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어르신의 일자리 도전! "주부 45년 차 경력 살렸어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07.07. 15:40

수정일 2021.07.0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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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일자리 전담기관 '송파시니어클럽' 실버락웰빙푸드 사업에 참여하다!
어르신들이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어르신들이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윤혜숙

평일 오전 10시경, 송파여성문화회관 4층 ‘실버락웰빙푸드’에선 음식 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테이블이 놓인 공간 안쪽에 자리한 주방에서 나는 냄새다. 고개를 돌리니 앞치마를 두르신 분들이 요리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점심시간에 맞춰 배달할 도시락을 만드는 중이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뵈니 요리하는 분들이 나이가 지긋해 보인다. 문득 연로하신 필자의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르신들이 만든 수제 돈가스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었다.ⓒ윤혜숙
어르신들이 만든 수제 돈가스 도시락을 점심으로 먹었다. ⓒ윤혜숙

오늘의 도시락 메뉴는 돈가스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이른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갓 튀겨낸 돈가스를 한 점 베어 무니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해진다. 기름에 튀겨 바삭바삭한 돈가스가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셨던 집밥 그대로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어릴 적 입맛을 떠올리게 하는 맛있는 도시락이 왜 이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일까. 
송파시니어클럽은 송파구에 있는 어르신 일자리 전담 기관이다.
송파시니어클럽은 송파구에 있는 어르신 일자리 전담 기관이다. ⓒ윤혜숙

정민지(71세) 어르신은 자녀를 결혼시킨 후 집에서 무료하게 지내고 있었다. 백세시대라고 하는데 자그마치 30년을 이렇게 지낸다고 생각하니 따분했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지 45년이다. 한창 젊었을 적엔 꿈도 많았는데 결혼 후 남편과 자녀를 뒷바라지하다 보니 어느새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그는 아침마다 거울에 비친 머리가 희끗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까지 주부로 살아온 내가 이 나이에 새삼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며 체념하곤 했다.

하지만 한창 자녀를 키울 적에 비해 온종일 시간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그래서 취미나 봉사 등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소일거리라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말처럼 어르신은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송파시니어클럽 실버락웰빙푸드' 사업이다.
실버락웰빙푸드 주방에서 사전에 주문 받은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실버락웰빙푸드 주방에서 사전에 주문 받은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 ⓒ윤혜숙

‘송파시니어클럽’은 송파구 어르신 일자리 전담 기관이다. '공익활동형', '시장형', '사회서비스형', '취업알선형'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민지 어르신이 지원한 실버락웰빙푸드는 '시장형 일자리' 사업에 속한다.

실버락웰빙푸드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어머니들의 정성이 깃든 도시락이나 수제 식품을 제조, 판매하며 독거어르신 밑반찬, 아동 도시락 등을 납품하고 있다. 방부제나 첨가물을 넣지 않고 전통 방식을 이용해 수제로 만든 식혜, 오란다 등도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실버락웰빙푸드는 계속해서 어머니 손맛을 재현한 전통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어머니 손맛으로 만든 집밥 같은 수제 도시락이다. ⓒ윤혜숙
어머니 손맛으로 만든 집밥 같은 수제 도시락이다. ⓒ윤혜숙

전업주부로 지내왔던 정민지 어르신의 경력을 온전히 살릴 수 있는 맞춤 일자리였다. 어르신은 지난 2018년 2월 모집에 지원했고, 일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곳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도 방 안에서 우두커니 지내고 있었을 거라면서 지금의 일에 굉장히 만족해했다. 어르신은 “오늘 도시락이 맛있었다는 반응을 들으면 오전 내내 주방에 서서 일했던 피로가 순식간에 풀린다”고 말했다. 실버락웰빙푸드에서 제작한 도시락을 먹어본 사람들은 누구든 집밥과 같이 정성이 깃든 도시락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실버락웰빙푸드만의 비결은 무엇일까? 사전에 주문을 받은 수량에 맞춰서 식자재를 준비해 잔반이 남지 않는다. 매월 정해진 식단표에 맞춰서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정민지 어르신은 미리 정해진 식단표를 보고 전 날 집에서 연습삼아 요리해 보면서 제대로 된 맛이 나오는지를 점검한다. 또한 기존에 고수해왔던 레시피를 변형해서 동일한 식자재로 다양한 요리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이구동성 “우리 식구에게 먹이는 음식을 준비하듯이 정성껏 요리한다”고 말씀하셨다. 도시락을 받아든 누구나 반찬 하나하나에 어머니의 손맛과도 같은 정성이 담겨 있음을 느끼게 하는 이유다.
수제 도시락을 만드는 어르신들
수제 도시락을 만드는 어르신들 ⓒ송파시니어클럽

올해 71세인 정 어르신은 이곳에서 월평균 30시간 내외로 근무한다. 근무하면서 오히려 건강이 더 좋아졌다. 반나절 주방에서 근무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기에 집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하루에 1시간씩 만 보를 걷고 있다.

매일 출근하지 않기 때문에 실버락웰빙푸드에서의 근무일이 기다려진다. 내일 출근이면 오늘 저녁부터 마음이 설레면서 기대감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새삼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지만 비슷한 연령대의 어르신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즐겁다고 말한다. 

어르신은 시간이 많고 무료한 분들을 위해 어르신 일자리에 적극적으로 지원해 볼 것을 추천했다. “사회에 기여하고 용돈도 벌 수 있다”며 “자신 있게 도전해보라”고 말했다. 아울러 “백세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웬만한 청년 못지않게 체력적으로 건강하다. 그러니 고령자가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일자리가 더 늘어나면 좋겠다”는 바람을 얘기한다.
송파시니어클럽 내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송파시니어클럽 내 테이블이 마련돼 있다. ⓒ윤혜숙

저출산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시니어 인력을 활용한 일자리 창출이 절실하다. 어르신은 “나이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하면 된다. 자격이나 경력이 부족하다면 새롭게 배우고 익히면 된다. 나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있을 때 더욱 행복한 노후를 보내게 될 것이다”고 본인의 경험에 비춰서 또래의 어르신을 위해 조언했다. 

서울시내 곳곳에 송파시니어클럽과 같은 어르신 일자리 전담 기관이 있다. 아직 자신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어르신이라면 어르신 일자리 전담 기관의 문을 두드려보길 바란다. 일대일 상담을 거쳐서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송파시니어클럽

○ 주소 : 서울 송파구 백제고분로42길 5 송파여성문화회관
○ 가는법 : 석촌역 3번 출구에서 204m
송파시니어클럽 홈페이지 바로가기(클릭)
○ 문의: 02-424-1255
서울시 어르신 일자리 홈페이지(클릭)

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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