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걷기 좋은 길, 북한산 우이령길
발행일 2021.05.31. 10:03
코로나19 때문인지 요즘 산이나 공원을 찾아 걷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북한산, 관악산, 한강공원 등 산책하기 좋다는 곳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멀리 가지 않고도 북적대지 않고 사색하며 쉬엄쉬엄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 어디 없을까?

북한산둘레길 21구간 우이령길 탐방코스 안내도 ⓒ최용수
가까우면서도 탐방객이 적은 소귀고개 '우이령길'을 추천한다. 우이령길은 북한산 상장능선과 도봉산 송추남능선 사이의 계곡 탐방로다. 양주시 장흥면과 강북구 우이동을 잇는 길로 예로부터 고양, 파주 등 경기 북부와 한양을 잇는 최단의 지름길이다. 당시는 우마차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었는데 한국전쟁 때 미군 36공병대가 군사작전용 도로를 개설했다.

우이령길 탐방코스 안내 ⓒ최용수
1968년 1월 21일,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습격 기도 사건이 발생한다. 이른바 1·21 사건, 이를 계기로 군부대와 전투경찰이 주둔하면서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다가 2009년부터 재개방됐다. 지금도 사전예약제로 제한된 인원에게 허용되는 특별한 곳이다.

교현탐방지원센터로 가는 길목 벽화 ⓒ최용수
코로나19로 쌓인 우울감을 떨쳐내며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이령길을 사전 예약했다. 탐방의 들머리는 교현탐방지원센터로, 날머리는 우이령탐방지원센터로 했다. 이른 아침, 구파발역에서 704번 버스를 타고 30여 분, 오봉산·석굴암 정류장에서 내렸다. 이정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왼쪽 담장에는 북한산 깃대종 오색닥다구리, 오봉 전설 등 다양한 이야기가 벽화가 그려져 있다.

우이령길 양주시 들머리 교현탐방지원센터 모습 ⓒ최용수
500m쯤 걸었을까? 쌍용사를 지나니 들머리 북한산국립공원 교현탐방센터가 보인다. 사전예약을 해둔 터라 신원확인 절차는 간결하다. 열 체크·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 준수에는 예외가 없다. 우이령길 본격 탐방이 시작되었다. 코끝에 느껴지는 아침 공기가 싱그럽다. 코가 확 뚫린다. 산새 소리는 오케스트라 같다. 이내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처럼 고요하고 한가한 길이 서울에 숨어 있었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소의 귀를 닮았다’는 바위 '우이암'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우이암은 보이지 않는다. 우이령길이 아닌 도봉산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우이남능선에 있다고 한다. 노폭이 5~6m나 되니 일행들과 나란히 걸었다. 서울에서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곳은 찾기 어려운데 말이다. '추억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이라는 말처럼 학창시절 추억을 소환했다.
이처럼 고요하고 한가한 길이 서울에 숨어 있었다니 믿겨지지 않는다. ‘소의 귀를 닮았다’는 바위 '우이암'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우이암은 보이지 않는다. 우이령길이 아닌 도봉산 주능선으로 이어지는 우이남능선에 있다고 한다. 노폭이 5~6m나 되니 일행들과 나란히 걸었다. 서울에서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곳은 찾기 어려운데 말이다. '추억을 기억하는 것은 인생을 두 번 사는 것'이라는 말처럼 학창시절 추억을 소환했다.

사색하며, 대화하며,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것이 우이령길의 색다른 매력이다. ⓒ최용수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아카시아 꽃향기에 취하며 20여 분, 넓은 공터에 이정표가 세워져있다. 석굴암 이정표다. 좌측 오르막길을 따라 700m 걸으니 석굴암 불이문에 도착했다. 사찰 본당에 이르는 마지막 문인데, 말 그대로 진리가 하나임을 깨우쳐준다. 석굴암은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산사의 목탁소리 불경소리가 들린다. 천연바위동굴 속 나한전에는 기도하는 불자들이 순서를 기다린다. 불자가 아닌 기자도 어느새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진리는 하나다'라는 의미의 석굴암 불이문(不二門) 모습 ⓒ최용수
석굴암에서 내려와 우이령 고갯마루로 향하는 길은 맨발걷기 체험구간이다. 하얀 마사토의 산책길, 일행 중 한 친구는 얼른 신발을 벗는다. “진흙이 아니어서 부드러움은 덜해도 조금은 아픈 듯하면서 지압효과가 훨씬 좋다”며 너스레를 떤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중간쉼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가족단위로 나들이 온 사람들로 붐빈다. 깊은 산속,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이내 산새소리와 어울린다. 사람과 새소리가 듣기 좋은 화음으로 어우러지는 것도 우이령길만의 매력인 것 같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린다. 중간쉼터에 도착했다. 이곳은 가족단위로 나들이 온 사람들로 붐빈다. 깊은 산속, 아이들의 재잘거림은 이내 산새소리와 어울린다. 사람과 새소리가 듣기 좋은 화음으로 어우러지는 것도 우이령길만의 매력인 것 같다.

