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을 누리고 싶다면? 누하동 259번지를 찾아가세요
발행일 2023.03.14. 14:40
한옥 입구가 깔끔했다. 바로 옆에는 서촌을 오가다 쉴 수 있는 의자가 놓여 있고 ‘누하동 259’와 관련된 안내가 이어져 있다. 지난해까지 경복궁 서측 도시재생지원센터였던 공공한옥이 시민을 위한 전시, 워크숍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새 단장하고 누하동 259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공공한옥이 전시 공간으로 새 단장하고 지역명과 번지수를 그대로 살린 '누하동 259'라는 이름으로 첫 전시를 연다. ©이선미
달라진 공공한옥, 누하동 259에서 진행되는 첫 전시
광해군 때 짓다 만 인경궁 누각이 있어 누각동이라고 불리던 지역이 이제 누상동, 누하동으로 나뉘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8일 첫 전시가 시작된 누하동 259는 마을 이름과 번지수를 그대로 살려 전시 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말끔하게 단장된 한옥에서 현대미술 이진경 작가 초대전 ‘오늘이 오늘이소서’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이 오늘이소서’ 초대전이 열리는 누하동 259 ©이선미
신발을 벗고 올라간 공간이 문득 정겨웠다. 아주 오래 전 익숙했던 풍경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밥그릇과 종지, 떡과 막국수, 몇 개의 목숨 수(壽) 자에 피어나는 꽃들. 마치 소박한 민화 같은 작품들이 일상을 새롭게 환기시키는 듯했다. 해가 뜨고 밥을 먹고 꽃이 피고 지는 시간이 쌓여 ‘목숨’이 된다.
누하동 259에서 열리는 첫 전시는 소박하고 다정한 우리 전통으로 초대한다. ©이선미
이진경 작가 초대전 ‘오늘이 오늘이소서’는 매일 반복되는 ‘오늘’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우리 전통에 관심이 많은 작가 덕분에 푸근한 정서가 편안한 공간을 선사한다. 4월 9일까지 이어지는 전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누하동 259에서는 초대전을 시작으로 시민들을 위한 전시가 계속되고 요가와 북 토크 등 시민들이 참여하는 워크숍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워크숍은 마을 공동체 공간인 ‘누각재’에서 진행되는데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대상 글로벌라운지로 운영될 예정이다.
누하동 259에서는 초대전을 시작으로 시민들을 위한 전시가 계속되고 요가와 북 토크 등 시민들이 참여하는 워크숍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워크숍은 마을 공동체 공간인 ‘누각재’에서 진행되는데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외국인 대상 글로벌라운지로 운영될 예정이다.
누하동 259 워크숍 프로그램은 골목을 걸어 들어가는 ‘누각재’에서 진행된다. ©이선미
누하동의 ‘누하동천(樓下洞天)’
서촌을 걸을 때는 스쳐 지나가는 골목을 조금씩 들여다봐야 한다. 앞만 보고 걸을 때는 보지 못하는 길들이 골목에 숨어 있다. ‘청전 이상범 가옥’ 같은 곳도 그렇다.
누하동 골목 깊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청전 이상범 가옥이 있다. ©이선미
전통 수묵화의 대가인 이상범 화백이 40여 년을 살았던 집과 화실이 골목 깊이 들어앉아 있다. 고즈넉이 대문을 들어서면 ‘청전 이상범 가옥’이라는 현판 옆으로 ‘누하동천(樓下洞天)’이라는 당호도 붙어 있다. 누하동의 신선이 노니는 듯한 아름다운 곳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곳에서 화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림을 그렸다. 배렴과 박노수 등도 이곳에서 그림을 배웠다고 한다.
'누하동천'이란 이름으로 불린 이상범 화백의 집 ©이선미
1938년 8월 동아일보 기사에서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의 가슴에 일장기가 지워졌다. 그 사건으로 사장부터 주필, 담당 체육부 기자와 실제로 덧칠해 지운 미술 담당 기자 등이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까지 했다. 그때 언론의 항일 정신을 보여준 '일장기 말소 사건'에 동참한 이가 이상범 화백이었다. 하지만 이후 그는 군국주의를 담은 삽화를 그려 친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상범 화가의 화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선미
장독대 너머 자칫 사라질 뻔한 꽃담이 가까스로 복원되었다. 오랜 시간이 흐르며 원래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남아 있는 꽃담이 처연하게도 아름다웠다. 우리 역사의 아픔이 깃든 청전 이상범 가옥이었다.
거의 100년 전에 조성된 꽃담의 자취가 여전히 아름답다. ©이선미
또 하나의 서촌 안내소 '퍼멘티드 서촌’
'퍼멘티드 서촌'은 통인시장 바로 맞은편에 문을 연 서촌 안내소이다. 내외국인 관광객과 주민을 위한 마을 안내소이자 지역 문화 교류 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촌의 가게들과 체험관, 숙소 등을 연결하는 안내인 역할도 할 예정이다.
통인시장 맞은편에 문을 연 서촌 마을 안내소 ©이선미
계단을 올라 작은 마당을 지나니 카페로 이어졌다.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지만 커피를 마시는 풍경이 제법 근사했다. 서촌 풍경을 내다보며 차를 마시고 소통할 수 있는 멋진 공간이었다.
‘퍼멘티드 서촌’은 마을 안내소이자 교류 공간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선미
고풍스러운 한옥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카페에서 문득 ‘한옥과 한옥 문화가 숙성(Ferment)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은 ‘퍼멘티드 서촌’이라는 이름이 살짝 아쉬웠다. 한옥 문화를 위한 공간이니 예쁜 우리말 이름이었으면 한결 좋지 않았을까 싶다.
한옥 느낌과 세련된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카페 ©이선미
서촌이 더 걷기 좋은 마을이 되고 있다. 구석구석 오래전 이야기가 이어지는 서촌에도 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꽃향기 그윽한 서촌으로 봄나들이를 나서 보면 어떨까.
누하동 259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27-4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 8분
○ 운영시간 : 11:00~18:00
○ 휴무 : 월·화요일
○ 인스타그램
○ 문의 : 02-2231-2011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 8분
○ 운영시간 : 11:00~18:00
○ 휴무 : 월·화요일
○ 인스타그램
○ 문의 : 02-2231-2011
청전 이상범 가옥
○ 위치 :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31-7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개관시간 : 3~10월 09:00~18:00, 11~2월 09:30~17:30
○ 휴무 : 월요일
○ 문의 : 02-733-2038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개관시간 : 3~10월 09:00~18:00, 11~2월 09:30~17:30
○ 휴무 : 월요일
○ 문의 : 02-733-2038
퍼멘티드 서촌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45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2:00~20:00
○ 교통 :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
○ 운영시간 : 화~일요일 12: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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