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들이 잠들어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일본인이?

시민기자 최현우

발행일 2024.04.12. 08:57

수정일 2024.04.12. 18:10

조회 8,977

중랑망우공간은 망우역사문화공원 초입에 위치하면서 공원의 거점 역할을 한다. Ⓒ최현우
중랑망우공간은 망우역사문화공원 초입에 위치하면서 공원의 거점 역할을 한다. Ⓒ최현우

4월, 거리에는 벚꽃 나무들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많은 곳에서 벚꽃 축제와 다양한 행사들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랑구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한국을 빛낸 80인’에 선정된 아사카와 다쿠미에 관한 영화 상영회를 진행한다고 하여 다녀왔다.
  • 망우역사문화공원 올라가는 길에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다. Ⓒ최현우
    망우역사문화공원 올라가는 길에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다. Ⓒ최현우
  • 올라가는 길에 꽃들과 함께 묘지들을 볼 수 있다. Ⓒ최현우
    올라가는 길에 꽃들과 함께 묘지들을 볼 수 있다. Ⓒ최현우
  • 개나리와 벚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모습 Ⓒ최현우
    개나리와 벚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모습 Ⓒ최현우
  •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보이는 도시 전경 Ⓒ최현우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보이는 도시 전경 Ⓒ최현우
  • 망우역사문화공원 올라가는 길에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다. Ⓒ최현우
  • 올라가는 길에 꽃들과 함께 묘지들을 볼 수 있다. Ⓒ최현우
  • 개나리와 벚꽃이 어우러져 피어 있는 모습 Ⓒ최현우
  •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보이는 도시 전경 Ⓒ최현우

망우역사문화공원 입구에는 노랗게 핀 개나리가 서울 시민들을 반겨 주고 있었다. 공원 오르막길에는 수많은 벚꽃나무가 양쪽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벚꽃들이 개화 준비를 마치고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다. 모든 벚꽃이 개화하면 정말 좋은 벚꽃 명소일 듯하다.

이렇게 아름다운 경관과 벚꽃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사실 역사가 깊은 장소이다.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일제 강점기인 1933년에 경성부가 조성한 망우리 공동묘지가 그 시초이다. 하지만 공동묘지라는 이름이 사람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1998년 망우리공원으로 개칭되었다. 2013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되었으며, 2021년 이후부터 재단장을 거쳐 지금의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태어났다.
  • 중랑망우공간에 안중근 의사 흉상이 세워져 있다. Ⓒ최현우
    중랑망우공간에 안중근 의사 흉상이 세워져 있다. Ⓒ최현우
  •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순국 103주기를 추모하고 있다. Ⓒ최현우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순국 103주기를 추모하고 있다. Ⓒ최현우
  • 중랑망우공간에 안중근 의사 흉상이 세워져 있다. Ⓒ최현우
  •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유관순 열사 순국 103주기를 추모하고 있다. Ⓒ최현우

이렇듯 망우역사문화공원이 본래 공동묘지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선뜻 찾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망우역사문화공원은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도록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한국을 빛낸 한용운, 유관순, 방정환, 이중섭 등 60여 분이 잠들어 있는, 역사와 문화를 같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 방문하면 형형색색의 꽃들과 함께 친숙한 인물들이 우리를 반겨 준다.
  • 아사카와 다쿠미에 관한 영화인 <백자의 사람>을 상영하고 있다. Ⓒ최현우
    아사카와 다쿠미에 관한 영화인 <백자의 사람>을 상영하고 있다. Ⓒ최현우
  • 많은 시민들이 영화를 시청하고 있다. Ⓒ최현우
    많은 시민들이 영화를 시청하고 있다. Ⓒ최현우
  • 아사카와 다쿠미에 관한 영화인 <백자의 사람>을 상영하고 있다. Ⓒ최현우
  • 많은 시민들이 영화를 시청하고 있다. Ⓒ최현우

하지만 오늘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일본인’에 관련된 영화였다. 아사카와 다쿠미라는 일본인의 93주기를 추모하는 영화상영회다. 상영회에는 이 행사를 진행하는 비영리 단체 서울국제친선협회, 한일교류재단 등 많은 인사들이 참석하였다. 많은 시민들이 상영회에 참석하여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독립운동가들이 잠들어 있는 이곳에서 일본인을 추모하고 영화 상영회를 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고 궁금했다. 이에 대한 답은 망우역사문화공원 관계자에게 들을 수 있었다.