도봉산 오봉능선 아래에 있는 석굴암(신라시대 의상대사 창건) ⓒ최용수
쉼터에서 몇 걸음 옮기면 우이령길 최고 포토존, 오봉전망대에 도착한다. 오봉은 5개의 바위 봉우리를 말한다. 옛날 어느 마을에 다섯 총각이 살았다. 원님의 예쁜 딸에게 서로 장가들기 위해 상장능선(오봉과 마주한 능선)의 바위를 오봉에 던져 올리는 시합을 했는데, 이때 던져진 5개의 돌이 오봉을 만들었다는 구전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오봉이 가까이 다가왔다. 오봉을 배경으로 인증 샷을 찍으니 오봉이 필자의 품안에 안긴 듯했다.

우이령길 오봉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봉 ⓒ최용수

우이령길 오봉전망대에서 바라본 오봉 모습 ⓒ최용수
전망대를 통과하면 드디어 우이령의 고갯마루이다. 눈앞에 나타난 묵직한 구조물이 걸음을 막는다. 군사시설 대전차장애물이라 한다. 유사시 받침대 위에 얹혀있는 커다란 콘크리트 덩어리를 도로에 떨어뜨려 적 탱크가 진입하지 못하게 한다는 장애물이다. 오른쪽에는 우이령길에 작전도로를 개설했다는 미군 36공병대의 기념비가 남아 있다. 기념비 속 희미한 글씨들, 아름다운 강산에 군사시설이 없어지는 날은 언제쯤일까?

우이령 고갯마루, 군사시설 대전차장애물이 양쪽에 설치돼 있다. ⓒ최용수
이제 날머리를 향해 마지막 걸음을 옮긴다. 소귀고갯마루에서 날머리 우이령탐방지원센터까지는 약 1.5km의 내리막 구간이다. 하늘을 뒤덮은 울창한 수목들 사이로 구불구불 탐방로가 휘감아 돌아나간다. 강원도 어느 산골인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 국수나무, 애기똥풀, 아카시아,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이다. 푸른 숲이 꽃길을 다시 감싼다. 발걸음이 가벼워지고, 아이들도 신이 난 듯 지칠 줄 모른다.

미군 공병대의 우이령길 개통 기념비 ⓒ최용수
경찰기동단을 지나니 이내 우이령탐방지원센터가 나타났다. 오늘 우이령길 탐방은 이곳에서 끝이 났다. 교현탐방지원센터에서 이곳까지 전체 길이 6.8km, 3시간 30여 분 쉬엄쉬엄 걸었다. 북적대지 않고 원시의 자연을 흠뻑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더군다나 하루 1,0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고 차량통행이 없으니 남녀노소 가족나들이 장소로는 이만한 곳이 없을 것 같다.

강북구 우이동 우이령탐방지원센터 모습 ⓒ최용수
'바위고개'를 작곡한 한국의 슈베르트 이흥렬(李興烈, 1907~1980) 선생은 “바위고개가 어느 고개이냐”는 질문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상징적인 고개이며, 삼천리 금수강산 온 국토가 바위고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는 바위고개를 소귀고개 우이령이라 믿고 있다. 우이령을 걸어보니 서정적이며 정감 있는 우이령길이 노래를 닮은 듯했다. 둘레길 제21구간이기도 한 우이령길, 바위고개 한 소절 부르면서 가족 나들이 계획해보면 어떨까! 자연은 인간에게 치유를 선물해 준다.

강원도 산골 같은 숲이 깊은 우이령길, 맨발걷기 체험코스로 인기가 높다. ⓒ최용수
■ 우이령길
○ 국립공원공단(우이령길) 예약 바로가기
○ 교현탐방지원센터
- 주소 :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 산47-11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
- 전화 : 031-855-6559
○ 우이령탐방지원센터
- 주소 : 강북구 삼양로181길 387 (북한산국립공원 우이령길)
- 전화 : 02-998-8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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