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피하면 전세사기…서민주거 이대로 괜찮은가

채상욱 애널리스트

발행일 2022.09.07. 16:28

수정일 2022.11.02. 16:40

조회 1,932

애널리스트 채상욱의 ‘내 손안에 부동산’ (1) 서민 울리는 반지하 주택과 전세 사기
애널리스트 채상욱의 내 손안에 부동산
취약층의 주거공간으로 인식되는 ‘반지하 주택’은 96% 이상이 수도권에 있다.
취약층의 주거공간으로 인식되는 ‘반지하 주택’은 96% 이상이 수도권에 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알쏭달쏭한 부동산 정보, 이제 <내 손안에 서울>에서 조금씩 알아가보면 어떨까요? 다양한 매체에서 부동산, 주식, 금융 등 경제 분야를 아우르는 전문가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채상욱 애널리스트가 서울시민이 꼭 알아야 할 부동산 이슈들을 콕 집어 쉽게 설명해드립니다. 한 달에 두번씩 찾아오는 ‘내 손안에 부동산’에서 경제를 보는 안목을 키워보세요.

60년대 없었던 ‘반지하’, 수도권에만 96% 이상 밀집한 서민 주거의 최끝단 주거유형

2022년 8월, 서울에 기록적인 침수피해가 발생했다. 관악구, 강남구, 동작구 등에서 상가는 물론 주거지역이 피해를 입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곳은 반지하 주택이 주를 이뤘다. 이들 지역은 침수피해 취약지역으로 이미 지정된 지역이었으나 인명피해를 막지 못했다.

1962년 신설된 건축법에서는 지하층에 거실을 둘 수 없도록 하고 있었으나, 김신조 간첩사건 이후 지하 방공호의 개념으로 1970년 개정에서 주택의 지층 건설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때도 거실을 지층에 둘 수는 없게 했다.

이후 1970~80년대의 서울 개발 시기를 거치면서 서울에 주택이 부족해지지자 건축법에 변화가 생긴다. 지층에도 환기가 된다면, 즉 창호를 설치하면 거실을 둘 수 있게 하면서 지금까지 건설된 지층공간들이 주택임차로 활용되기 시작한다. 다만, 지하층이란 바닥에서 지상층 바닥까지 한 층의 벽체 ⅔ 이상이 지하에 있는 상태를 지층이라 하였는데, 이런 상태로 지어지는 지하층은 주거로 쓰기에 너무 열악하여 이후 1985년 건축법 개정 때, 이를 1/2로 완화하게 된다. 이 완화로 지층주택은 종전 ⅔ 지하에서 말 그대로 ½ 지하인 ‘반지하’가 되었다.

그렇게 반지하는 지층주택보다는 좋은(?) 주거 품질을 갖는 주택으로, 아니 어쩌면 그런 이유로 인한 당연한 귀결로 '반지하 주택 = 주거취약층의 주거공간'으로 인식된다.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서 거주 주택에 반지하를 적은 가구비중은 1.4%고, 지하는 0.2%다. 환산하면 지하나 반지하 거주 주택은 총 32.7만 가구로, 서울에만 20만 가구가 있고, 경기도 8만 가구, 인천 2.4만 가구 등 수도권에 96% 이상이 살고 있으니, 수도권 서민 주거의 거의 최끝단을 차지하는 주거유형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번 폭우 때 반지하 주택은 지층주택 보다 넓다는 이유,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더이상 생명권을 위협하는 주거권이 선택지가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안전하지 않은 주택을 서민주거의 선택지로 계속 남겨두지 않을 방법을 찾고 실행을 늦춰서는 안될 확실한 이유다.
신축 다중주택은 서민을 겨냥한 '전세사기'의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주택이 되버렸다.
신축 다중주택은 서민을 겨냥한 '전세사기'의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주택이 되버렸다.

