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빠 어릴적에 진짜 그랬어요?

admin

발행일 2009.12.29. 00:00

수정일 2009.12.29. 00:00

조회 2,735

최근 북서울꿈의숲에 자주 들르고 있다. 낮시간뿐 아니라 밤에도 볼거리가 풍성해졌기 때문이다. 23일 얼음축제의 첫날에는 여기저기서 함성 소리가 들렸었다. "엄마, 정말 멋있고 환상적이에요. 너무너무 재밌어요"라며 엄마와 함께 공원 전시장을 둘러보는 어린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그뿐인가. 후문 쪽으로 더 올라가면 오른편에 썰매장과 스케이트장이 나타난다. 썰매장에는 아기들이 엄마가 끌어주는 썰매를 타며 몹시 즐거운 모습이었다. 스케이트장에는 어린이들과 학생들이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이 추위를 싹 날려버린다. 아이들의 발그레한 볼과 이마에 송알송알 땀방울이 맺힌 모습이 귀엽고 활기찬 표정이 넘쳐난다. 입장료도 대여료도 1천원이어서 2천원만 있으면 누구나 1시간 동안 스케이트나 썰매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올 겨울방학 북서울꿈의숲의 하이라이트는 아무래도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스케이트장을 둘러보고 왼편 산자락 아래에 있는 꿈의 숲 아트센터로 들어갔을 때다. 1층의 깨끗하고 깔끔한 화장실에 들렀다가 2층으로 올라가니 바로 앞이 전시장인 꿈의숲 아트센터 드림갤러리. 이곳에서 만난 ‘아빠 어릴적 학교가는 길’이라는 전시가 바로 그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손잡고 가고 싶으리만치 재미나고 정감 있는 몇 십 년 전 우리의 생활상 전시는 볼거리가 즐비했다.

먼저 입구 문 위에는 그 시절 인기가 좋았던 영화 ‘고교얄개‘ 라는 포스터가 나이 든 이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그 대문을 통해 들어가면서부터 바로 등굣길 풍경이 연출된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자 추억 어린 옛 교복과 책가방들, 연탄난로 위에 도시락을 수북하게 쌓아 놓고 덥히는 교실 풍경이 새삼스럽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불러온다.

하지만 여기는 세대를 초월해 호기심을 끄는 박물관 같은 곳. 전파사에 들리면 우리나라 최초의 라디오부터 시작해 시대별로 발전된 라디오 변천과정을 볼 수 있으며, 연탄가게를 지나 구멍가게로 가보면 창문으로 난 가판대에 옛날 담배들이 전시되어 있다. 가게 안에는 분유, 조미료, 음료수병 등 다양한 생활물품들은 물론 가게 주인들의 안식처인 쪽방까지 만들어 놓아 옛날 정취가 물씬 풍긴다. 70년대의 나무 전봇대와 전등, 소변금지 문구도 웃음을 자아내며, 문방구 안의 필통과 딱지, 눈깔사탕 등 당시 캐릭터 상품도 재미 있다.

벽 한켠에는 만화영화 ‘로보트 킹’과 당시 인기 코미디언이었던 ‘서영춘 쇼’ 그리고 각종 영화 광고들이 빛바랜 모습으로 붙어 있다. 한쪽에는 식료품 잡화가게인 ‘대성상회’가 옛스러운 모습으로 문을 열고 있고, ‘효자리발관’도 옛 시절 그 모습으로 꾸며져 있어서 오래 전 그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를 위해 아트센터 측은 특별히 영화 <효자동 이발사> 세트를 그대로 들여왔다고 한다.

맞은편 벽에는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가족계획 포스터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요즘은 제발 아이 좀 많이 낳자고 홍보하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엄마! 정말 저런 시절이 있었어?”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청소년은 가족계획 포스터를 보며 정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묻는다. “그럼, 엄마가 너 낳기 이전 큰 오빠 낳을 무렵까지도 별로 낯설지 않은 홍보용 광고였거든.” 엄마는 별로 새삼스럽지 않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이번 전시회는 이렇게 부모와 자녀가 함께 관람하며 시대를 달리 하여 서로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훈훈하고 알찬 전시물들이 가득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했던 70년대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근대생활전시회는 다양한 테마별 근대생활물품 1만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관람료는 무료였다.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 될 '아빠 어릴적 학교가는 길에' 전시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월요일은 휴무다.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촬영을 할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북서울꿈의숲 아트센터에는 이외에도 3층과 4층의 콘서트홀과 퍼포먼스홀에서 이은결의 마술쇼, 연극 라이어 1탄, 사물광대 등 다양한 연말 공연과 함께 특히 1천원으로 관람할 수 있는 7080콘서트를 즐길 수 있었는데, 관람료가 대부분 1만원으로 세대별 선택의 폭이 넓고 관람료가 저렴하다는 면에서 매력적이다. 1월 3일까지 열릴 월영지 주변의 등 전시회와 스케이트장 및 썰매장은 야간에도 개방하고 있으니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여 즐거운 연말연시를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시민기자/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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