“서울시 비영리단체 서울국제친선협회가 중랑구와 협조하여 진행하는 영화 상영회는 일제 강점기에 조선의 산림 회복과 민예품 보존·보급에 힘쓴, 한국을 사랑한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를 위한 행사입니다. 그는 ‘한국을 빛낸 80인’에 선정된 인물로서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안장되어 있습니다.”
  • 망우역사문화공원에 '한국을 빛낸 80인'에 선정된 아사카와 다쿠미가 잠들어 있다. Ⓒ최현우
    망우역사문화공원에 '한국을 빛낸 80인'에 선정된 아사카와 다쿠미가 잠들어 있다. Ⓒ최현우
  • 중랑구청장이 아사카와 다쿠미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다. Ⓒ최현우
    중랑구청장이 아사카와 다쿠미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다. Ⓒ최현우
  •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아사카와 다쿠미 추모식이 진행됐다. Ⓒ최현우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아사카와 다쿠미 추모식이 진행됐다. Ⓒ최현우
  • 망우역사문화공원에 '한국을 빛낸 80인'에 선정된 아사카와 다쿠미가 잠들어 있다. Ⓒ최현우
  • 중랑구청장이 아사카와 다쿠미 추모의 뜻을 전하고 있다. Ⓒ최현우
  •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아사카와 다쿠미 추모식이 진행됐다. Ⓒ최현우

아사카와 다쿠미 관련 영화 상영과 함께 그가 잠들어 있는 망우역사문화공원 내 묘지에서 그를 위한 추모식도 진행됐다. 그의 후손들과 후원 단체들이 함께했는데, 일본인에 대한 추모식을 한국식 제사 형태로 진행하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그의 묘지가 한국에 있다는 점이 신기하고 지금까지 한국식으로 일본인인 그를 추모하는 점이 흥미로워서 그에 대해 조금 더 찾아 보았다.

그는 1914년 조선으로 건너와 조선총독부 산림과의 직원으로 취직하여 조선오엽송 발아법을 개발하고 산림 녹화에 힘쓰는 등 수많은 공로를 세웠다고 한다. 현재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인공림의 37%가 그의 업적이라고 한다.

한국 도자기에 대해 연구하고 수집하며 조선 도자기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 인물이기도 하다. 생을 마감하기 전에는 수집해 온 공예품 3천여 점과 30상자를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고 한다.
아사카와 다쿠미 묘지 앞에 그의 업적을 설명하는 안내문 Ⓒ최현우
아사카와 다쿠미 묘지 앞에 그의 업적을 설명하는 안내문 Ⓒ최현우

더욱 흥미로운 점은 아사카와 다쿠미는 생전에 평소 조선옷을 입고 조선말을 했다고 한다. 어려운 조선의 학생들에게 박봉을 털어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고 하니, 조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사카와 다쿠미는 자신의 소원대로 지금 한국에 잠들어 있는 것이라고 한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있는 그의 묘 앞의 추모비에는 '한국의 산과 민예를 사랑하고, 한국인의 마음속에 살다 간 일본인. 여기 한국의 흙이 되다'라고 새겨져 있다. 이러한 묘비명이 그의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창호 선생 묘지 터도 자리하고 있다. Ⓒ최현우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창호 선생 묘지 터도 자리하고 있다. Ⓒ최현우
  • 독립운동가 유상규 의사가 잠들어 있다. Ⓒ최현우
    독립운동가 유상규 의사가 잠들어 있다. Ⓒ최현우
  •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여러 인사들이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들어 있다. Ⓒ최현우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여러 인사들이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들어 있다. Ⓒ최현우
  •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안창호 선생 묘지 터도 자리하고 있다. Ⓒ최현우
  • 독립운동가 유상규 의사가 잠들어 있다. Ⓒ최현우
  •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여러 인사들이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잠들어 있다. Ⓒ최현우

아사카와 다쿠미의 묘지 근처에 있는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의 묘비를 비롯해 한국을 빛낸 여러 인사들의 잘 정돈된 묘지들을 망우역사문화공원 안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보통 시골길 혹은 산을 오르다가 있는 묘지를 보면 문득 두려워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있는 묘지를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되는 듯했다.

2016년 영화 <박열>에서 다뤄져 화제를 모으며 대중들에게 알려진 가네코 후미코, 2·8 독립선언에 참여한 재일 조선인 유학생 변호에 힘쓴 변호사 후세 다쓰지는 조선을 위해 활동한 일본인으로 꽤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사카와 다쿠미는 ‘한국을 빛낸 80인’에 선정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인물인 것 같다. 이번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진행된 영화제와 추모식을 통해 그가 더 많이 알려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길 기원해 본다.

망우역사문화공원

○ 위치 : 서울시 중랑구 망우로91길 2
○ 운영시간 : 월~금 09:00~18:00 (주말, 공휴일 휴무)
누리집
○ 문의 : 02-2094-6800~3

시민기자 최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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