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테스트로 '한양도성 순성길' 추천 받았어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5.03. 11:10

수정일 2023.05.26. 09:25

조회 1,103

4월 27일 남산 회현자락 한양도성 야외전시장 옆으로 ‘한양도성유적전시관 안내센터’가 개관했다. 나지막이 들어앉은 전시관은 아담한 공간에 필요한 건 알차게 다 갖추고 있었다.

사실 관심을 갖기 전에는 ‘한양도성’에 대한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성곽이 한눈에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아예 끊어진 구간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숭례문은 양옆으로 성곽과 연결돼 있지만 지금은 날개가 끊어진 것처럼 문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분명히 성곽으로 막힌 곳이 있었을 텐데 당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게 쉽지 않다.
한양도성 남산 회현자락 야외전시장 옆으로 ‘한양도성유적전시관 안내센터’가 개관했다.ⓒ이선미
한양도성 남산 회현자락 야외전시장 옆으로 ‘한양도성유적전시관 안내센터’가 개관했다.ⓒ이선미

그런 의미에서 한양도성유적전시관은 ‘한양도성’을 만나는 가장 쉽고 효율적인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안내센터에 들어서면 곧장 순성놀이에 대한 안내를 볼 수 있다. 순성놀이를 위한 준비사항도 확인할 수 있다. 순성길 초보에게 권하는 코스나 연인과 함께하는 데이트 코스 등 구체적인 코스도 추천한다. 
한양도성유적전시관에서는 순성길 초보나 데이트를 위한 코스 등을 추천한다.ⓒ이선미
한양도성유적전시관에서는 순성길 초보나 데이트를 위한 코스 등을 추천한다.ⓒ이선미

당연히 한양도성의 역사도 알 수 있다. 성곽 축조와 관련된 이야기와 무거운 돌을 어떻게 움직여 성을 쌓았는 지에 대한 얘기도 그림과 함께 설명해준다. 먼저 돌의 성질과 결을 파악하고 쐐기를 박아 석재를 자른 후 원하는 크기로 마름질해 면을 다듬는다. 그리고는 현장으로 운반을 해야 하는데 처음 도성을 지을 때는 공사구간 주변에서 돌을 조달하다가 세종30년에는 도성 주변의 채석이 금지되기도 했다.
어디서 돌을 구하고 어떻게 이동해 성을 쌓았는지 그림으로 설명해주고 있다.ⓒ이선미
어디서 돌을 구하고 어떻게 이동해 성을 쌓았는지 그림으로 설명해준다. ⓒ이선미

자연암반을 계단식으로 깎아 지지층을 만들고 드디어 성돌을 쌓았다. 성벽을 쌓을 때는 지반과 체성 사이에 잡석과 흙을 채워 단단히 지지하기도 했다. 강원도와 전북 김제, 경남 합천에서 전해지는 ‘집터 다지는 소리’, ‘돌 나르는 소리’ 등도 들을 수 있어서 당시의 분위기를 아주 조금은 느껴볼 수도 있다.
한양도성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편마암과 화강암 등을 사용했다.ⓒ이선미
한양도성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편마암과 화강암 등을 사용했다.ⓒ이선미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한양도성 순성길을 체험할 수도 있다. 간단한 심리테스트로 내게 맞는 구간을 추천해준다고 해서 몇 개의 문항에 답을 했다. 결과는 ‘겸재 정선이 사랑한, 인왕구간’이 추천되었다. 실제로 초소책방이나 선바위 코스를 포함한 이 구간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결과가 더 재미있었다. 40초가 지나자 인왕구간 순성길 엽서가 출력됐다.
‘이선미 님에게 잘 맞는 순성길, 인왕구간’이라는 결과가 재미있었다.ⓒ이선미
‘이선미 님에게 잘 맞는 순성길, 인왕구간’이라는 결과가 재미있었다.ⓒ이선미

엽서를 가지고 바로 옆에 있는 테이블에 가서 QR코드를 촬영하면 이 구간에 대한 안내가 이어진다. 나에게 맞는 도성 구간의 영상과 정보를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어 유익했다.  
엽서의 QR코드로 한양도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엽서의 QR코드로 한양도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선미
해설가가 전시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심리테스트를 안내해주었다.ⓒ이선미
해설가가 전시관을 찾은 시민들에게 심리테스트를 안내해주었다.ⓒ이선미

