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을 즐거이 잊어요~ 서울역사박물관 '망우동 이야기'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24.01.18. 14:02

수정일 2024.01.18. 14:02

조회 2,201

<낙이망우樂以忘憂-망우동 이야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최용수
<낙이망우樂以忘憂-망우동 이야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 ©최용수

“전시를 보고 이제 근심을 잊으려 합니다.”
“팩트에 의미 부여가 더해져서 역사가 되었네요.”
“망우동 참 신기해요. 새롭게 망우동을 알고 갑니다.”
“나라를 지켜주셔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근심 없는 망우동, 영원하길!”

지난 주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낙이망우樂以忘憂-망우동 이야기> 특별전을 둘러본 관람객들이 남긴 망우동 감상평이다.

걱정 없이 인생을 사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걱정을 잠시라도 잊어볼 수 있다면, 그것도 즐겁게 잊을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에 관한 조선시대의 인문지리서 <망우동지(忘憂洞誌)> 속에는 “주민들이 망우동의 주인이 되어 다 함께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나간다”고 쓰여 있다. 그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진 걸까? 오늘의 망우동 사람들은 ‘망우만끽’이라는 마을 축제를 통해 ‘주민들끼리 함께 즐기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 시민이 서울역사박물관 유물등록 1번인  <망우동지(忘憂洞誌)>를 관람하고 있다. ©최용수
한 시민이 서울역사박물관 유물등록 1번인 <망우동지(忘憂洞誌)>를 관람하고 있다. ©최용수

걱정 없이 살아가기 힘든 우리들에게 ‘근심을 즐거이 잊기(樂以忘憂, 낙이망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울역사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낙이망우樂以忘憂-망우동 이야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역사박물관에는 남녀노소 시민들의 관람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먼저 전시장 입구에 비치된 안내 책자를 꼼꼼히 읽어 본 후 안으로 들어섰다.
<낙이망우樂以忘憂-망우동 이야기> 전시장. 많은 시민들이 찾아 전시를 관람했다. ©최용수
<낙이망우樂以忘憂-망우동 이야기> 전시장. 많은 시민들이 찾아 전시를 관람했다. ©최용수

조선시대 왕은 살아 있을 때 자신이 죽어서 묻힐 무덤 위치를 직접 정하곤 했었다. 태조 이성계 역시 자신이 죽어서 묻힐 무덤 위치를 정하고 돌아오는 고개에서 ‘이제 근심이 사라졌다’는 말을 했다. 이때부터 그 고개는 ‘망우 고개’가 되었고 ‘망우동(忘憂洞)’이란 지명 역시 ‘근심을 잊는다’는 뜻의 ‘망우 고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망우동은 예로부터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를 오가는 길목의 동네로서 1963년 양주에서 서울로 편입된 마을이다.
공원관리인들이 만든 망우역사문화공원 묘역 위치도 ©최용수
공원관리인들이 만든 망우역사문화공원 묘역 위치도 ©최용수

이번 전시는 서울역사박물관 유물 등록번호 1번인 <망우동지(忘憂洞誌)>에서 시작해 크게 두 부분으로 구분되었다. 옛 망우동의 모습과 망우동이 변화해온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1부와 현재 망우역사문화공원이 된 망우리 공동묘지 모습과 영면한 유명 인사들을 만나볼 수 있는 2부로 나뉜다.

지난해 12월 1일 시작한 이번 전시는 오는 3월 31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망우동지> 전시실 ©최용수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망우동지> 전시실 ©최용수

1부 : 옛 망우동에서 신 망우동으로의 변화

1부는 망우동의 역사와 추억 이야기이다. <망우동지>(1760)를 편찬했다고 추정되는 세 양반 가문(동래 정씨, 의령 남씨, 평산 신씨)의 이야기와 망우동을 지나는 세 길(평해로, 능행로, 국장로)을 소개한다. 일제강점기 중앙선이 개통되고 망우리 공동묘지가 생기는데 이후 1963년 서울로 편입되면서 변하게 된 망우동의 모습을 조명했다.

