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용포의 진짜 주인인가?

시민기자 석성득

발행일 2010.09.08. 00:00

수정일 2010.09.08. 00:00

조회 1,549

“나에게 왕관과 가운을 주시오. 당신을 왕으로 만들어 드리리다.” 그대는 단 한번이라도 왕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는가? 만약에 그 누군가가 그대를 왕으로 만들어 준다면 진정한 왕이 될 자신이 있는가? '왕은 왕이다' 개관 두 번째 날인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객석이 거의 가득 찼다. 국내 최초의 아랍 현대연극인 만큼 외국인들의 관심에 힘입어 아랍어와 영어자막까지 흘러나왔다.

이 작품은 '아라비안나이트'의 152일째 밤에서 세헤라자데가 왕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에서 모티브가 된 내용이라고 한다. 아랍의 대표작가 사아달라 완누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극단 작은신화 최용훈 대표가 현대극으로 연출한 연극작품이다. 작가는 '천일야화'의 원본과는 정반대의 결말로 재연출하면서 극적 반전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권력에 대한 허와 실을 인지시키고 있었다.

빛으로 둘러쌓인 빈 의자에 용포만이 걸려있는 텅 빈 무대.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시작으로 드디어 막이 올랐다. 왕이 없는 용포, 과연 누가 저 용포의 주인인가? 이 공연은 억압받는 백성들이 살고 있는 아랍의 한 왕국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권력에 대한 정치풍자극이다.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 무스타파왕은 재미있는 놀이를 생각해내고 재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술에 취해 스스로 왕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아부잇자를 궁궐로 데려다가 골탕을 먹이는 엉뚱한 놀이를 꾸민다. 단 하루 동안만 아부잇자를 자신의 왕좌에 앉혀 놓으면 국정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며 자신이 없는 왕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신하들에게 알게 하기 위함과 그 변장놀이를 통해 또 다른 쾌락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 극적 재미의 몰입으로 이끄는데…….

왕이 왕관을 버리는 순간,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가짜왕과 진짜왕의 권력다툼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에서는 역할놀이와 서사극을 통해 왕이 아닌 왕관만 쓰면 권력자가 되는 세상에서 정의와 공정함이 자리할 수 없다는 비정한 현실을 코믹하게 풍자하고 있다. 막과 장이 바뀔 때마다 한 배우가 제목을 말해주며 무대 양쪽 화면에서도 자막이 나와 이해를 돕는다. 배우들의 열연과 아랍의 이국적인 무대분위기와 의상, 작품 중간에 두세 번 정도 나오는 밸리댄스의 화려한 안무가 곁들어져서 두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

아랍극이라서 조금은 이질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나라마다 겪는 정치적 현실을 풍자한 내용이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이번 공연은 서울시극단 '세계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작년에 공연된 ‘다윈의 거북이’ 못지않게 시민들과 연극 마니아들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기획담당자 박진아씨가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지난 달에 새롭게 태어난 ‘광화문’을 둘러봐도 좋다. 우리나라의 심장부를 상징하는 광화문 앞에는 문무(文武)의 조화가 잘 어우러진 세종대왕과 이순신장군의 근엄함이 시민들의 발걸음을 반긴다. 역사의 물줄기 따라서 우리는 걷고 있다. “왕은 왕이고 나는 나이다!” 권력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공연기간은 9월 19일(일)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장소는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티켓은 S석 20,000원, R석 30,000인데 가격할인행사도 다양한 방법으로 실시하고 있다. 공연문의는 세종문화회관(399-1114~6, www.sejongpac.co.kr)으로 하면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시민기자/석성득
ssd6312@naver.com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카카오톡 채널 구독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