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가을을 걸어요, 강동그린웨이걷기대회

시민기자 김민채

발행일 2022.10.27. 09:45

수정일 2023.02.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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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대회 참가자들이 강동건강체조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걷기대회 참가자들이 강동건강체조로 준비운동을 하고 있다. ⓒ김민채

단풍이 익어가는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강동 그린웨이 걷기대회가 개최된다는 기쁜 소식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일자산 잔디광장으로 향했다. 이 대회는 지난 2007년 5월에 처음 시작해 이번에 제94회를 맞았다. 그간 답답했던 시민들이 야외에서 자연을 즐길 기회이며, 시민들이 함께 걸으며 이웃과 소통하는 기회의 장이었다.

일자산은 강동구와 경기도 하남시 서부 등을 경계로 뻗어 있으며, 강동구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이다. 일자산이 포함된 서울 둘레길 3코스에서는 아름다운 숲과 공원들을 둘러볼 수 있다.
일자산 잔디광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일자산 잔디광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바쁘다. ⓒ김민채

강동그린웨이걷기대회는 일자산 잔디광장에서 출발해 해맞이 광장과 가족 캠핑장, 강동구 도시농업공원을 지나 다시 잔디광장으로 돌아오는 가벼운 산책코스로 약 40분 정도 소요됐다. 잔디광장은 일자산 끝자락의 부드러운 능선을 품고 있어 걷기대회의 베이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자산 잔디광장은 주말 이른 아침부터 왁자한 웃음소리와 쿵작쿵작 신나는 노랫소리로 떠들썩했다. 신나는 노랫소리에 흥겨워 몸을 들썩들썩 흔드는 시민들의 모습도 보였다. 명일1동 걷기동아리 회원인 이월심 씨는 “난 원래 흥이 많은가 봐요”라며 환호성을 지르며 들썩들썩 춤을 췄다. 바라보는 필자도 왠지 춤추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각 동별 걷기 동아리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각 동별 걷기 동아리들이 기념 촬영하는 모습 ⓒ김민채

잔디광장에는 자원봉사운영본부, 의료지원반, 강동구걷기협회, 강동구체육회행사운영본부 등의 부스가 설치됐고, 암사1동 건강 암사, 명일1동 걷기동아리 모임, 함께 걷는 강일동, 힘찬 출발 고덕2동, 건강한 천호 2동 등 각 동을 대표하는 걷기동아리 모임과 새마을회, 가족 단위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대회 시작 전 잔디광장 야외 무대에서 열린 태권도 시범단의 전통무예 공연
대회 시작 전 잔디광장 야외 무대에서 열린 태권도 시범단의 전통무예 공연 ⓒ김민채

대회 시작 전 잔디광장 야외무대에서 태권도 시범단의 전통 무예 공연이 펼쳐져 대회의 뜨거운 열기를 한껏 더했고, 시민들은 경쾌한 리듬에 맞춰 따라 하기 쉬운 8개 동작을 반복하는 강동 건강 체조를 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리고 드디어 출발 신호와 함께 걷기대회가 시작됐다.
가족들은 함께 손을 잡고 다정히 걸었다.
가족들은 함께 손을 잡고 다정히 걸었다. ⓒ김민채

시민들은 천천히 출발점을 통과해 잔디광장 둘레길을 걷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완만한 구간이다 보니 가족들은 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나란히 걷는 모습이었다.

걷기대회 코스는 대부분 흙길과 멍석 길이 깔려 있어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여줬다. 몇몇 시민은 맨발로 참여하기도 했다. 대부분 완만한 구간이라 모두가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지만 일부 구간은 경사가 높은 편이다. 난이도 있는 구간을 오를 땐 이마에서 땀은 흐르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상쾌한 기분으로 일자산을 오를 수 있었다.
흙길과 돌 계단을 오르고  있는 시민들 모습
흙길과 돌 계단을 오르고 있는 시민들 모습 ⓒ김민채

완만한 구간이 이어져 조금은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해맞이 광장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난이도가 제법 높았다. 흙길과 돌계단으로 이어지는데 무릎이 약한 시민들은 흙길을 선택했지만, 흙길도 결코 만만한 구간은 아니다. 돌계단이 자신 있는 시민들은 계단을 올랐지만, 이 또한 경사가 만만치 않다.
해맞이 광장에서 추억을 담고 있는 시민들
해맞이 광장에서 추억을 담고 있는 시민들 ⓒ김민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른 해맞이 광장은 낮은 돌담으로 이뤄진 작은 광장이다. 특별한 시설물이나 즐길 거리가 하나 없다. 하지만 강동구에서 아침 운동을 하며 붉게 떠오르는 해를 가장 먼저 감상하기 딱 좋은 일출 명소다. 