안내실 안쪽에는 영상실이 마련돼 있다. 우선 ‘남산을 거닐다’라는 주제로 조선시대 옛 그림 속 남산과 한양의 모습이 멋지지만 아련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산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신궁이 들어섰다가 광복 후 서둘러 일본으로 철수하면서 불태워지고, 그 후에는 이승만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잠시 쉬면서 남산의 어제와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영상실에서는 옛 그림 속 남산은 물론, 일제강점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산의 변화를 만날 수 있다.ⓒ이선미
영상실에서는 옛 그림 속 남산은 물론, 일제강점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남산의 변화를 만날 수 있다.ⓒ이선미

소박한 휴게실도 마련돼 있다. 휴게실 한쪽 벽에는 조선 건국부터 한양 천도, 그리고 1396년 시작된 한양도성 건설부터 한양도성을 다시 쌓고 북한산성과 탕춘대성으로 수도 방어 강화에 나섰던 역사와 일제 강점기에 숭례문 북측 성벽이 철거되고 소의문과 돈의문 역시 사라졌던 ‘한양도성의 수난’을 거쳐 발굴조사를 통해 옛 모습을 되찾아온 과정이 사진으로 붙어 있다. 잠시 사진을 따라가 보는 것만으로 한양도성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게 될 것 같다.
휴게실 벽에는 한양도성과 관련된 간략한 역사가 사진으로 붙어 있다.ⓒ이선미
휴게실 벽에는 한양도성과 관련된 간략한 역사가 사진으로 붙어 있다.ⓒ이선미

한양도성은 총 18.6킬로미터에 이른다. 수많은 시민들이 도성을 순성하고 완주인증서를 받았다. 계절마다 완주를 하는 시민들도 있다고 한다. 기자는 내키는 대로 한양도성을 순성하곤 했지만 완주인증서 발급은 도전하지 않았다.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개관을 맞아 완주인증서 발급도 더 재미있고 편리해진다고 하니 완주인증서도 발급 받아볼 참이다. 완주인증을 위해서는 각 구간의 지정 장소에서 지도에 스탬프를 찍고 네 장씩 현장사진으로 인증을 해야 한다.
한양도성 완주에 도전할 생각으로 ‘서울 한양도성 스탬프투어’ 지도도 받아왔다.ⓒ이선미
한양도성 완주에 도전할 생각으로 ‘서울 한양도성 스탬프투어’ 지도를 받아왔다.ⓒ이선미

순성은 말 그대로 도성을 즐기는 일이다. 하지만 남산 구간에서는 잠시 숙연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일본은 1925년 조선신궁을 세우며 한양도성 성벽을 완전히 훼손했다. 2009년에야 남산자락 발굴공사를 통해 멸실된 줄로만 알았던 한양도성의 자취가 마침내 햇빛을 보게 되었다.

지금 야외전시장 옆에는 조선신궁 배전터 유구가 그대로 보존돼 있다. 그 앞으로는 1969년 남산식물원 앞에 만들어졌던 분수대의 자취도 남아 있다. 그리고 한양도성 유적전시관 바로 옆에는 2019년 세운 ‘위안부 기림비’가 바람을 맞으며 서 있다.
남산에는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졌다. 아래는 조선신궁 배전터 유구ⓒ이선미
남산에는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졌다. 아래는 조선신궁 배전터 유구ⓒ이선미

아픈 역사를 뒤로 하고 남산은 여전히 아름답다. 복원된 것들이 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것들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작지만 알차게 꾸며진 한양도성유적전시관을 나오며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수고하고 희생해서 얻게 된 역사를 고맙게 즐기는 일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한양도성유적전시관에서는 전시해설도 운영한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 한양도성 누리집과 유적전시관 안내센터에서 알아볼 수 있다.

한양도성유적전시관

○ 누리집 : 서울 한양도성
○ 문의 : 유적전시관 안내센터 02-779-9870~1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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