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 이끈다! '약자동행 기술박람회'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3.11.24. 09:12

수정일 2023.11.24. 15:59

조회 783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우리나라에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2022년부터 현재까지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는 과거 알파고의 AI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지능을 가진다. 기존 AI는 사람이 입력한 값대로 나왔다면, 생성형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롭게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성형 AI(Generative AI)라고도 불린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기존 사회적 약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생성형 AI인 ‘하이퍼클로바’를 활용해 지난 2021년부터 ‘클로바케어콜’을 서비스하고 있다. 클로바케어콜은 돌봄 대상자인 독거노인에게 정기적으로 안부 전화를 걸어 독거노인의 상황을 파악하는 돌봄 전화 서비스다. 처음에는 코로나19 발열 등 보건소에서 활용했으나, 현재 모니터링을 통해 독거노인의 건강을 파악하고 다른 복지 정책과 연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AI 기술은 돌봄이 필요하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 11월 18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2023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를 개최했다. 올해 처음 개최된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는 ‘따뜻한 동행의 새로운 매력’을 주제로 진행됐으며, 서울시의 핵심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을 기반으로 해 다양한 약자동행 기술을 선보였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신 기술을 한자리에 모은 '2023 약자동행 기술박람회' ©조수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신 기술을 한자리에 모은 '2023 약자동행 기술박람회' ©조수연

다양한 약자를 돌보는 기술을 가진 기업 51개 부스와 함께 네이버, SK,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이 약자와 동행하는 기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메인 무대에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약자동행 신기술 발표회, 기업홍보쇼, 투자유치(IR) 경연대회 최종 결선, 토크쇼 등이 진행됐다. 이번 약자동행 기술박람회의 대미를 장식한 ‘토크쇼’를 현장에서 관람했다.

토크쇼는 먼저 유튜버 ‘위라클’의 기조 발표와 4명의 연사가 함께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유튜버 ‘위라클’이라는 이름은 위(We)와 미라클(Miracle)의 합성어로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는 뜻이다. 위라클은 자신의 학창 시절 이야기와 함께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모습 그리고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어려운 점들을 소개했다.
크리에이터 위라클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토크쇼가 진행됐다. ©조수연
크리에이터 위라클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토크쇼가 진행됐다. ©조수연

여행을 좋아하는 위라클은 방학 때마다 국내 기차 여행을 떠났다. ‘내일로’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다가 한 학기 휴학하고 4개월 동안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체코 프라하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등 익스트림한 스포츠를 즐겼던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던 중 정규직 취업 성공 기념으로 친구들과 축하를 즐기다 낙상 사고로 인한 전신마비 진단을 받았다. 위라클은 당시 의사가 “당신은 앞으로 전신마비로 살아야 하고, 걸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고 위라클이라는 채널을 만들며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위라클은 휠체어를 타고 나서 장벽이 보인다고 설명했다. 크게 ‘물리적 장벽’, ‘정보의 장벽’ '인식의 장벽'으로 나뉘는데 물리적 장벽은 높은 턱, 계단, 울퉁불퉁한 인도 등 보행 환경의 어려움이다. 위라클은 자신의 콘텐츠를 소개하면서 “회사 근처에 용리단길이 있는데, 100곳의 식당 중 도움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15곳, 장애인 화장실이 있는 곳은 1곳에 불과했다”며 “사무실 앞 용리단길에 편하게 갈 수 있는 식당이나 카페는 단 1%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정보의 장벽으로는 지하철의 장애인 좌석 위치와 엘리베이터 안내 표지판, 식당에서의 장애인 화장실 유무를 확인할 때다. “정보의 장벽으로 인해 이동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스트레스도 많이 쌓인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위라클은 배리어프리(Barrier Free)를 설명했다. 배리어프리는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으로 "배리어프리를 통해 장애인들이 좀 더 삶을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절망을 딛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있는 위라클은 배리어프리를 펼치고 있다. ©조수연
절망을 딛고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있는 위라클은 배리어프리를 펼치고 있다. ©조수연

이후 네이버 클로바 옥상훈 부장, 한창수 교수, 별따러가자 박추진 대표,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가 각각 패널로 참여해 토크 콘서트를 이어갔다. 먼저 자기소개를 간단히 했는데,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는 “인공지능 데이터와 검색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고, 배리어프리 관련 다양한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테스트웍스에 대해 “자폐성 장애인 20명, 청각장애인 10명과 함께하고 있다”며 “최근 베트남에 지사를 설립했는데, 20명의 직원 중 17명이 지체 장애인으로 장애인 고용도 적극 실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약자동행 기술과 관련한 국내 실태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한 기술 토크쇼도 마련됐다. ©조수연
약자동행 기술과 관련한 국내 실태와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기술 토크쇼도 마련됐다. ©조수연

다음으로 공통 질문이 이어졌다. 어떤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네이버 클로바 옥상훈 부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AI 안부 전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클로바케어콜과 사회적 약자 중 취약계층, 혼자 있는 독거노인이 대상으로 AI가 안부 전화를 드려서 불편한 사항을 파악하고, 지자체와 복지담당자와 연계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퍼클로바라는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생성형 AI 기술을 바탕으로 불편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잘 캐치할 수 있습니다.”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는 청각장애인의 사례를 소개했다. 청각장애인은 발음이 명확하지 않아 발음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동산이나 병원을 동행할 때 청각장애인들에게 그 누구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에 인식과 정보의 격차가 있기에 배리어프리 기술이 많이 보급되고 사용돼야 한다며, 테스트웍스는 이러한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 클로바 옥상훈 부장의 토크쇼가 진행됐다. ©조수연
네이버 클로바 옥상훈 부장의 토크쇼가 진행됐다. ©조수연

이어 생활에 보급되면 좋은 약자동행 기술에 대해 별따러가자 박추진 대표는 “기조 발표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가 ‘정보의 장벽’이었다”며 “여기서 약자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으로, 우리나라에서 얻는 정보는 대부분 한글”이라고 답했다. 이에 “정보 격차와 정보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번역, 자막 등을 활용해서 외국어 등 다른 언어의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정보의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끝으로 한창수 교수는 “약자의 정의를 살펴보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약자에 해당된다”며 “약자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변화해야 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배리어프리 기술이 많이 보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 ©조수연
배리어프리 기술이 많이 보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테스트웍스 윤석원 대표 ©조수연

또한 자전거, 오토바이, 킥보드와 같은 마이크로모빌리티의 안전을 관리하고 있는 별따러가자 박추진 대표는 “안전에 대한 기술이기 때문에, 협업할 아이템이 많다”며 “약자란 정말 상대적인 개념으로 ‘내’가 언제나 약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술 개발을 통해 폭을 줄여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는 다양한 기업의 기술과 토크 콘서트, 신기술 등을 통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서울시의 시정 철학을 잘 보여준 박람회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박람회에서 그치지 않고 좋은 기술은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도입해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시정 철학을 시민의 삶 현장에서 적용했으면 좋겠다.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는 토크쇼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조수연
약자동행 기술박람회는 토크쇼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조수연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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