서민이 주로 거주하는 ‘신축 다중주택’, 전세사기에 가장 적합(?)한 유형

반지하보다 높은 수준의 주택 임대차는 어떻게 될까? 주로 다중주택과 다가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주택들은 대체로 한 호의 건축물을 소유한 사람이 다수의 가구들을 대상으로 임차 목적으로 신축하거나 기축주택들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1990년대 주차장법 도입과 2019년 주차법 강화 이후, 다가구 주택보다는 다중주택을 더 선호하게 되었고, 현재 지어지는 임차목적 주택들은 다중주택이 대세다. 문제는 이들 주택들은 신축주택을 활용한 전세사기의 대상으로 가장 적합한 주택이 되버렸다는 것이다.

최근 다양한 유형의 전세사기들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들 전세사기는 서민들을 공략한다. 그기고 이들 대부분의 주택유형은 빌라거나 다중주택이다. 1,200여 채 이상의 빌라를 보유한 빌라왕의 전세사기, 강서 세모녀 전세사기 등에서 다중주택, 다가구, 다세대가 수시로 등장한다.

2020년에 서초구 반포 아파트에도 전세사기는 있었지만, 이는 임대차법과 대항력을 노린 형태로 아주 드문 사례다(물론 이것도 문제다). 일반적 전세사기는 서민들을 공략한다. 서민을 위한 주거라는 단독, 다가구, 다세대를 대상으로 많이 발생한다. 사기는 아니어도 전세금 미반환 사례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될까?

필자도 2013년 결혼을 앞두고 전세금을 제때 반환 받지 못했다. 임대인은 차기 임차인을 구하기 전까지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전세금을 적시에 돌려받지 못하는 현금 흐름 문제가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경험했다. 제대로 못 받아도 이런데, 하물며 사기를 당한 경우에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전세사기는 있어서는 절대 안 되는 사기 유형이다.

이쯤 되면 한국에서 아파트가 아닌 비 아파트의 임차시장은 대부분 주거품질의 열악함 뿐만 아니라, 임대차 거래관계에서도 언제든 사기에 노출될 수 있다는 그런 상당한 위험성을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상태가 된다. 작은 손칼 하나 주고 아마존 밀림을 헤쳐나가라는 소리와 같다.

전세, 진정한 서민을 위한 주거정책으로 전면 검토해야 할 시점

이쯤 되면 전세가 서민에게 좋은 주거 형태인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애초에 전세는 1970년대 금융기관 민간대출 시장이 성숙하기 전, 레버리지를 원하던 매수인들이 임차인의 보증금을 활용하기 위한 사금융 레버리지의 원천으로 고착화된 것이다. 즉, 등장부터 갭투자를 염두에 두고 등장한 것이다.

이런 제도를 5대 금융기관이 멀쩡히 눈뜨고 있는 요즘까지도 사금융으로 인정하고 있다. 전세는 이를 레버리지로 쓰는 갭 투자자들의 대출한도에 포함되지 않아서 10채 정도가 아니라 100채, 1,000채도 가능해진다. 무이자 레버리지이기 때문이다. 이게 정상일까?

전세보증제도 자체도 전세의 위험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금융제도라는 점에서 취지는 좋지만, 사금융에 정부기관이 보증을 서주고 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고 싶다. 정부기관들이 전세대출에 보증을 서주니 은행은 체크 없이 대출을 늘리고, 이를 투자자들이 갭투자에 활용하고 이를 무한히 반복하다가 초대형 사고가 나도록 되어 있는 시스템이 전세 시스템이다.

이제, 전세가 좋다는 환상을 버려야 할 때다. 전세는 임차인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임대인을 위한 제도이며, 1970년대 본격적인 등장부터 2020년대까지 계속 그렇다. 부디 전세가 서민주거이고, 서민주거를 위한 제도를 지속해야 한다는 환상을 버리자.

시작부터 월세의 240개월 이상, 즉 20년 이상의 목돈을 요구하는 제도는 임차인이 대출을 일으키게 하고, 임대인은 이를 공짜로 쓰는 말 그대로 사기적인 레버리지 제도다. 전세임차인을 보호하는 장치, 전세사기를 막는 노력은 한편으로 계속해야겠지만, 이제 서민주거제도로써 전세와 관련한 정책들을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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