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각의 헤아릴 수 없는 매력, 공연·음식·야경 모두 기대 이상!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07.19. 15:15

수정일 2022.07.20. 10:11

조회 12,286

삼청각 일화당 전경
삼청각 '일화당' 전경 ⓒ김윤경

50년 만에 삼청각이 새단장하고 본격 운영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북악산 기슭에 자리한 삼청각은 한식당과 카페, 웨딩과 연회를 하며, 전시와 강좌, 공연을 볼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1972년 7‧4 남북 공동성명 후 남북적십자대표단의 만찬을 위해 탄생한 곳으로, 2000년 서울시가 매입해 운영하다 재작년 1년 9개월의 리뉴얼 공사를 진행했다. ☞ [관련 기사] 삼청각 50년 만에 새단장…북악산과 어우러진 한옥美 가득
고즈넉한 한옥 카페 동백헌
고즈넉한 한옥 카페 '동백헌' ⓒ김윤경

삼청각은 5개의 한옥과 2개의 정자, 3개의 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동백헌과 취한당은 시민에게 개방되는 곳으로, '동백헌'은 카페로, '취한당'은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삼청각이야 말로 한국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장소가 아닐까요?” 비가 후드득 쏟아지던 날, 삼청각을 찾았다. 삼청각의 하채헌 대표가 반갑게 인사하며 말을 꺼냈다. 하채헌 삼청각 대표는 30년간 밀레니엄 서울 힐튼호텔에서 근무하며 관광과 해외 비즈니스 행사를 담당해온 전문가다.  
삼청각 하채헌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삼청각 하채헌 대표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윤경

“삼청각은 사계절마다 분위기가 달라요. 각각 인원수에 맞는 장소가 별채로 돼 있고 마당도 있잖아요. 그런 점이 삼청각이 지닌 매력같아요.” 그는 삼청각에 관한 장점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삼청각도 숙박을 제외하면 호텔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특히 음식에 큰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카페 다원에서 파는 대추차는 직접 3일을 다리고 우려내어 정말 진하거든요. 마셔본 사람들의 평이 좋습니다.” 하대표는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 직접 곳곳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원가를 절감하기보다는 맛과 질에 충실하려고 한다. 그만큼 삼청각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각종 야외 공연이 펼쳐질 삼청각 놀이마당
각종 야외 공연이 펼쳐질 삼청각 놀이마당 ⓒ김윤경

삼청각은 현재 문화사업, 식음료 및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설공연과 요리 및 와인 클래스 같은 교양강좌도 진행한다. 하대표는 앞으로 12주 정도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고자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삼청각이 생소할 수 있는데, 이곳 마당을 국내 학생은 물론 해외 유학생의 동아리 행사 공연장으로 개방해 좀 더 젊은 층에게 다가갈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카페를 찾는 사람은 문화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학생들은 활동 무대의 장을 가질 수 있게 되니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기회 아닐까?
삼청각 구석구석에 놓여진 소품에서도 기품이 느껴진다.
삼청각 구석구석에 놓여진 소품에서도 기품이 느껴진다. ⓒ김윤경

하대표는 “차기 공연을 준비하려고 기획자와 회의를 하고 있는데요. 국악에 한정하지 않고 재즈 같은 다양한 장르를 함께 해보려고 합니다”라고 말한다. 상설공연은 8월 초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릴 기회를 찾고 있다. 여행사와 협업해 삼청각 프로그램과 비빔밥 등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화당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별채들과 만난다.
'일화당'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별채들과 만난다. ⓒ김윤경

“저희가 지금은 대중교통이 불편하긴 해요. 그래서 관광노선 버스나 셔틀운행을 늘리는 등 여러 방안을 구상하고 있어요.” 시내버스 등을 고려했으나 어려움이 있어서, 도심관광버스에 노선이 생기면 이곳에 내려 산책을 하고 차와 식사를 즐기다 다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채마다 인원수에 알맞게 연회를 위한 세팅이 잘 돼 있다.
별채마다 인원수에 알맞게 연회를 위한 세팅이 잘 돼 있다. ⓒ김윤경

