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아래, 초록초록 메타세쿼이아 숲을 걸어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2.06.02. 10:03

수정일 2022.06.02. 18:12

조회 5,902

주말 아침 한 시민이 월드컵공원 메타세쿼이아 길을 산책하고 있다. ⓒ이선미
주말 아침 한 시민이 월드컵공원 메타세쿼이아 길을 산책하고 있다. ⓒ이선미

하늘 향해 쭉쭉 뻗은 가지. 길게 늘어선 나무들이 드리우는 그림자. 햇빛이 드는 시간에 따라 상큼한 분위기가 됐다가 몽환적인 세계를 표현할 수도 있는 길. 바로 메타세쿼이아가 울창한 길의 미덕이다. 서울 시내에도 마음을 느슨하게 하고 걸어볼 수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바로 월드컵공원 내 하늘공원이다. 

벌써 20년이 되었다. 1978년부터 1993년까지 15년 간 서울 시민이 버린 쓰레기가 산을 이뤘던 매립장이 2002년 봄, 월드컵공원으로 태어났다. 은빛 억새로 유명한 하늘공원과 가장 멋진 노을을 볼 수 있다는 노을공원을 포함한 다섯 개의 생태공원이 놀라운 모습으로 복원되어 계절마다 멋진 풍경을 선사해준다. 
길을 다 올라가면 정말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하늘공원의 계단길 ⓒ이선미
길을 다 올라가면 하늘에 닿을 것만 같은 하늘공원의 계단길 ⓒ이선미

그 가운데 하늘공원 아래 높이 솟은 메타세쿼이아 길은 주민들의 산책길로, 연인들과 친구들의 나들이장소로,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이들에게 멋진 작품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로 사랑을 받는 곳이다. 한낮에는 더더욱 더위를 피해 찾아드는 시민들이 많을 텐데 아직 오전이어서 산책길이 호젓했다. 고요한 숲에 새들이 지저귀고 이제 여름꽃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평평하게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이선미
평평하게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이선미
곳곳에 벤치가 놓여서 편하게 쉬어갈 수도 있다.ⓒ이선미
곳곳에 벤치가 놓여서 편하게 쉬어갈 수도 있다.ⓒ이선미

메타세쿼이아 길은 사계절의 풍경이 저마다 다르다. 무엇보다 단풍이 들면 가장 아름다워지는 낙우송답게 이 길도 ‘가을 단풍길’이라고 불릴 만큼 눈부신 단풍을 자랑한다. 하지만 어느새 초여름에 접어든 5월 말, 푸릇한 잎이 한껏 생명력을 과시하며 짙은 그늘을 만들어주는 길도 부족함이 없다. 

하늘공원 아래 이 길은 유모차나 휠체어도 무리없이 통행이 가능하다. 누구든 자신의 속도로 걷다가 쉬다가 마냥 여유를 부려볼 수도 있는 길이다.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느리게 혹은 빠르게 자신의 속도로 메타세쿼이아 길을 즐긴다. ⓒ이선미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고, 느리게 혹은 빠르게 자신의 속도로 메타세쿼이아 길을 즐긴다. ⓒ이선미
메타세쿼이아 길 끝에 있는 월드컵공원 육교. 구름다리를 건너 평화의 공원으로 갈 수 있다. ⓒ이선미
메타세쿼이아 길 끝에 있는 월드컵공원 육교. 구름다리를 건너 평화의 공원으로 갈 수 있다. ⓒ이선미

하늘공원으로 올라가는 계단길도 아직은 한가했다. 천천히 걸어올라가면 30분쯤 걸리는 계단길이다. 이른 시간에는 걸을 만하지만 더 쉽게 하늘공원에 가고 싶다면 맹꽁이전기차를 타면 된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노선은 난지천공원에서 하늘공원 정상까지 3.8킬로미터 구간이다. 편도로 사용하거나 왕복해도 된다. 물론 노을공원 정상까지 가는 노선도 있다. 
유아숲체험원 아래 맹꽁이전기차 탑승장에서 시민들이 차에 오르고 있다.ⓒ이선미
유아숲체험원 아래 맹꽁이전기차 탑승장에서 시민들이 차에 오르고 있다.ⓒ이선미

