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정학이나 전학으로 해결 안 된다"
발행일 2012.01.10. 00:00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폭력 행사로 경찰서에 불려갔던 C군은 금용숙(54) 씨를 만나면서 순한 양이 되었다. “반성문 써라, 담배 줄여라, 공부 좀 하라”는 잔소리도 고분고분 들었다. 둘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C군은 또래 사이에서 오고가는 비밀까지 금씨에게 털어놓을 정도로 마음을 활짝 열게 됐다. 금씨는 법무부 소속 청소년 범죄예방위원이다. 폭행이나 절도 등의 죄를 저질러 경찰에 입건됐다가 검찰의 송치 과정을 거쳐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로 풀려난 청소년들에게 멘토가 돼주는 일이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동안을 만난다. 1994년부터 활동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19년째다.
성장기 애정결핍이 비행 청소년 만들어
“어제 검찰에서 새 학생을 인계받았습니다. 한동안은 아이들이 뜸해서 좋았는데…. 요즘 학생 폭력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것 같네요.” 지난 5일 논현동에서 만난 금용숙 씨는 마주앉자마자 세태를 걱정했다. “사랑으로 아이들을 좀 더 보듬어 주었으면 좋겠어요.” 금씨는 인터뷰 내내 사랑의 힘을 강조했다. “남들은 절도범, 폭력범이라고 하면 ‘아휴 걔네들을 어떻게 만나냐’라고 말하는데 알고 보면 정말 착한 아이들이 많아요.” 어느 순간 자제력이 떨어져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잘못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오토바이에 열쇠가 꽂혀있으면 순간적으로 호기심이 발동해서 타고 가 버린다. 그런 충동은 물질적인 결핍이 원인인 것처럼 보여도 근본적으로는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그는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교 1학년인 C군은 병원에서 청소일을 하는 70세 할머니와 어렵게 살았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무직자로 가정을 등한시했다. 썰렁한 집이 싫어 밖으로 돌던 C군은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시끄럽다”며 자신들을 나무라는 어른을 폭행해 경찰서에 잡혀갔다. C군을 만나보니 큰 몸집에 주먹만 세지 성격은 순한 아이였다. 다만 충동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게 문제였다.
그는 피자집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아이를 만났다. 잘못을 엄격하게 지적하고 반성문을 쓰게 하면서 한편으로는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이에게 마음 편한 ‘이모’가 되어주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하게 굴던 아이가 점차 마음을 열었다. 담배도 줄이고 그에게 여자 친구 얘기도 들려주었다. 하지만 욱하는 아이의 성질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다.
아이가 또 한 번의 폭행사고를 저지른 후 그는 아이의 스트레스와 충동을 다스릴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생각 끝에 아이에게 권투를 권유했다. “아이도 좋다고 하더군요. 바로 복싱도장에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주선했지요.” 다행히 아이는 복싱도장에 마음을 붙이면서 즐겁게 생활했다. 그 뒤로는 두 번 다시 사고를 치지 않았다.
아이들에겐 부모 사랑이 보약
그가 만난 아이들 중에는 부모의 애정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고교 1학년 K군이 그러했다. K군은 부모가 모두 의사였다. 바쁜 부모를 둔 탓에 그는 어릴 때부터 가사도우미 아주머니 손에서 크다시피 했다. 집이 싫어 거리로 나돌던 그는 오토바이를 훔쳤다가 경찰에 걸렸다.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랐던 고교 3학년 Y군은 그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다. Y군은 문이 열려있던 빈 승용차에서 지갑을 훔쳐 입건됐다. 훔친 돈은 1만3,500원. 잘못은 했지만 그 나이에 아이가 얼마나 갖고 싶은 게 많았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만나자마자 아이는 금방 마음을 열었다. “정이 그리운 애여서 따뜻하게 대해주니까 쉽게 말문을 열더군요.”
그는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독서실을 끊어주고 가끔 용돈도 주었다. 아이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진학했다. “사춘기를 지날 때까지 만이라도 가정에서 아이들을 신경써줬으면 좋겠어요. 이래라 저래라 굳이 잔소리할 필요가 없어요. 그저 진심으로 말을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아이들은 속마음 다 털어놓거든요. 절대로 집 밖으로 나돌면서 일 저지르지 않습니다.”
폭력서클 문제 해결 쉽지 않아
그의 정성이 물거품이 되는 경우도 있다. 중 3인 김군과 유군은 학생 폭력 서클인 일진회 회원이었다. 학교 인근 공원에서 후배 2명과 선배 1명을 두들겨 패고 길거리에서 학생들에게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검찰에까지 불려갔다. 금씨는 두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6개월을 만났다. 경찰인 남편 오도식 씨(강남경찰서 청문감사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함께 만나기도 하면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은 인간관계를 상대를 누르지 않으면 내가 눌린다는 식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그게 수시로 주먹질을 하는 이유였다. 금씨는 사랑으로 맺어지는 대등한 관계를 알려주려고 애를 썼다. 만나는 동안 두 아이는 많이 달라진 듯 했다. 그러나 상담이 종료되고 고등학생이 되자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일진회를 못 벗어난 것 같았어요. 아이가 거기서 나오고 싶어도 옆에서 안 놔준다고 해요. 피하면 끝까지 찾아내서 몰매를 놓고요. 어른이 꾸준히 보호를 해주고 가림막이 되어주어야 하는데 그 아이들 부모는 모두 맞벌이라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학교 폭력 학교에서 해결해야
금씨는 최근의 학교 폭력 문제에 대해 학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교가 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정학이나 전학으로 해결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닙니다. 내 학교 문제를 남의 학교로 전가시키는 것 밖에 안돼요.” 피해자를 보호하지도 못한다. 전학을 보내도 가해자가 마음만 먹으면 피해자를 얼마든지 괴롭힐 수 있다. 가해자에게도 전학이 인성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 전학 가기 전에 소문이 먼저 따라가서 그 쪽에서도 정착이 어렵기 때문이다.
“학교에 성실히 나오게 하면서 담임선생님이 애정과 인내심을 가지고 돌봐야 합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아이들을 관찰하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잖아요. 하루에 단 십분이라도 아이를 불러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귀를 기울여줘 보세요. 일 년을 그렇게 시간과 정성 투자하면 변화가 있지 않겠습니까.”
19년간 40여 명의 청소년들을 돌보았다는 그는 정작 남매인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바쁘다보니 좀 소홀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그러더라고요. 우리도 사춘기가 있었지만 엄마, 아빠가 그런 일을 하시니까 잘못된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고…. 감사한 일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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