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은 어떻게 미국의 주목을 받았나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3.10.01. 00:00

수정일 2013.10.01. 00:00

조회 2,984

뉴욕타임스의 지드래곤 기사

[서울톡톡]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이 발표한 솔로 2집 앨범에 대해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리뷰기사를 냈다. 지드래곤은 미국에서 정식으로 데뷔하지도 않았고, 노래를 영어로 부르지도 않았다. 그저 한국에서 한국어로 가요를 발표했을 뿐인데 미국 언론이 리뷰 기사를 낸 것이다. 그것도 이름 모를 연예 매체가 아니라 '무려' 뉴욕타임스가 말이다.

게다가 믿기 힘들 정도로 호의적인 내용이다. '장르 스타일의 선두주자, 어떠한 스타일도 소화 가능하며 자신감 넘치고 위풍당당... 음악을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으며, 앞으로도 비주얼을 통해 음악을 전달하는 것에 힘을 쏟는다면 더욱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다음 대목이다. '세계는 그(지드래곤)로부터 배울 것이다.'

낯간지러울 정도의 찬사다. 이것으로 지드래곤이 얼마나 영미권에서 주목받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외에 미국의 음악전문 케이블TV 채널인 '퓨즈TV'에서 지드래곤이 올해의 베스트 신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미국 남성잡지 'COMPLEX'는 지드래곤의 앨범발매에 맞춰 인터뷰 기사를 4회에 걸쳐 냈다고 한다. 영국 잡지 'DAZED'는 지드래곤의 <쿠데타> 뮤직비디오를 이달의 뮤직비디오 톱10에 꼽았다. 지드래곤은 올해 진행한 월드투어에서 무려 57만 명의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서구의 관심은 지드래곤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드래곤이 속한 빅뱅도 2011년에 유럽뮤직어워드 월드와이드액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빅뱅의 미국 콘서트 때는 2시간 만에 2만4,000 석이 매진됐다. 영국의 '가디언' 지는 빅뱅 공연에 대해 '저스틴 비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저스틴 비버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돌 가수다.

지드래곤

지드래곤과 빅뱅은 왜 이렇게 서구의 관심을 받는 것일까? 그들은 한국의 일반적인 아이돌 보이그룹과는 스타일이 다르다. 한국의 아이돌은 꽃미남에 '칼군무'를 중시하고, 한국적인 댄스음악을 한다. 반면에 빅뱅은 자유분방한 스타일이고 미국의 유행과 매우 가까운 음악을 선보인다. 그것이 서구인의 이목을 끄는 것으로 보인다.

걸그룹 중에선 투애니원이 서구의 관심을 받는다. 한국관광공사의 프랑스 한류팬 선호도 2012년 조사에서 투애니원이 걸그룹 부문 1위, 빅뱅이 보이그룹 부문 1위에 오른 바 있다. 투애니원도 일반적인 한국의 걸그룹과는 다른 스타일이다. 일반적인 한국 걸그룹은 예쁜 소녀들이 귀엽게 춤을 추는 이미지이고, 음악도 밝고 예쁜 스타일이다. 반면에 투애니원은 강한 개성, 자유분방함 등을 보여주고 음악도 영미팝과 유사하다. 투애니원의 씨엘은 솔로곡 제목이 <나쁜 기집애>일 정도로 일반적인 걸그룹의 귀여운 이미지와는 다른데, 이런 강한 개성을 서구에서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빅뱅과 투애니원은 모두 기획사 YG 소속이다. YG엔 싸이도 소속되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아이돌 기획사 SM, JYP, YG 중에서 YG가 가장 미국적인 스타일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선 종종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어쨌든 서구권의 주목을 받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빅뱅과 투애니원은 앞으로 더욱 서구권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들의 스타일을 계승할 만한 신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마다 수십여 팀의 아이돌이 등장하지만 거의 다 SM 스타일을 복제하고 있다. SM 스타일도 대단히 우수하고 한류의 대표주자로 군림하는 위상이긴 하지만, 모든 팀들이 전부 다 그런 스타일로만 가는 것은 문제다. 한류의 팬층이 협소해질 우려가 있다. 빅뱅이나 투애니원처럼 강한 개성을 선보이는 팀들, 무대에서 '칼군무'가 아닌 자유분방한 끼를 선보이는 팀들, 외모가 아닌 실력 중심으로 뭉친 팀들, 이런 신인들도 명맥이 이어져야 한류의 세계적 지반이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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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지드래곤 #뉴욕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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