간 외에도 스터디 모임 및 회의, 강의 및 강연, 주민 반상회 등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만큼 널찍하다.
  • 쌈지주민공유공간을 방문한 어르신 두 분이 커피를 추출해서 마시고 있다. ©윤혜숙
    쌈지주민공유공간을 방문한 어르신 두 분이 커피를 추출해서 마시고 있다. ©윤혜숙
  • 오후가 되면 주민들이 쌈지주민공유공간에 모여 편안하게 담소를 나눈다. ©윤혜숙
    오후가 되면 주민들이 쌈지주민공유공간에 모여 편안하게 담소를 나눈다. ©윤혜숙
  • 쌈지주민공유공간을 방문한 어르신 두 분이 커피를 추출해서 마시고 있다. ©윤혜숙
  • 오후가 되면 주민들이 쌈지주민공유공간에 모여 편안하게 담소를 나눈다. ©윤혜숙
주방에서는 커피가 무료로 제공된다. 비가 퍼붓는 날인데도 오후가 되자 이곳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혼자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고 가는 주민도 있지만, 대부분 삼삼오오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초등학생 두 명이 와서 테이블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책을 꺼내어 숙제하고 있다. 구립망원청소년문화센터가 경로당과 나란히 있어서 청소년이 오가다 들르기도 했다.

쌈지주민공유공간을 수시로 드나드는 어르신은 이 공간의 존재를 고마워하고 있었다. “동네 커피점에 가면 젊은이들이 많아서 나 같은 늙은이가 오래 앉아 있을 수 없어요. 이곳은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드나들 수 있고, 오래 앉아서 커피도 마실 수 있으니 좋죠.”
쌈지주민공유공간 테이블에 '주민 누구나 이용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있다. ©윤혜숙
쌈지주민공유공간 테이블에 '주민 누구나 이용 가능합니다'라는 안내문이 있다. ©윤혜숙
쌈지주민공유공간은 그 이름처럼 주민들 누구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곳을 처음 방문한다고 해도 걱정할 건 없다. 매니저가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면서 반갑게 맞이해 준다. 매니저가 친절하게 공간을 안내해 주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줬다. 점차 사람들이 늘어나니깐 사람들이 나누는 말소리가 커졌다. 그렇다고 시끄럽다면서 불평하는 주민은 없었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싶다면 이곳이 아닌 초록북카페를 이용하면 된다. 비가 그칠 때까지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초록북카페, 쌈지주민공유공간에 상주하는 매니저는 서울시 동행 일자리로 근무하고 있다. ©윤혜숙
초록북카페, 쌈지주민공유공간에 상주하는 매니저는 서울시 동행 일자리로 근무하고 있다. ©윤혜숙
마포구청 인근에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두 곳을 방문해 봤다. 초록북카페, 쌈지주민공유공간은 대한노인회와 JTI코리아가 조성한 공간이다. 지역 주민 남녀노소 누구나 함께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는 마을 커뮤니티 공간이다.

두 공간에 상주하는 매니저는 주민들이 불편 없이 커뮤니티 공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었다. 매니저는 서울 동행 일자리 사업으로 이곳에 근무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 동행 일자리는 기존의 생계 지원을 위한 공공 일자리를 넘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시정 철학에 맞춰 사업 참여자가 다른 사회적 약자를 돕는 '자조·자립' 기반의 일자리 사업이다. 그러고 보면 마포의 커뮤니티 공간이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격’인 셈이다.

경로당의 유휴 공간을 내버려두지 않은 채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그러면서 매니저의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었다. "우리 동네에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고, 그 공간으로 인해 제 일자리도 생겼어요"라며 "이런 공간이 서울 시내 곳곳에 늘어난다면 좋겠어요"라는 매니저의 말에 수긍했다.

경로당 일부가 지역 주민이 드나들 수 있는 공유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오가는 길에 지역 주민 누구든 쉬어갈 수 있다. 동네 사랑방과 같은 공간이 생긴 것이다. 문득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공유공간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초록북카페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31길 69, 망원2동 경로당 2층
○ 교통 :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5번 출구에서 440m
○ 영업시간 : 월~금요일 10:00~17:00(13:00~14:00 휴게시간)
○ 휴무 : 주말 및 공휴일
○ 대여 문의 : 02-715-0308(세미나룸 대여시간에는 대여자 외엔 공간 이용 불가)  

쌈지주민공유공간

○ 위치 : 서울시 마포구 방울내로 24-12, 쌈지 경로당 내 
○ 교통 : 지하철 6호선 마포구청역 5번 출구에서 951m
○ 영업시간 : 13:30~17:00
○ 대여 문의 : 02-715-0308(공간 대여시간에는 대여자 이외엔 공간 이용 불가)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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