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책, 내겐 정말 커다란 기쁨이야! 송파책박물관
권다현 작가
발행일 2024.09.02. 16:53
여행작가 권다현의 ‘아이랑 서울여행’ (12) 송파책박물관
가을이니까, 송파책박물관
새벽에 일어나 앞뒤 베란다 문을 활짝 열고 산뜻한 공기를 첫 숨으로 들이키는 게 하루를 시작하는 나만의 루틴이다. 그리곤 여명에 물든 빌딩숲을 한참 바라본다. 차가운 회색빛이었다가 깊은 푸른색이었다가 맑은 물빛으로 바뀌더니 마침내 눈부신 주홍빛에 휩싸인 도시의 아침, 그 수선스러운 변화를 몰래 지켜보는 재미 때문이랄까.
한 달 넘게 이어진 기록적인 열대야에 이런 소소한 즐거움마저 잊고 살았다. 눈을 뜨면 에어컨 리모컨부터 찾았고 밤새 축축해진 기분을 돌이키려 애썼다. 그래도 가을은 분주히 달려 우리 곁에 온 모양이다. 며칠 새 바람의 온도가 바뀌었다. 오랜만에 베란다 문을 시원스레 열어젖히고 아이를 깨웠다. “얼른 일어나봐, 가을 아침이야!”
한 달 넘게 이어진 기록적인 열대야에 이런 소소한 즐거움마저 잊고 살았다. 눈을 뜨면 에어컨 리모컨부터 찾았고 밤새 축축해진 기분을 돌이키려 애썼다. 그래도 가을은 분주히 달려 우리 곁에 온 모양이다. 며칠 새 바람의 온도가 바뀌었다. 오랜만에 베란다 문을 시원스레 열어젖히고 아이를 깨웠다. “얼른 일어나봐, 가을 아침이야!”
우리나라 최초 공립 책박물관인 송파책박물관
책 읽기, 가을을 시작하는 즐거움
들뜬 에너지로 가득했던 여름을 떠나보내며 아이와 함께 송파책박물관을 찾았다. 가을을 시작하는 즐거움 중 하나인 책읽기를 아이도 자연스레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왕이면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책읽기가 빚어내는 다양한 문화도 체험하면 좋겠다. 우리나라 최초 공립 책박물관인 송파책박물관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꼭 닮은 공간이다.
2019년 첫 기획전시였던 <노래책, 시대를 노래하다>가 다시 보는 전시로 돌아왔다.
도서관에 들어서니 1층 로비를 가득 채운 건 기획전시 <노래책, 시대를 노래하다>였다. 지난 2019년 송파책박물관 첫 기획전시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는 전시’란 이름으로 관람객들과 재회했다.
근현대 노래책을 중심으로 한국대중음악 100년사를 돌아보는 기획으로, 노래책에는 가사뿐 아니라 당대 인기가요 순위, 가수 화보, 노래에 얽힌 다양한 애독자 사연들이 담겨 시대를 반영한다.
근현대 노래책을 중심으로 한국대중음악 100년사를 돌아보는 기획으로, 노래책에는 가사뿐 아니라 당대 인기가요 순위, 가수 화보, 노래에 얽힌 다양한 애독자 사연들이 담겨 시대를 반영한다.
광복 이전부터 한국대중음악 100년사를 돌아볼 수 있다. 직접 음악을 감상할 수 있어 흥미롭다. 카세트테이프 모양의 활동지.
덕분에 광복 이전인 1부 ‘창작 대중가요와 직업가수의 등장’부터 199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6부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 대중음악’까지 관람동선에 따라 자연스레 시대가 읽힌다. 곳곳에 직접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아이도 흥미롭게 살펴봤고, 1980년대를 다룬 5부 ‘트로트에서 헤비메탈까지’부터는 엄마아빠도 반가운 얼굴과 노래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전시장 입구에 카세트테이프 모양의 활동지도 비치돼 있는데, 한때 검열을 이유로 부를 수 없었던 금지곡을 찾아 적으며 아이와 함께 암울했던 시대를 떠올리기도 했다. “엄마, ‘아침이슬’도 금지곡이었어요? 얼마나 예쁜 노래인데, 너무해!”
상설전시장은 향유, 소통, 창조 세 구역으로 나뉜다. 첫 번째 전시장에서 세종, 이황 등 조선을 대표하는 독서광부터 전기수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책을 만들고 읽고 소통하다
2층으로 올라가니 상설전시가 이어진다. 송파책박물관 상설전시는 ▴‘향유-선현들이 전하는 책 읽는 즐거움’과 ▴‘소통-세대가 함께 책으로 소통하는 즐거움’ ▴‘창조, 또 하나의 세상, 책을 만드는 즐거움’ 세 구역으로 나뉜다. 책을 읽고 소통하고 만드는 것까지, 그야말로 책을 통해 얻는 모든 즐거움을 소개한 공간이라 하겠다.
첫 번째 전시장에선 조선시대 독서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세종과 이황 등 조선을 대표하는 독서광부터 선비의 소양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졌던 장서문화, 한글소설의 유행과 이를 읽어주는 직업이었던 전기수 등 다채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조선시대 책그림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배경이 되었던 책장들을 보며 “이거 너무 예쁘지 않니?” 물었더니 아이가 슬며시 다가와 속삭인다. “엄마, 내가 돈 많이 모아서 최고로 예쁜 책장 사줄게요!”