시민들은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몰아 쉬었던 숨도 고를 겸 추억을 담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뒤로 쳐진 가족들을 기다리며 가쁜 숨을 고르며 단풍이 내리고 새들이 우는 자연을 즐겼다. 일자산은 굴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가 많아 햇빛과 바람이 툭툭 떨궈주는 도토리 소리를 들으며 가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해맞이 광장을 지나면 완만한 내리막 산길이 이어진다. 강일동에서 온 초등학생은 "아빠, 계속 오르막이에요 힘들어요"라고 말하니 아빠는 대답했다. "이젠 계속 내리막이야" 필자는 아빠의 하얀 거짓말에 그저 웃는다. 

필자는 처음 오르는 산에서 힘이 들면 내려오는 등산객에게 항상 물어본다. "산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그러면 그들은 늘 웃으며 대답한다. "조금만 더 가면 정상이랍니다" 필자는 늘 등산객의 하얀 거짓말에 속는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지는 않는다. 곧 힘든 구간은 지나고 정상이 나올 거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걷기 대회 코스를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걷기 대회 코스를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 ⓒ김민채

둔촌동에서 온 어르신은 맨발로 대회에 참여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올해 89세였다. 10년 전 강동구 둔촌동으로 이사와서 그때부터 이번 대회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참여했다고 한다. 또 다른 70대 어르신은 매일 일자산을 걷고 있으며 해마다 걷기대회를 기다리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걷기대회가 중단돼 그동안 많이 아쉬웠다고 한다. 세 어르신은 이번 대회에서 처음 만났지만 제일 연장자인 어르신을 돕기 위해 함께 산길을 내려가고 있다고 했다.
걷기대회 구간에 위치한 가족 캠핑장
걷기대회 구간에 위치한 가족 캠핑장 ⓒ김민채

걷기대회 구간 중 눈에 띄기 쉬운 곳곳에 대회 코스를 알리는 표식이 돼있었고 시민들이 식별할 수 있는 노란 조끼를 입은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이 안내해 길을 잃을 소지는 없었다. 

가족 캠핑장 코스에서는 캠핑장 입구에서 경품권이 배부됐다. 혹시 경품의 행운이 필자에게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살짝 누르고 마지막 구간을 열심히 올랐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힘이 들어도 기분은 상쾌했다. 이 구간만 지나면 잔디광장까지 완만한 길을 걷는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마지막 오르막을 걷고 있는 시민들
마지막 오르막을 걷고 있는 시민들 ⓒ김민채

도시농업공원으로 향하는 마지막 구간은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푸근해진다. 산의 오솔길을 걷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도시농업공원을 지나면 얼마 되지 않아 잔디광장과 마주한다. 코스가 끝나고 가족 캠핑장에서 받은 경품권을 경품함에 넣고 참가 기념품을 받은 시민들은 음악회가 열리는 잔디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대에서 열린 공연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무대에서 열린 공연을 즐기고 있는 시민들 ⓒ김민채

잔디광장에는 먼저 도착한 시민들이 삼삼오오 잔디밭에 앉아 귀에 익은 멜로디의 노래를 감상했다. 잔디광장 야외무대에는 ‘빨강노랑파랑 그룹’이 무대에서 버스킹 공연을 선보였고, 잔디밭에 앉은 어떤 시민은 손뼉으로 박자를 맞췄다. 또 다른 시민은 노래를 따라 불렀다. 또 다른 어떤 시민은 흥에 겨워 춤을 춘다. 꽤 많은 노래를 불러준 빨강노랑파랑 그룹은 무대를 내려갔지만, 여운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강동그린웨이걷기대회의 경품인 자전거가 행사장에 놓여져 있었다.
강동그린웨이걷기대회의 경품인 자전거가 행사장에 놓여져 있었다. ⓒ김민채

곧이어 경품 추첨이 이어졌다. 모두 내 번호가 호명되지 않을까 하는 조마조마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다. 혹여 번호가 불렸지만 번호의 주인공이 자리를 떠나고 없으면 어떨까 하며 시민들은 왠지 살짝살짝 욕심이 생긴다. 다음에 부르는 번호는 내 경품 번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경품에 뽑힌 시민은 푸짐한 선물을 받았다. 뽑히지 않은 시민은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강동그린웨이걷기대회는 끝이 났다.

제94회 강동그린웨이걷기대회는 가족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쌓으려는 시민들이 참여해 단풍이 들기 시작한 일자산 오솔길을 걸으며 건강을 다졌다. 걷기는 소소한 실천으로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전신운동이자, 자신의 체중을 이용하기 때문에 안전한 운동이다. 생활 속 걷기 실천으로 건강을 지키길 바라본다.

서울의 공원 지도나 접근방법, 서울의 공원을 즐길 수 있는 정보는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https://parks.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민기자 김민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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