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물드는 남산, '배려의 길' 함께 걸어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11.08. 14:36

수정일 2021.11.08. 14:38

조회 2,903

시각장애인도 함께 걷는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

위드코로나와 함께하는 가을, 오래 긴장했던 염려를 잠시 내려놓고 단풍놀이에 나섰다. 서울 곳곳에 단풍이 물들고 있는 가운데 찾아가기 쉬운 단풍 명소 ‘남산’을 찾았다. 특히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는 차량 통행이 없어 유모차나 휠체어 이동이 안전하고 시각장애인들에게도 사랑받는 산책로다.
남산둘레길 단풍이 절정이다. ⓒ이선미
남산둘레길 단풍이 절정이다. ⓒ이선미
북측순환로 시작 지점에 장애인 주차공간이 있다. 장애인택시가 자주 서는 곳이다. ⓒ이선미
북측순환로 시작 지점에 장애인 주차공간이 있다. 장애인택시가 자주 서는 곳이다. ⓒ이선미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음향신호기가 녹색신호를 알렸다. “남산공원 방향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 점멸신호로 바뀌었습니다.” 보행자 작동 신호등에도 점자가 표기돼 있다. 

2007년 조성한 남산공원 북측순환로는 남산케이블카 북측순환로 입구 쉼터에서 국립극장 앞까지 3.5km의 길로, 2019년 노후시설을 정비하고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유도블록 등을 더 보완했다. 휠체어와 유모차도 대여 가능하고 장애인 화장실과 점자안내판 등도 설치해 불편함을 줄였다. 
보행자 작동 신호등에도 점자가 표기돼 있다. ⓒ이선미
보행자 작동 신호등에도 점자가 표기돼 있다. ⓒ이선미
점자안내판도 곳곳에 있다. ⓒ이선미
점자안내판도 곳곳에 있다. ⓒ이선미

북측순환로는 남산둘레길 중 가장 길고 폭도 6~8m로 넓다. 경사도 완만해 누구나 가볍게 걸을 수 있다. 또한 올라갈 길도 많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접근하기도 쉽다. 봄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고 가을이면 단풍이 불타듯 물들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휠체어를 탄 일행이 지나가고 아이와 함께한 가족도 지나갔다. 동행인과 함께한 시각장애인이 산책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팡이로 유도블록을 확인하며 걷는 젊은 시각장애인은 무척 빨리도 걸었다.
시각장애인이 동행인과 함께 산책에 나섰다. ⓒ이선미
시각장애인이 동행인과 함께 산책에 나섰다. ⓒ이선미
북측순환로는 유모차와 휠체어,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걷는 ‘배려의 길’이다. ⓒ이선미
북측순환로는 유모차와 휠체어,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걷는 ‘배려의 길’이다. ⓒ이선미

청록파 시인 조지훈의 시비 앞에도 유도블록이 놓이고 점자 시비가 설치됐다. 위치는 동행이 안내해 줘야 알 수 있겠지만 시각장애인들도 남산둘레길에 스치는 바람결에 시를 만날 수 있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잠시 고초를 겪은 조지훈이 그 혼돈의 시간에 썼던 시를 읽었다.
“……들어도 싫지 않은 물소리기에 /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조지훈의 시 '파초우'를 읽었다. ⓒ이선미
조지훈의 시 '파초우'를 읽었다. ⓒ이선미
시각장애인은 유도블럭을 밟고 점자로 된 시를 읽을 수 있다. ⓒ이선미
시각장애인은 유도블럭을 밟고 점자로 된 시를 읽을 수 있다. ⓒ이선미

시를 읽고 있는데 마침 물소리가 들렸다. 저류조나 지하철 용수를 이용해 만든 실개천에 제법 물이 맑게 흘렀다. 남편과 함께 걷던 아내가 반색을 했다. 
“오~ 이 물 좀 봐요. 정말 맑아 보여요.”
실개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 ⓒ이선미
실개천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 ⓒ이선미

실개천에 떨어진 나뭇잎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더했다. 곳곳에 놓인 벤치에도 유도블록이 이어지고 쉼터에도 촉지도가 있어서 더 안전하게 산책을 할 수 있다.
쉼터에도 유도블록이 이어지고 옆에 점자 촉지도가 설치돼 있다. ⓒ이선미
쉼터에도 유도블록이 이어지고 옆에 점자 촉지도가 설치돼 있다. ⓒ이선미
유모차나 휠체어가 벤치로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로를 만들었다. ⓒ이선미
유모차나 휠체어가 벤치로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로를 만들었다. ⓒ이선미

우리 역사의 한복판인 남산에는 와룡묘가 있다. 제갈공명, 즉 와룡선생을 모시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좀 뜬금없는데, 이곳엔 관우상과 단군사당, 삼성각, 약사불 등 우리 전통 신앙이 깃든 곳도 여럿 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우리 선조들이 삶을 의지하던 민간신앙의 흔적이다. 문 닫는 시간이 돼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우리 민간신앙의 흔적인 와룡묘가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에 있다. ⓒ이선미
우리 민간신앙의 흔적인 와룡묘가 남산둘레길 북측순환로에 있다. ⓒ이선미

11월 6일부터 남산둘레길에서는 ‘제7회 남산둘레길 걷기’, ‘남산에서 놀자’가 시작된다. 먼저 21일까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비대면 걷기 프로그램 ‘남산둘레길 프리워킹’이 있다. 남산둘레길 전체 7.5km를 완주하는 코스로, ‘워크온’ 어플을 설치해 ‘남산둘레길 프리워킹’을 선택하고 참여하면 된다.
11월 6일부터 ‘제7회 남산둘레길 걷기’가 시작된다. ⓒ서울시
11월 6일부터 ‘제7회 남산둘레길 걷기’가 시작된다. ⓒ서울시

12월 5일까지 이어지는 ‘남산둘레길 갤러리’도 기대된다. 서울 공원사진사가 기록한 서울의 공원 사진들을 북측순환로 일대에서 감상할 수 있다.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11월 13~14일 남산둘레길 가을투어, 남산둘레길 원데이 클래스(요가, 러닝, 활쏘기), 힐링칠링 유아숲 가족소풍 등 대면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서울시공공서비스예약에서 사전 예약 후 참여할 수 있다.
물들어가는 가을 나뭇잎 사이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이선미
물들어가는 가을 나뭇잎 사이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이선미

모두 함께 걷는 안전한 남산길에 곱게 물들어가는 가을 단풍이 절정이다. 올해 단풍이 썩 좋지 않다는 얘기도 하지만 물들어가는 나뭇잎들은 그 자체로 부족함이 없다. 

제7회 남산둘레길 걷기

○ 일정: 2021. 11. 6.(토)~12. 5.(일) 10:00~17:00
○ 코스: 남산둘레길(야외식물원, 북측순환로) 일대 7.5km (약 3시간 소요)
○ 프로그램: ▲남산둘레길 프리워킹 ▲남산둘레길 갤러리 ▲남산둘레길 행사 대면 프로그램 등
체험프로그램 사전예약
홈페이지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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