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한옥, 부암동 '무계원'에서 채상을 짜다

시민기자 최윤정

발행일 2021.06.23. 10:00

수정일 2021.06.2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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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공간 무계원 '짜임의 미학, 채상' 기획전시 및 체험
종로구 부암동에 전통문화공간인 무계원이 자리했다.
종로구 부암동에 전통문화공간인 무계원이 자리했다. ⓒ최윤정

무계정사를 세우고 당대 문화의 꽃을 피웠던 안평대군

드라마에서도 종종 나오는 종로구 부암동은 무계원, 목석원, 윤동주문학관, 현진건 집터처럼 역사적이면서도 운치가 뛰어난 곳들이 많다. 이 중 유형문화재 무계원은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의 별장인 무계정사가 있었던 터로 당대 문인들과의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다. 조선 서화가 이병직의 집이자 도시 상업 한옥의 대표적인 오진암의 자재를 그대로 옮겨와 더욱 유서깊은 장소다. 현재는 전통혼례, 전통공연 등 행사가 많은 무계원에서 <안평대군의 몽유도원도 시화권> 전시와 국가무형문화재 채상장 전시 <짜임의 미학, 채상>과 체험행사가 열려 찾아가 보았다.
무계원의 현판
무계원의 현판 ⓒ최윤정

도화밭에서 노닐던 꿈 그린 무계원 터를 만나다

‘안평(安平)’이란 이름과 달리 험난한 인생을 살았던 그의 인생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다. 훗날 수양대군에게 안타까운 죽임을 당한 그는 그림, 가야금, 글씨에 뛰어난 예술가요 후원자로서 신숙주, 박팽년, 성삼문, 안견과도 친분이 깊었다고 한다. 자신이 복숭아밭에서 노닌 황홀한 꿈을 듣고 3일만에 그려 낸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산수화에 큰 영향을 주었다. 
안평대군이 꾼 도원의 꿈 내용을 안견에게 설명해 3일만에 완성했다는 몽유도원도
안평대군이 꾼 도원의 꿈 내용을 안견에게 설명해 3일만에 완성했다는 몽유도원도 ⓒ최윤정
20명의 당대 문무인들의 찬문도 볼 수 있다.
20명의 당대 문무인들의 찬문도 볼 수 있다. ⓒ최윤정

그림에 본인의 시와 20명이 넘는 문인들의 찬문이 적혀있는 원본은 현재 일본 덴리대학에 소장중이지만 무계원에서 상시 전시 중인 <시화권>을 통해서라도 대할 수 있어 다행이다. 천하에 부러울 게 없는 왕의 자손도 꿈꾸는 세계가 있구나 싶기도 하고 남의 꿈을 그려 낸 안견이란 화가의 상상력도 대단해 보인다. 안평대군이 꿈궜던 도화원은 4년뒤 이 곳과 비슷하다고 해서 무계정사를 지었다고 전해진다.
안평대군의 별장터였던 무계원의 모습
안평대군의 별장터였던 무계원의 모습 ⓒ최윤정
무계원의 안채
무계원의 안채 ⓒ최윤정

짜임의 미학 '채상'…손끝 감동에 취하다

대나무를 얇고 가늘게 쪼개어 실과 같이 만든 대오리를 황색, 청색, 홍색으로 염색해서 베를 짜듯 엮어 상자를 만드는 죽세공예로, 대를 재료로 한 세공품 중 가장 정교한 것이 이 ‘채상’이다. 옛날 왕이 승하했을 때 중앙으로 올리는 봉물, 보석함, 궁중제례복의 보관함으로 쓰였고 민가에서도 혼수감같은 중요한 물건을 담았다. 