특히 <망우동지>는 조선시대 주로 군(郡) ·현(縣) 단위로 작성된 것에 비해 동(洞) 단위로 쓰인 지방지(地方誌)로 당시 망우동의 자연환경, 지역 인사들의 행적 등을 수록하고 있는 귀중한 유물이다. 이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1부 '옛 망우동에서 신 망우동으로의 변화' 전시장 입구 모습 ©최용수
1부 옛 망우동에서 신 망우동으로의 변화 전시장 입구 모습 ©최용수

한편, 망우동은 예전부터 배밭이 많아 학교 땅을 확보하기 좋았다. 그래서 서울시의 인구가 급증하자 늘어나는 학생들을 수용하기 위해 다른 행정동에 비해 많은 수의 학교가 들어섰다. 망우동 내 이화여대병설미디어고등학교, 송곡여자고등학교, 혜원여자고등학교에서 제공한 졸업앨범과 교지 등을 보며 1970~1980년대의 망우동 학교생활을 추억해 볼 수 있다. 그때 학생들은 허허벌판의 망우동과 시베리아를 합쳐 ‘망베리아’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단다. 밀집한 학교에 많은 학생이 하굣길에 떡볶이를 사 먹자 떡볶이 포장마차촌 골목이 형성되었는데, 이제는 대부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몇 개 점포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망우동 내 학교에서 기증한 물품 전시, 1970~80년대 학교 생활을 추억할 수 있다. ©최용수
망우동 내 학교에서 기증한 물품 전시, 1970~80년대 학교 생활을 추억할 수 있다. ©최용수

2부 :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2부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되었던 망우리 공동묘지가 오늘날 시민들이 애용하는 산책길과 공원으로까지 변모한 모습을 소개한다. 망우리 공동묘지는 1933년 일제에 의해 조성된 이래로 1973년 만장이 되어 폐장할 때 4만 8,000여 기의 무덤이 있었지만, 현재는 6,600여 기 정도 남아 있다. 이곳 공동묘지에 잠든 근현대사 인물들 유관순, 한용운 등 독립운동가와 방정환, 이중섭, 차중락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근현대 문화예술인 28인의 사연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영면한 독립운동가, 시인, 가수, 화가 등 28인의 이야기 소개 전시장 ©최용수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영면한 독립운동가, 시인, 가수, 화가 등 28인의 이야기 소개 전시장 ©최용수

공동묘지는 몇 차례 공원화사업추진으로 훌륭한 시민 휴식 공간이 되었다. 추운 겨울 현장에 가지 않고도 스크린을 통해 공원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영상실과 공원관리인들이 공원 내 묘지의 위치와 주인을 일제히 조사해 수기로 작성한 <분묘도면>이 최초로 공개되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 영면한 이중섭의 <미공개 작품전 팸플릿>(1985), 박인환의 <선시집>(1955, 국립중앙도서관) 등 귀중한 자료도 둘러볼 수 있다. 
현장을 가지 않고도 망우역사문화공원 모습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방정환 선생 묘지 ©최용수
현장을 가지 않고도 망우역사문화공원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사진은 방정환 선생 묘지 ©최용수

누구나 쉽게 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저자 유홍준 교수는 망우역사문화공원의 의의에 대해서, 전 성신여대 총장이었던 양보경 교수는 망우동을 지나는 길들에 대해, 현재 묘지 관리 담당 주무관의 공원 사무실의 자료에 대한 인터뷰 내용도 영상으로 직접 시청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전시를 위해 유홍준 교수 등이 영상으로 도슨트 역할을 해준다. ©최용수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전시를 위해 유홍준 교수 등이 영상으로 도슨트 역할을 해준다. ©최용수
출구 직전 공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 후기를 남겨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최용수
출구 직전 공간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 후기를 남겨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최용수

전시장 마지막 출구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 후기를 남길 수 있는 넓직한 공간을 마련하여 서로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 인상적이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일상에서 걱정 없이 살아가기란 정말 힘들다. 때마침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망우동 이야기' 기획전은 잠시나마 근심을 잊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다. 현재의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옛 망우동 이야기까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은 색다른 느낌을 선물한다. 추운 겨울, 아이들과 함께 서울역사박물관 가족나들이를 계획한다면 오래 기억될 겨울방학이 되지 않을까.
망우동 이야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입구 ©최용수
망우동 이야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역사박물관 입구 ©최용수

서울역사박물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55
○ 전시명 : <낙이망우樂以忘憂-망우동 이야기>전(展)
○ 전시일정 : 12월 1일~2024년 3월 31일
○ 전시장소 :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A
○ 관람시간 : 화~일요일 09:00~18:00 (입장마감 : 17:30)
○ 휴관일 : 1월 1일, 매주 월요일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02-724-0274

시민기자 최용수

두 발로 쓰는 서울 그 이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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