유아숲체험원은 맹꽁이전기차 탑승장에서 바로 이어진다. 여러 수종의 나무가 제법 그늘을 만들어 곳곳의 벤치에 가족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다. 당연히 어린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휴식처였다. 아이들은 안전하게 모래놀이터에서 장난을 하고 괴목들로 만든 놀이터를 즐겼다. 체험원에는 숲에 어울리는 미끄럼틀과 벤치 등이 있는데 대개 나무를 다듬어 제작했다. 
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한여름에도 상쾌하게 놀 수 있는 트리하우스들이 있다.ⓒ이선미
큰 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한여름에도 상쾌하게 놀 수 있는 트리하우스들이 있다.ⓒ이선미

아이들이 뛰어다녀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체험원에는 밧줄오르기, 그물놀이대, 통나무건너기 등 여러 종류의 놀이기구가 마련돼 있다. 어린이들이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을 만큼의 놀이터다.  
모래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이선미
모래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어린이들ⓒ이선미

시민들이 요가를 하고 배드민턴을 치고 나무그늘 아래 앉아 책을 읽는 난지잔디광장을 지나면 또 다른 어린이(유아) 놀이터가 있다. 아이들이 외줄건너기를 하고 있었다. 
오리연못으로 가는 길의 어린이놀이터에서 외줄을 건너보는 어린이들ⓒ이선미
오리연못으로 가는 길의 어린이놀이터에서 외줄을 건너보는 어린이들ⓒ이선미

오리연못에도 젊은 엄마아빠와 아이들이 많았다. 물 위에 노랑어리연꽃이 핀 연못 데크에서 해설사의 말에 귀 기울이는 아이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온갖 오염물이 가득했던 곳에 버드나무와 물억새 등 수생식물이 자리를 잡고 물고기와 새들도 찾아드는 연못을 걸으며 새삼 고개가 숙여졌다. 환경 파괴로 인한 영향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 자연의 힘을 생각했다.
어린이와 부모들이 해설사에게 오리연못의 생태에 대해 알아보며 데크를 걷고 있다.ⓒ이선미
어린이와 부모들이 해설사에게 오리연못의 생태에 대해 알아보며 데크를 걷고 있다.ⓒ이선미

난지도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길을 걷는 기분은 조금 남달랐다. 메타세쿼이아 역시 식물로서 마침표를 찍었던 나무다. 화석으로만 발견되어 당연히 멸종됐을 거라고 생각했던 나무가 1940년경 발견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쓰레기 매립장 ‘난지도’로부터 아름답고 쾌적한 공원으로 탄생한 난지천공원에서 멸종의 위기로부터 우리에게 온 메타세쿼이아 길을 걸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의 능력이지만 월드컵공원에서는 자꾸 자연의 힘을 생각하게 되었다. 
6월 24일까지 하늘계단 안내소에서 예쁜 포토프레임을 받을 수 있다.ⓒ이선미
6월 24일까지 하늘계단 안내소에서 예쁜 포토프레임을 받을 수 있다.ⓒ이선미

이제 빠른 속도로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가끔은 숲길을 걸으며 몸과 마음을 식히면서 숲이 주는 위로와 쉼을 누려도 좋겠다. 땡볕이 쏟아지는 한낮에도 메타세쿼이아 길에는 서늘한 온도가 머문다.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짚어보는 산책도,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가방을 내려놓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쉬는 것도 모두 가능한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아직은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지 않은 시기다. 함께 걷되 따로 또 같이 걸을 수도 있는 메타세쿼이아 길, 강력 추천한다. 

하늘공원 메타세쿼이아길

○ 위치: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 482-49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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