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보다 더 알뜰살뜰 사용할 수 있는 화폐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장경근

발행일 2012.11.06. 00:00

수정일 2012.11.06. 00:00

조회 3,119

[서울톡톡] '은평 e-품앗이' 회원인 주부 배은경(35·응암동) 씨는 오래 전부터 벼르던 집수리를 은평 e-품앗이에 의뢰하고, 공사가 끝난 뒤 수고한 회원 5명에게 공사비로 지역화폐 60만 문(門)을 지불했다. 집수리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더구나 자기들이 살 집처럼 세심히 신경 쓰며 베푼 정성에 감복한 배은경 씨는, 다른 회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를 고민하게 됐다. 빚을 졌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배씨는 은평 e-품앗이 회원이며 운영위원장인 장형선 씨와 상의하면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어교실을 열기로 했다. 미술 분야를 전공한 배씨였지만 다문화가정에게 한국어 지도가 절실하다는 것을 알고는 그 자신조차 공부를 해가며 한국어를 지도하게 된 것이다.

배씨는 자신의 능력을 남과 나누는 행복감을 느낄 뿐만 아니라 다달이 4회씩 한국어교실을 운영하면서 받은 강사료(2만 문)로, 집수리 비용에 지출한 60만 문을 '은평품앗이통장'에서 제해가고 있다.

행복하게 주고받는 복지개념의 e-품앗이

배씨가 거주하는 은평구는 서울에서 주민 참여가 가장 활발한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은평 e-품앗이는 응암동에 거주하는 장형선 씨가 2011년 5월 은평 e-품앗이 운영위원장을 맡으면서 꾸준한 학습과 수고로 탄력을 얻게 됐고, 그해 6월 25일 녹번종합사회복지관이 서울시복지재단에 지역 품앗이 공동체 거점기관 신청을 계기로 1,800만 원을 지원받고 토양을 마련하게 됐다.

10월 17일 현재 회원 수는 1,199명에 가맹점 49곳. 가맹점으로는 서부병원을 비롯해 안경점, 분식점, 미용실, 이삿짐센터, 법무사, 보청기업체, 체육관 등이며 10월 현재 거래량은 1,360건(물품 945건, 품 415건)에 거래금액은 지역화폐 121만 7천 문, 현금 616만 7천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은평e-품앗이에서 회원들끼리 나눌 수 있는 품목은 아이 돌보기 같은 돌봄, 학습지도, 상담, 수리, 가사, 홈패션, 이미용, 의료 등의 '품'에서부터 식품, 의류, 패션잡화, 출산, 유·아동용품, 가구, 전자, 도서, 스포츠, 자동차, 생활용품, 악기 등 물품거래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다. 회원들은 또 분야별로 다양한 분과위원회(소모임)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는데, 현재 한국어교실·수화교실·목공교실·캘리그라피·경혈지압 등 16개의 소그룹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50만 은평구민 중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지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을 빨리 만나 행복하게 주고받는 복지개념의 품앗이를 더욱 확대시켜가겠습니다."

각자의 행복을 위해 '많은 분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강조하는 은평e-품앗이 장형선 운영위원장은 "e-품앗이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규모의 회원과 가맹점, 그리고 공동체의 활성화 등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품앗이가 활성화 되면 개개인 모두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긍지를 갖고 서로가 행복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움을 받은 만큼 그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이나 물품으로 도와주기에 상생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주민들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은평 e-품앗이

서울의 지역공동체를 살리고자 하는 사업으로 '마을 만들기'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주민의 힘으로 지역의 문제를 풀어가는 은평e-품앗이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날로 커지고 있다. 주민들의 화합과 결속을 다지는 건강한 공동체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돈이 없더라도 자신의 재능을 활용해 다른 물품을 살 수 있는 방식인 e-품앗이는 2010년 11월 처음으로 노원구와 양천구에서 시범운영을 시작한 이후 현재는 은평·강서·광진·도봉 등 10개 자치구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은평e-품앗이에서 거래되는 화폐 '문(門)'은 서울시내 각 지역에서 통용되며 회원들은 '품'과 '물품'을 거래할 수 있다. 여기서 문이란 '서울e-품앗이'에서 사용하는 통화단위로, 공동체로 들어가는 문과 이웃을 향한 관심, 소통과 공유의 문을 뜻하기도 하며 1문은 1원의 현금 가치를 가지고 있다. 문을 가지고 주고받는 서비스를 '품', 새것이나 중고품 같은 거래 가능한 재화를 '물품'이라고 한다.

거래되는 서비스 내용이나 금액은 거래 당사자들이 직접 협의해 결정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실제로 돈을 지출하지 않고 내가 가진 재능이나 서비스, 혹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중고 물품 등으로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어 가정경제에 큰 보탬이 된다. 나아가 중고 물품 등 자원의 효과적인 연계 활용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한편 은평e-품앗이는 지난 9월 4일 '2012년 민관협력우수사례 공모대회'에서 시민단체 분야 최우수상인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순수 지역 주민에 의해 구성된 조직인 은평 e-품앗이와 녹번종합사회복지관, 응암제1동주민센터, 은평구청 간의 긴밀한 상호 협력을 통해 '살기좋은 마을만들기를 위한 은평 e-품앗이'란 내용으로 대회에 참가해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이다. 이어서 지난 10월 11일 '제11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전국 46개 자치회관과 경합, '행복을 나누는 e-품앗이 공동체'로 우수상을 받아 전국적으로 은평e-품앗이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은평 e-품앗이 토요 가족 배움터 운영(매주 토요일)'
 ○ 대 상 : 녹번초등학교, 은명초등학교 학생 및 학부모 275명
 ○ 강 좌 : 12개 강좌(독서지도, 보컬트레이닝, 수화교실, 통기타 등)
 ○ 장 소 : 응암1동 주민센터 2층, 3층
 ○ 운 영 :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배우고 나누는 토요 문화강좌
               (주말 근무가정, 조손가정은 다른 가정의 부모가 함께 함)

  - 강사료 전액 품앗이 지역화폐로 결재(단, 재료비는 현금)
  - 강사 대부분 품앗이 회원
  - 프로그램, 수강생 모집, 장소 섭외 등 운영 전반에 품앗이 회원 참여
 ○ 문 의 : 은평구청 희망마을담당관 02)351-6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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