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수퍼 루키'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admin

발행일 2010.05.24. 00:00

수정일 2010.05.24. 00:00

조회 3,215

올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굴지의 대기업에 당당히 입사한 신입사원 이용준(남, 26)과 이우민(여, 25) 씨를 만났다. 지난 겨울 연수생을 대표하여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소감을 밝힌 적이 있는 이들은 당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자신들이 그려나갈 미래에 대해 밝은 웃음을 지었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이제 반 년 정도 지난 지금,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역시 20대 직장인이기도 한 황정운 시민기자가 이들 신입사원들을 만나보았다.

여전히 20대 청년들에게 취업은 중요한 화두다. 대학 졸업이 가까워올수록 호기롭게 생각하던 취업의 길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이들의 삶이 어쩌면 다른 20대들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각자만의 화려한 대학 생활을 거쳐 좁은 취업의 관문을 통과한 이들에게, 사회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편견으로 바라볼 수도 있을 것이다.

본격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한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이용준: 주말이 소중해졌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일요일이 일주일 중 하루일 뿐이었는데, 이제는 그보다 훨씬 비중이 높아졌다.
이우민: 달리 말하면 시간이 참 소중하구나, 하는 것이다.

입사하고 뭐가 가장 달라진 것 같나?

이우민: 돈을 쓰는 입장에서 돈을 벌게 된 것?(웃음)
이용준: 예전에 직장생활이라고 했을 때는 돈 벌고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회사에 와 보니 훨씬 복잡하다. 일도 해야 하고, 관계가 특히 중요한 것 같다.

인간관계 말인가?

이우민: 그렇다. 대학 때도 인간관계가 중요하긴 했지만 지금은 조직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함께 일하는 것이니 내 자신을 편하게 드러내기가 힘든 게 있다. 물론 아직은 신입이어서 그럴 것 같기도 하고.
이용준: 사람들은 스타일이 저마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은 저런 식으로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걸 맞춰가는 걸 배우는 단계다. 대학과 가장 다른 점인 것 같다.

첫 사회생활은 여러 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 반대로 즐거운 점도 분명히 있을 듯한데.

이용준: 일단은 안정적으로 돈을 번다는 것이다. 너무 현실적인가 싶지만 중요한 이야기다.
이우민: 이제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돌아보면 오히려 대학생 때가 더 불안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나와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좀 더 젊었을 때 왜 이런 것은 하지 않았나 혹은 왜 이런 것에 집착했나 하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이우민: 왜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을까 후회가 든다. 물론 이런저런 사회 활동을 하며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지만, 늘 지난 날에 더 열정적이어야 했다는 생각은 든다.
이용준: 마찬가지다. 고등학교 때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보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 위험해 보일지라도 여러 가지 일을 했다면 오늘날 시야도 더 넓어져 있었을 텐데.

무턱대고 '꿈'이라는 단어를 드리겠다. 어떤 게 생각나는가?

이우민: 꿈은 꼭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이라는 그림 너머로 또 다른 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이용준: 회사에서 퇴직할 때에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그 해답이 바로 꿈인 것 같다.

두 분이 그려나갈 그림 너머의 그림, 정말 궁금하다.

이용준: 꿈이 참 많은데, 대안학교를 꼭 만들고 싶다. 어렸을 때는 뭘 잘하고 뭘 좋아하는지 몰랐던 것 같다. 아는 것도 없고, 꿈도 없고, 꿈을 실천할 용기도 없는 것 같고, 정말 그런 고민들을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거다. 학생들이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 수 있는 그런 학교다.
이우민: 전국 각지에 내 이름으로 된 도서관을 세우는 게 꿈이다. 책이라는 건 정말 중요하고, 도서관은 박물관과는 다르다. 멀리 두고 찾아가면 안 된다. 작더라도 내 가까이에 있을 수 있는 도서관이 많아졌으면 한다.

아름다운 삶을 그려나가는 당신들을 만나니 이 시간도 아름다워지는 것 같다. 혹시 당신들도 살면서 시행착오가 있었는가?

이용준: 매일 매일이 시행착오다. 지금도 혼날 때가 많다.

어떻게 하면 20대로서 그 시행착오를 조금 줄일 수 있을까?

이용준: 음……. 시행착오는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당연히 생겨나는 것이다. 내가 혼나거나 잘못했다고 해서 부끄러워하거나 얼굴 빨개질 필요는 없다. 문제는 그걸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아직 20대다. 알아야 할 것이 더 많고, 모르는 것이 더 많은 나이다. 우리는 아직 나비일 뿐이다.

나비라…….

이우민: 김기림 시인의 [바다와 나비]에서 나비가 그러지 않는가. 청무우 밭인가 싶어서 내려갔다가 파도에 젖어 아파한다.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직 연약한 나비다. 거칠고 험한 직장생활, 사회현실에 아파할 때가 있겠지만, 그래도 다시 떠올라야 하지 않을까. 자신 있게 날갯짓을 계속 해야 한다.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 늘 당당하게 어깨 쫙 펴고 다녀야 한다. 그게 20대가 내세울 수 있는 무기니까, 그게 20대가 걸어야 할 길이니까…….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좋은 조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두 사람이었지만 분명 자만심과는 거리가 먼 겸손한 청년들이었다. 둘 다 오래 전부터 아프리카의 어린아이들을 후원하고 있었는데,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것을 그대로 실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타인을 사랑할 줄 알고, 스스로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의 소중함을 사회로부터 배웠기에,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시 돌려줄 의무가 있다는 그들의 말은, 아름다운 청년들 그 자체였다.

시민기자/황정운
jeongun.hwang@gmail.com
http://blog.naver.com/marill00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