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의 참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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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8.11.21. 00:00

수정일 2008.11.21. 00:00

조회 2,092



시민기자 이혁진

지난 일요일 서오릉을 찾았다. 정말 오랜만에 들른 길이다. 중학교 다닐 때까지 이곳은 가장 많이 찾은 소풍지였다. 가끔 만국박람회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특별한 경우이고 거의 매년 소풍 때마다 가는 곳이었다. 내 기억에 전교생이 이곳에 소풍간 적도 있다. 지금 세대라면 아마 이해하기 힘든 소풍 풍속도일 것이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진학해서도 이곳 주변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사한 집이 서오릉에서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주 찾지는 않아도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몇 년에 한번 들러보는 곳이었다. 이제 그곳을 벗어난 지 30년이 넘은 듯싶다. 그래도 서오릉에 대한 추억은 아직도 어릴 적 소풍학습효과 덕분인지 너무도 생생하다.

주지하다시피 서오릉은 경릉, 창릉, 명릉, 익릉, 홍릉이 있는 곳이다. 그 외에 세자와 세자빈, 후궁을 모신 순창원, 수경원과 대빈묘가 있다. 국내 유일하게 능과 원 그리고 묘 등 각기 다른 무덤형태가 한 곳에 자리한 특색 있는 곳이다. 여기까지가 사적 198호 서오릉의 사전적 의미다. 그러나 이제는 서오릉의 해석을 달리해야 할 듯싶다. 예전의 소풍지만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사적보호를 위해 묘역 접근을 막는 대신 서오릉 전체를 한바퀴 돌아보는 산책길 코스와 쉼터들을 적절히 조성했다. 그야말로 명품산책길이다.

능의 곡선처럼 적당한 높낮이를 지닌 산책길은 주변의 나무들과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산책로 따라 붙인 소나무길, 서어나무길, 단풍길은 각기 분위기가 다르다. 잠시 휘어져 터널 같은 산책길을 나오면 능이 보이고 그런 식으로 서오릉의 지형적인 특성을 살린 산책길 동선은 아무리 걸어도 지루하지 않다. 체력에 따라 동반한 사람에 따라 적당한 코스를 선택할 수 있고 만약 세 코스를 모두 즐긴다면 산과 평지가 지닌 트래킹의 장점을 모두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걷는다 해도 불과 2시간을 넘지 않는다. 도리어 호젓하고 목가적인 분위기가 빠른 걸음을 잡을지 모른다.

그런데 이곳은 능이라는 문화재와는 별도로 단풍길로도 벌써 명성을 얻은 지 오래라 한다. 여름에는 능을 에워싼 소나무 산림욕이 또한 명품이다. 어찌 보면 여러 능들보다 주변의 풍광들이 주인처럼 시선을 끈다. 이곳의 낙엽은 여느 바람에도 쓸쓸히 구르는 처량한 낙엽이 아니다. 낙엽이 땅에 바짝 붙어 웬만한 바람에도 끄떡없다. 그만큼 바람을 잠재우는 구릉이 발달된 결과이다. 따라서 다른 곳과 달리 낙엽의 정취를 늦게라도 한동안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오릉이 예전처럼 소풍지로 매력 있지만 사계절 시민들과 보다 가까이하는 명소로 거듭난 것은 기쁜 소식이다. 나처럼 예전의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서오릉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더욱 크리라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문화재도 세월 따라 관점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 서오릉 찾아 가는 길
▶ 지하철 3호선 녹번역 4번 출구, 지하철 6호선 구산역 1번 출구 버스 이용
▶ 정기 휴일 : 매주 월요일
▶ 문의 : 서오릉 관리소(02-359-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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