첫 번째 전시장에선 조선시대 독서문화를 엿볼 수 있다. 세종과 이황 등 조선을 대표하는 독서광부터 선비의 소양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졌던 장서문화, 한글소설의 유행과 이를 읽어주는 직업이었던 전기수 등 다채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조선시대 책그림을 무척 좋아하는데, 그 배경이 되었던 책장들을 보며 “이거 너무 예쁘지 않니?” 물었더니 아이가 슬며시 다가와 속삭인다. “엄마, 내가 돈 많이 모아서 최고로 예쁜 책장 사줄게요!”
100여 년의 독서문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두 번째 전시장.
두 번째 전시장에선 1910년부터 100여 년의 독서문화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식민지와 전쟁을 경험한 조부모 세대와 베이비부머, 산업화를 대표하는 부모 세대, 디지털과 영상세대로 불리는 3대 가족의 방을 재현해 서로 경험을 공감하고 이해하도록 돕는다.
실제처럼 꾸민 작가의 방, 출판기획작의 방, 북디자이너의 방을 만날 수 있는 세 번째 전시장.
세 번째 전시장에서는 실제처럼 꾸민 작가의 방, 출판기획자의 방, 북디자이너의 방을 만날 수 있다. 아이는 작가의 방에 관심이 많았다. “엄마는 여기에 아까 봤던 책장을 놓아야겠다, 그렇죠?” 전시장 한편에 ‘나에게 책이란?’ 질문에 답을 적어 넣으면 큰 화면으로 송출되는 코너가 있었는데, 엄마가 보지 못하게 몸을 잔뜩 웅크리고 비밀스레 적어낸 아이의 답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나에게 책이란? 엄마의 최고 친구다.”
전시장 한켠에는 질문에 답을 적으면 큰 화면에 답을 송출해주는 코너도 있다. 아이는 나에게 책이란? ‘엄마의 최고 친구’라고 적었다.
2층에 마련된 또 다른 기획전시 <인쇄, 시대의 기억을 품다>도 흥미롭다. 인쇄술 발명 이전의 책 만드는 방법부터 인쇄술의 발전과정, 인쇄를 통한 지식의 보급과 기술 발전을 통해 꽃피운 인쇄문화까지 인류 역사를 이끌었던 인쇄술의 영향을 알기 쉽게 정리해뒀다. 인쇄 원리를 직접 체험하거나 옛 한글소설 표지를 원하는 대로 색칠해보는 공간도 자리한다.
기획전시 ‘인쇄, 시대의 기억을 품다’에서 책 만드는 방법, 인쇄 원리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어디서든 책 읽는 즐거움
송파책박물관의 가장 큰 장점은 편하게 앉아서, 때론 반쯤 누워 뒹굴며 책읽기에 빠질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1층에 라운지 형태의 대형 도서관이 자리하고, 박물관 구석구석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나 소파, 휴식공간이 마음껏 머물기를 유혹한다.
박물관 구석구석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나 소파, 휴식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
5~7세 자녀와 함께라면 <헨젤과 그레텔>, <브레맨 음악대>, <잭과 콩나무> 등을 테마로 꾸민 체험전시공간 북키움도 추천한다. 하루 3회, 회당 70명 인원만 이용할 수 있어 사전예약이 필수다.
교육프로그램도 알차다. 현재 옛 선조들의 책 제본방식을 체험하는 ‘나만의 책 만들기’를 운영 중이며, 송파구민이라면 오는 9월 7일 ‘어린이 독서 골든벨’ 참여도 가능하다.
교육프로그램도 알차다. 현재 옛 선조들의 책 제본방식을 체험하는 ‘나만의 책 만들기’를 운영 중이며, 송파구민이라면 오는 9월 7일 ‘어린이 독서 골든벨’ 참여도 가능하다.
5~7세 자녀와 함께라면 동화 테마로 꾸민 체험전시공간 북키움도 추천한다. 사전예약이 필수다.
✔ 엄마 여행작가의 꿀팁!
- 송파책박물관 운영시간은 화~일요일 10:00~18:00, 입장료는 무료예요.
- 송파책박물관 누리집에서 북키움 예약 및 기획전시, 교육프로그램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 정기도슨트는 14:00 2층 상설전시실 입구에서 시작해요. 개별관람을 원할 경우 신분증을 맡기면 오디오가이드 대여도 가능해요.
- 현재 전시 중인 <노래책, 시대를 노래하다>는 12월 31일까지, <인쇄, 시대의 기억을 품다>는 10월 27일까지 관람 가능해요.
- 송파책박물관 내에는 카페와 수유실, 물품보관함 등이 잘 갖춰져 있어요.
- 서울다둥이행복카드(서울지갑앱) 소지자는 주차료 할인을 받을 수 있어요.
- 송파책박물관 운영시간은 화~일요일 10:00~18:00, 입장료는 무료예요.
- 송파책박물관 누리집에서 북키움 예약 및 기획전시, 교육프로그램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 정기도슨트는 14:00 2층 상설전시실 입구에서 시작해요. 개별관람을 원할 경우 신분증을 맡기면 오디오가이드 대여도 가능해요.
- 현재 전시 중인 <노래책, 시대를 노래하다>는 12월 31일까지, <인쇄, 시대의 기억을 품다>는 10월 27일까지 관람 가능해요.
- 송파책박물관 내에는 카페와 수유실, 물품보관함 등이 잘 갖춰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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