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국악의 소리에 빠져볼까?

시민기자 허혜정

발행일 2013.11.08. 00:00

수정일 2013.11.08. 00:00

조회 1,998

중요 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김영기 선생님과 제자들

[서울톡톡] 귀뚤귀뚤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귀뚜라미 소리는 어느새 사그라지고, 어느덧 초겨울을 알리는 11월이 시작됐다. 선정릉역 문화재 전수관에서는 11월 한 달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 8시에 매주 다른 주제의 국악공연에 푹 빠질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무료로 마련했다.

첫 무대는 지난 1일, '가곡이 좋아요'란 이름으로 열렸다. 중요 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김영기 선생과 제자들의 차분하지만, 운치 있는 가곡으로 약 한 시간 반 동안 가을밤을 가득 채웠다.

우리의 '가곡'은 고려말에 시작된 우리의 노래로 '판소리'나 '민요'보다 훨씬 더 오래된 곡조이다. 각 곡조는 각 '시조시'를 노랫말로 삼고, 관현반주와 함께 노래한다. 풍속화를 보면 선비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선비들이 즐기던 풍류 음악 중 가장 대표적인 성악곡이 바로 가곡이다. 가곡 이외에도 가사와 시조 등의 노래로 풍류를 즐겼다. 이 세 종류의 노래를 '정가'라고 부른다.

'바른 노래'라는 뜻이 있는 가곡은 감정을 절제해서 표현해 즐거워도 지나치게 흥청거리지 않고, 슬퍼도 마음이 상할 만큼 비통하지 않아 무대에서 바른 자세로 앉아 흐트러짐 없이 노래한다. 독특한 점은 남성과 여성이 전혀 다른 악곡을 노래한다는 것이다. 남성은 남성미가 돋보이는 '남창가곡'을, 여성은 '속소리'와 '겉소리'가 교차하는 창법으로 여성미가 극대화되는 '여창가곡'을 부른다. 이러한 가곡은 1969년에 중요무형문화재 30호로 지정되었고, 2010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세계에 인정받았다.

소리와 가얏고가 열리는 민속극장 풍류(좌), 관객과의 대화 시간(우)

이 날엔 총 8곡이 가곡이 무대에 올랐다. 한 곡조가 시작되면 흥겹게 따라 부르거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공연자 뒤편 스크린에 가사를 띄웠다. 하지만 짧은 노랫말을 길게 늘여서 부르는 가곡은 가사를 알아듣기 쉽지 않았다.

공연 중반쯤 김영기 선생은 직접 관객과 가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 관객은 솔직히 우리 음악이 어렵다고 말했다. 가곡을 40분 동안 듣고는 있지만, 내용을 잘 모르겠다고도 덧붙였다. 김선생님은 이것이 바로 가곡의 매력으로 무한한 상상력을 관객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곡을 이해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으로 '앞내나 뒷내나'를 노래할 때 '앞나이나 뒷나이나'로 모음을 나누어 발음해주기에 노랫말이 알아듣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데 간단한 원리만 이해한다면 쉽게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온몸으로 노래를 체득하기 위해 직접 양손으로 무릎을 치며 손장단에 맞춰 다함께 가곡도 불러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음악을 체험할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남은 공연은 프로그램 설명지에 있는 노랫말을 한 번 읽고 노래를 들으니 노랫말을 맞추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음악이 좋은데 접근하기 쉽지 않았다면 가을과 잘 어울리는 국악공연에 참여해 천천히 배워보자.

■ 소리와 가얏고
 ○기간: 2013년 11월 1일 ~ 11월 29일 매주 금요일 8시
 ○ 장소: 민속극장 '풍류'
 ○ 찾기: 지하철 분당선 선정릉역 3번 출구
 ○ 문의: 02-3011-2161
 ○ 프로그램 정보
일시 및 제목 출연자
11월 8일 단가의 멋 안숙선(중요무형문화재 제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11월 15일 인간문화재
양승희와 제자들의 가야금향연
양승희(중요무형문화재 제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11월 22일 가을의 향기,
노래의 향기
김경배(중요무형문화재 제 30호 가곡 예능보유자)
11월 29일 향음재 강정숙(중요무형문화제 제 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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