“개인적으로 제겐 이곳이 마지막 직장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만큼 제 모든 역량을 한껏 펼쳐보려고 하고 있어요. 삼청각은 제가 2월에 왔는데 설경이 진짜 멋졌거든요. 아직 여기서 가을은 못 느껴봤지만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하대표는 삼청각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들려줬다. 그의 말에서 진심이 전해졌다. 한옥이 주는 고풍스러운 멋에 현대적인 호텔에서 쌓아온 하대표의 오랜 경력이 더해지면 어떤 모습이 될까?
삼청각 유하정의 그림 같은 풍경
삼청각 '유하정'의 그림 같은 풍경 ⓒ김윤경
유하정 내부에는 폭 3미터가 넘는 원형 테이블이 있다.
'유하정' 내부에는 폭 3미터가 넘는 원형 테이블이 있다. ⓒ김윤경

삼청각 리뉴얼 공사는 대부분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 시설을 단장했다. 대리석이나 전등, 카펫 등을 시대 변화에 맞게 바꿨다. 그러면서도 옛 제품이 어울리면 유지하되 같은 제품을 구매해 교체하는 등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여러 각도로 신경을 썼다. 현재 유하정에 있는 폭 3미터가 넘는 라운드테이블의 경우 힐튼호텔에서 가져 왔는데, 고객들의 반응이 엄청 좋다고 한다. 
나무에 둘러 쌓인 모습이 그윽한 정취를 자아낸다.
나무에 둘러 쌓인 모습이 그윽한 정취를 자아낸다. ⓒ김윤경

하대표가 이곳에서 일한 기간이 길지는 않지만, 혹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는지 물었다. “삼청각에서 전통혼례를 하면 신부가 가마를 타고 오거든요. 그 가마를 신랑 친구들이 들게 되는데요. 어느 국제 커플이 결혼식을 했었는데 외국인 신랑 친구들이 무척 재밌어하고 신기해 하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를 많이 알릴 수 있는 것 같아 참 뿌듯했죠.”   

삼청각에서 즐길 거리

하대표의 안내에 따라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비가 오는 삼청각에는 북악산의 뿌연 안개가 더해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좋은 곳을 말하자면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지만, 그중에서 더 눈에 띄는 곳을 꼽아봤다. 
비 내린 후, 흐릿한 북악산은 더욱 운치있어 보인다.
비 내린 후, 흐릿한 북악산은 더욱 운치있어 보인다. ⓒ김윤경

한식당, 카페, 공연장이 있는 '일화당'

'남북이 하나로 모은다'는 의미를 담은 '일화당'은 삼청각에서 제일 규모가 큰 현대식 한옥 공간이다. 한식당과 카페 다원, 공연을 볼 수 있는 공연장이 준비돼 있다.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 다원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 다원 ⓒ김윤경
북악산을 마주하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다원 테라스
북악산을 마주하며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다원 테라스 ⓒ김윤경

일화당에 위치한 카페 다원은 다양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실내에 있는 푹신한 의자에 파묻혀 담소를 나누거나, 개인별 좌석에서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길 수도 있다. 또 테라스에 나가 북악산을 마주하며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아메리카노,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커피와 매실차, 대추차, 복분자차와 같은 음료, 아이스크림과 전통팥빙수 같은 디저트를 만날 수 있다. 진한 맛이 더없이 좋다. 한식당은 예약을 통해 2인 이상 점심과 저녁 코스메뉴로 운영된다. 인원수와 식사에 따라 룸과 홀이 마련돼 있다. 

재개관 기념전시 <소박한 축전>

'취한당'에서는 재개관 기념전시로 8월 28일까지 <소박한 축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는 서울시와 성북구가 함께해 성북구립미술관 소장품과 소장작가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규모는 작지만 7명 작가의 작품을 천천히 감상해 보자. 
삼청각 개관을 기념하여 열리고 있는 <소박한 축전>
삼청각 개관을 기념하여 열리고 있는 <소박한 축전> 전시 ⓒ김윤경

서울시가 '서울의 쉼표'로 선정한 '편운정'