지난 6월 4일부터 6일까지 총 3회에 걸쳐 1대 채상장 서한규 옹의 딸 서신정 장인과 함께 채상에 대해 알아보고, 차받침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과정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과 첫 작품임에도 너무 예뻐서 쓰기 아까울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딱딱한 대나무가 실이나 종이처럼 되기까지의 과정은 누가 봐도 어렵고 힘들어 보인 반면, 대나무를 이용한 섬세한 세공품은 조상들의 멋진 아이디어에 감탄케 했다.
채상전시회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
채상전시회 설명을 듣고 있는 시민들 ⓒ최윤정
서신정 장인이 채상의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서신정 장인이 채상의 과정을 시연하고 있다. ⓒ담양여행·DAMYANG 유튜브
대나무는 담양산을 으뜸으로 치며 채상은 겉대와 속대를 사용할 수 있는 왕대가 기본이 된다.
대나무는 담양산을 으뜸으로 치며 채상은 겉대와 속대를 사용할 수 있는 왕대가 기본이 된다. ⓒ최윤정

다산 정약용이 채상을 무늬 채(彩)가 아닌 비단 채(綵)로 바꾸어 비단같이 예쁜 상자라고 부른 것에 충분히 공감이 된다. 왕대의 겉대와 속대를 다 써서 그런지 한 올 한 올 헤쳤다는 대나무가 탄력성이 있으면서도 단단하다. 어떤 것은 가구로, 어떤 것은 실용적인 의자로 어떤 것은 명품백과도 견줄 고급가방이 된다. 기계가 해 줄 수 없는 손끝의 미, 보기만해도 황홀하다. 
채상으로 만든 가구
채상으로 만든 가구 ⓒ최윤정
채상으로 만든 장식품
채상으로 만든 장식품 ⓒ최윤정
옻칠을 한 채상작품
옻칠을 한 채상작품 ⓒ최윤정

플라스틱의 출현 이후 지금은 채상의 장인인 채상장이 무형문화재로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를 본 일행들도 대나무가 이렇게 고급진 작품의 소재가 된다는 것에 신기해했다. 염색만 한 것보다는 옻칠까지 한 것이 훨씬 오래 간다니 대대손손 물려줄 가품이 될 듯하다.     
전통채상이 현대와 만나 가방이 되고 피크닉백이 되었다.
전통채상이 현대와 만나 가방이 되고 피크닉백이 되었다. ⓒ최윤정
1대 서한규옹, 2대 서신정 채상장에 이어 자제분도 함께 한다니 국가문화에 기여하는 뜻깊은 가업이다.
1대 서한규옹, 2대 서신정 채상장에 이어 자제분도 함께 한다니 국가문화에 기여하는 뜻깊은 가업이다. ⓒ최윤정

무계원, 지금은 도심 속 시민의 연회장

무계원은 안채, 사랑채, 행랑채, 주방과 앞마당, 뒷마당으로 구성돼 있으며, 대관도 가능하다. 서울 유니크베뉴(기업회의 컨벤션 등  MICE 행사가 가능한 곳)의 특별한 장소로도 선정된 바 있다. 종로구에서는 올해 사전 모집한 신청자를 위한 전통혼례식도 개최할 예정이라니 자주 와봄직하다. 

한 때는 왕가가 쓰던 풍류, 여흥장이었던 무계원은 이제 시민의 연회장이 되었다.  안평대군이 꿈꾸웠던 도화원의 즐거운 한 때나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의 궁극적인 목적도 모두가 행복하고 누리는 삶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가늠해본다.
전통문화를 꽃 피워주는 무계원  천원의 행복 기부캠페인, 카드도 가능하다.
전통문화를 꽃 피워주는 무계원 천원의 행복 기부캠페인, 카드도 가능하다. ⓒ최윤정

■ 무계원

○ 주소: 서울시 종로구 창의문로 5가길 2(부암동 315-3), 주차장없음
○ 관람시간 : 화~일요일 09:00~18:00. 월요일 휴무
○ 입장료 : 무료
○ 대관안내 : 종로문화재단 02-379-7131~2
○ 부대시설: 냉난방, 음향 및 빔프로젝트, 노트북 유료대여 등 
○ 홈페이지 : https://www.jfac.or.kr/site/main/content/moogw01

시민기자 최윤정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서울의 혜택을 누리며 살았으니 좋은 장소와 취지를 공유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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