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8코스 ‘독립의지의 길’을 걷다

시민기자 김복희

발행일 2021.11.11. 10:32

수정일 2021.11.11. 10:33

조회 309

서울 도심 중앙의 120년 간 들어갈 수 없었던 용산 미군기지, 이 곳은 알려지지 않은 역사와 자원들이 켜켜이 쌓여 있는 공간이다. 이 거대한 용산 미군기지가 용산공원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많은 시민의 참여와 관심으로 만들어 가고자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은 용산기지 13km 담벼락을 따라 총 8개 코스로 구성되었다.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은 용산기지 13km 담벼락을 따라 총 8개 코스로 구성됐다. ⓒ김복희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프로그램은 용산기지 13km 담벼락을 따라 총 8개 코스로 구성됐다. ⓒ김복희

해설사가 함께하는 둘레길 산책은 용산미군기지 담벼락을 따라 함께 걸으며 용산기지 일대에 펼쳐진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 안에 담긴 역사, 문화 이야기를 공유한다. 독립의지의 길, 과거전환의 길, 부군당 산책길, 녹사평 산책길, 한강로 산책길, 이촌동 산책길, 철도명암의 길, 일제흔적의 길 등이 있는데, 코스별 날짜와 시간이 달라 복수로 여러 코스 신청도 가능하다. 

네이버예약에서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을 검색하면 각 코스별 상세정보를 볼 수 있다. 회차별로 10명씩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아쉽게도 11월 신청은 모두 마감된 상태다. 올해는 11월 13일이 마지막 투어다. 취소자가 생기면 참가가 가능하다고 한다. 
'독립의지의 길' 투어 첫 코스는 효창공원이다. ⓒ김복희
'독립의지의 길' 투어 첫 코스는 효창공원이다. ⓒ김복희

필자는 8개 코스 중 ‘독립의지의 길’을 해설사와 함께 걸었다. 효창원로에서부터 용산기지 북단의 후암로까지 함께 걸으며 일제에 저항했던 우리 선조들의 독립의지를 이해할 수 있는 길이다. 효창동주민센터 앞에서 모여 출발했다. 코스는 효창공원, 숙명여자대학교, 식민지역사박물관, 옛 삼관소학교, 옛 조선은행 사택지, 김상옥 의사 항거 터, 옛 전성서 터 등을 돌아보는 일정이었다. 
이봉창 의사 동상 앞에 모여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김복희
이봉창 의사 동상 앞에 모여 참가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김복희

가장 먼저 만나는 효창공원은 본래 효창원으로 정조대왕의 장남인 문효세자와 그의 생모인 의빈 성씨, 순조의 딸인 영온옹주와 그녀의 생모인 숙의 박씨 묘가 있던 곳이다. 1989년에는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백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안중근(가묘) 등 선열들의 묘역과 함께 편의시설이 마련돼 휴식을 위한 공원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효창공원 내 백범 김구 선생 묘역 ⓒ김복희
효창공원 내 백범 김구 선생 묘역 ⓒ김복희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안중근가묘가 있는 삼의사 묘역을  찾았다. ⓒ김복희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안중근가묘가 있는 삼의사 묘역을 찾았다. ⓒ김복희

독립의지의 길에 숙명여자대학교가 들어간 것은 설립 배경과 관련 있다. 숙명여대의 전신인 명신여학교는 1905년 민족여성의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순헌황귀비의 지원에 의해 황실이 설립한 여학교이다. 1948년 숙명여대로 승격해 여성지식인을 배출해내는 대학으로 운영되고 있다.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숙명여자대학교 모습 ⓒ김복희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숙명여자대학교 모습 ⓒ김복희
참가자들이 숙명여자대학교 설립 배경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복희
참가자들이 숙명여자대학교 설립 배경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김복희

숙명여대 캠퍼스 인근의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일제강점기 전문 박물관이다. 박물관 앞에는 반민특위 터 표석이 있는데 건물 신축 공사로 이곳으로 옮겨와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전문 박물관인 식민지역사박물관 입구 ⓒ김복희
일제강점기 전문 박물관인 식민지역사박물관 입구 ⓒ김복희
반민특위 터 표석도 박물관 앞에 있다. ⓒ김복희
반민특위 터 표석도 박물관 앞에 있다. ⓒ김복희

옛 삼판소학교는 일제강점기에 좋은 시설을 갖춘 일본인 소학교였다. 해방 이후 일본인으로부터 인수해 지금의 삼광국민학교로 재개교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금 삼광초등학교 자리에는 옛 삼판소학교가 있었다. ⓒ김복희
지금 삼광초등학교 자리에는 옛 삼판소학교가 있었다. ⓒ김복희

옛 조선은행 사택지는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경제 수탈을 위해 일제가 세운 조선은행의 직원을 위한 대규모 주택 단지다. 현재는 저층 연립주택 정도의 건물만 남아있지만 당시 일제시대의 사택지는 그 안에서 모든 생활이 해결될 정도로 거대한 단지였다고 한다. 해방 이후 불하했던 조선은행 사택지 일부분은 오늘날 한국은행의 후암 생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옛 조선은행 사택지 ⓒ김복희
옛 조선은행 사택지 ⓒ김복희
조선은행 사택지는 한국은행의 후암생활관으로 사용 중이다. ⓒ김복희
조선은행 사택지는 한국은행의 후암생활관으로 사용 중이다. ⓒ김복희

김상옥 의사 항거터는 의열단원이던 김상옥 의사가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다음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숨어 있었던 매부 고봉근의 집터다. 
김상옥 의사 항거 터 ⓒ김복희
김상옥 의사 항거 터 ⓒ김복희

옛 전생서 터는 조선시대 국가 제례 때 사용할 소·양·돼지 등을 기르고 공급하던 관청인 전생서가 있었던 곳이다. 근처에 돼지고기 장수들이 많이 살았다고 하며 현재는 사회복지시설인 영락보린원이 세워져 있다. 
옛 전생서 터 ⓒ김복희
옛 전생서 터 ⓒ김복희

약간의 골목길을 오르락 내리락 용산 후암동 지역 3.3km를 걸었다. 120여 년만에 시민에게 돌아온 용산기지와 그 주변의 살아 숨쉬는 역사를 만나보는 의미있는 투어였다. 내년 봄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이 재개돼 보다 많은 시민들이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예약 사이트: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505569

시민기자 김복희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만 살고 있는 서울시민입니다 서울의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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