삼청각에 있는 유하정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버섯 모양을 하고 있는 귀여운 정자를 만나게 된다. 이곳은 삼청각 가장 안쪽에 자리한 편운정으로 서울시에서 지정한 사색의 공간 ‘서울의 쉼표’로 선정된 곳이다. 편운정은 한 조각 구름이 드리운 쉼터라는 의미로 울창한 나무들과 계곡에서 흐르는 물을 보며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장소다.   
한 조각 구름이 드리운 쉼터라는 의미를 가진 '편운정'(왼쪽)과 그 옆을 흐르는 계곡(오른쪽)
한 조각 구름이 드리운 쉼터라는 의미를 가진 '편운정'(왼쪽)과 그 옆을 흐르는 계곡(오른쪽) ⓒ김윤경

수요상설공연 ‘일화정담’

“이건 해금이라는 악기인데요. 이 소리를 들어보세요. 여러분은 어떻게 들리시나요?” 이날은 수요상설공연인 ‘일화정담’의 마지막 공연도 있었다. 국악과 전통춤, 판소리 등으로 이루어져 4월부터 총 10회가 열렸는데 몇 번 본 사람도 있을 만큼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공연에는 저녁 식사가 포함돼 있다. 또한 관람 티켓 지참 시, 당일 카페 다원에서 30% 할인을 받아 음료를 마실 수 있다. 
전복 비빔밥과 갈비찜, 전 등이 함께한 저녁식사
전복 비빔밥과 갈비찜, 전 등이 함께한 저녁식사 ⓒ김윤경

식사는 공연 장르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선 국악에 맞춰 비빔밥과 궁중잡채, 갈비찜, 전 등이 개인별로 정갈하게 차려졌다. ‘원래 한정식이 이렇게 예뻤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비주얼을 능가하는 맛에 또 한번 반했다. 

사람들은 근사한 식사를 즐긴 후,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카페 다원에서 커피, 매실차, 대추차 등을 마시며 산속의 빗소리를 즐겼다.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시민들 ⓒ김윤경

고즈넉한 곳에서 펼쳐진 국악연주와 춤은 또 색달랐다. 해설자는 초보자도 알기 쉽게 악기에 관한 설명을 곁들여 사람들의 이해를 도왔다. 비오는 곳에서 <인연>과 <홀로아리랑> 등 친숙한 곡을 대아쟁과 해금 등을 통해 들으니 먼 곳에 온 기분이 들었다. 훗날 가족, 친구 등과 함께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겨운 한옥에서 시간과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 풍경과 미각을 사로잡는 음식,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공연을 모두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누군가와 추억을 만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과 맛이 있는 하루였다. 공연, 행사가 있는 날은 삼청각에서 안국역까지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니, 미리 문의해 보면 좋겠다. 
삼청각의 야경은 낮과 다른 매력을 선사해 준다.
삼청각의 야경은 낮과 다른 매력을 선사해 준다. ⓒ김윤경
카페 다원 테라스에서 비 내리는 야경을 즐기고 있다.
카페 다원 테라스에서 비 내리는 야경을 즐기고 있다. ⓒ김윤경

공연을 마치고 나오니 직원이 바깥 문을 양옆으로 활짝 열었다. 퍼붓던 비가 그친 삼청각의 야경은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 광경에 사람들은 마지막 선물을 받은 듯  “우와, 여기는 밤에 봐도 장관이네”, “탁 트여서 시원해”라며 이곳저곳에서 탄성을 질렀다.

삼청각에 직접 와보니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한국인, 외국인, 남녀노소 관계없이 누구와 찾아도 즐거운 곳이다. 개방된 청와대가 가까이 자리하고 있으니 오는 김에 함께 가보는 것도, 핫플레이스인 삼청동에 들려봐도 좋겠다. 앞으로 이곳에서 펼쳐질 다채로운 공연과 음식들이 기대된다. 북악산의 정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실 수 있고, 자연을 거닐며 전시와 공연, 문화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삼청각. 이렇게 근사한 또 하나의 공간이 우리 곁에 찾아와 더없이 행복하다. 

삼청각

○ 주소: 서울시 성북구 대사관로 3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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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문의 및 예약: 02-765-3700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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