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 '화랑로 낙엽길' 걸으며 가을 힐링을!

시민기자 이봉덕

발행일 2021.11.11. 11:17

수정일 2021.11.11. 16:46

조회 2,590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프랑스 시인 레드 미 구르몽의 '낙엽' 중에서

가을 풍경과 잘 어울리는 시구를 중얼거리며 걸었다. 수북이 쌓인 낙엽 속으로 퐁퐁 빠질 때마다 사각사각 플라타너스 커다란 낙엽 밟는 소리가 장단을 맞춘다. 알록달록 단풍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계절, 화랑로 낙엽거리를 걸었다. 가을 정취를 가득 품은 서울의 아름다운 단풍 명소다. 
화랑로 낙엽길에 곧게 뻗은 플라타너스와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가을 감성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이봉덕
화랑로 낙엽길에 곧게 뻗은 플라타너스와 수북하게 쌓인 낙엽이 가을 감성을 한껏 발산하고 있다. ⓒ이봉덕

'서울 단풍길 96선'에 선정된 화랑로

얼마 전 서울시는 멀리 가지 않아도 가을 정취와 낭만을 즐길 수 있는 ‘서울 단풍길 96선’을 소개했다. 96개의 코스를 다 합치면 그 규모가 총 154km에 달한다니 서울에서 대전까지 가는 거리와 맞먹을 정도다. 시민들에 친숙한 은행나무, 느티나무, 왕벚나무, 버즘나무, 메타세쿼이아 등 나무 수량만도 5만 6,000주에 달한다.

서울시 홈페이지나 스마트서울맵을 이용하면 집에서 가까운 단풍길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이와 산책을 나온 가족이 '화랑로 낙엽길'을 여유롭게 걷고 있다. ⓒ이봉덕
아이와 산책을 나온 가족이 '화랑로 낙엽길'을 여유롭게 걷고 있다. ⓒ이봉덕

서울 단풍길 96선 중 하나로 소개된 '화랑로’를 찾았다. 태릉 입구에서 삼육대로 이어지는 이 길은 가을 단풍과 낙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화랑대철도공원부터 출발해 육군사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태릉, 태릉선수촌, 강릉을 지나 삼육대까지 한적하고 낭만 가득한 구간을 걸어보았다. 돌아올 때는 화랑로와 평행으로 달리는 경춘선숲길을 걸어 왕복 1시간이 소요됐다. 
갈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을 가르며 힘차게 자전거도로를 달린다. ⓒ이봉덕
갈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을 가르며 힘차게 자전거도로를 달린다. ⓒ이봉덕

일상회복과 함께 돌아온 동네 단풍길

화랑로 가로수 터널에 들어서니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커다란 플라타너스 낙엽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그리웠던 일상과 함께 찾아온 가을이 어서오라 반긴다. 떨어진 낙엽들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굴며 산책길을 온통 뒤덮었다. 시민들은 어느새 얼굴만큼 큰 나뭇잎을 손에 들고 거리를 산책하며 가을 정취를 한껏 즐기는 모습이다. 낙엽이 쌓일수록 풍성한 산책길이다.  
울긋불긋 낙엽공원은 낙엽이 쌓일수록 풍성해진다. ⓒ이봉덕
울긋불긋 낙엽공원은 낙엽이 쌓일수록 풍성해진다. ⓒ이봉덕

사각사각 낙엽길을 걷거나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낙엽공원에서 마냥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 너도나도 공원에 나와 가을 정취를 즐겼다. 사람들이 깔깔 웃는 소리와 함박웃음으로 가득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오랜만에 일상을 되찾은 듯 행복해진다. 
태릉 담장너머 울창한 숲이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들었다. ⓒ이봉덕
태릉 담장너머 울창한 숲이 알록달록 단풍으로 물들었다. ⓒ이봉덕

태릉과 강릉, 화랑대공원 등 주변 명소도 많아

화랑로는 중간중간 명소들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옛 기차역에 꾸민 화랑대철도공원,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태릉과 강릉을 찬찬히 둘러볼 수 있다. 
화랑로 낙엽길에서 조선왕릉 태릉과 강릉도 방문할 수 있다. ⓒ이봉덕
화랑로 낙엽길에서 조선왕릉 태릉과 강릉도 방문할 수 있다. ⓒ이봉덕
서울 태릉과 강릉을 잇는 숲길 안내도 ⓒ이봉덕
서울 태릉과 강릉을 잇는 숲길 안내도 ⓒ이봉덕

태릉은 조선 제11대 중종(재위 1506∼1544)의 세번째 왕비인 문정왕후 윤씨의 무덤이고, 강릉은 조선 제13대 명종(재위 1545∼1567)과 그의 부인인 인순왕후 심씨의 무덤이다. 어머니 문정왕후의 ‘태릉’과 아들 부부 명종·인순왕후의 ‘강릉’을 잇는 숲길은 10월, 11월에 깜짝 개관한다. 숲길을 걸어 나오는 시민에게 물었더니 ‘엄지 척’하며 아름다움을 전한다. 숲길 산책은 1시간 정도 걸린다. 예정된 목적지가 아니어서 지나치지만, 말로만 들었던 아름다운 숲길을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꼭 한번 걸어보고 싶다. 
삼육대 앞 육교를 건너면 경춘선숲길로 진입한다. ⓒ이봉덕
삼육대 앞 육교를 건너면 경춘선숲길로 진입한다. ⓒ이봉덕
화랑로 낙엽거리에 있는 '경춘선숲길' 진입로 ⓒ이봉덕
화랑로 낙엽거리에 있는 '경춘선숲길' 진입로 ⓒ이봉덕

추억이 함께 쌓여가는 경춘선숲길의 가을

뿐만 아니라 이 길은 육군사관학교와 서울여대, 삼육대 캠퍼스도 넓게 자리하고 있어서 한층 더 여유로운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길을 건너 경춘선숲길 화랑대철도공원으로 향한다. 아빠 엄마 손을 잡고 좁은 철도 위를 곧게 걸어가느라 안간힘을 쓰는 아이들의 개구진 뒷모습이 보인다. 소중한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가족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젠가 또 즐거웠던 이 날을 추억 하리라.
경춘선숲길의 인기 명소인 '화랑대철도공원' ⓒ이봉덕
경춘선숲길의 인기 명소인 '화랑대철도공원' ⓒ이봉덕
경춘선숲길에서 앞서거니 뒷거리니 마냥 즐거운 장난꾸러기 삼형제가 놀고 있다. ⓒ이봉덕
경춘선숲길에서 앞서거니 뒷거리니 마냥 즐거운 장난꾸러기 삼형제가 놀고 있다. ⓒ이봉덕

철로 위에서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는 더욱 경쾌해진다. 연갈색, 진갈색, 연노랑, 진노랑이 뒤섞인 알록달록 기찻길 위에서 이 가을 추억을 쌓아보자.
경춘선숲길 철길 위에도 플라타너스 낙엽이 수북히 쌓였다. ⓒ이봉덕
경춘선숲길 철길 위에도 플라타너스 낙엽이 수북히 쌓였다. ⓒ이봉덕

태릉과 강릉 내 숲길 개방 안내

○ 개방 구간 : 태릉과 강릉을 잇는 숲길 총 1.8km (왕복 약 1시간 소요)
○ 개방 기간 : 2021. 10. 1.∼11. 30.(매주 월요일 휴관)
○ 운영 시간 : 9:00~16:30 
○ 문의 : 조선왕릉관리소 중부지구관리소 태릉 02-972-0370

시민기자 이봉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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