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살고 있는 여성들은 과연 어떤 책을 읽을까? 서울시는 제9회 여성주간을 맞이하여 여성도서
10권을 선정, 발표하였다. 베스트 10중 여성의 자기발견과 양성평등 사회로의 동참에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책으로
가사노동문제, 처가와 시가문제 등 여성과 남성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문제들을 다룬 박혜란의 ‘여자와 남자’가 1위에
선정되었다. 또 하느님 어머니라고 표현하는 등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이 바뀐 이갈리아라는 가상의 나라를 무대로 한 이갈리아의
딸들이 2위, 그 외에 여성시대에는 남성도 화장을 한다 등 10권의 책이 뽑혔다. 도서 베스트 10은 서울 여성 독후감 대회에
응모한 여성의 설문과 교보문고, 영풍문고의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엄정한 심사에 의해 선정되었다.
여자와 남자 박혜란 지음/ 웅진닷컴 펴냄
이 책은 '여자', '남자', '여자와 남자', '나'의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다양한 층위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자신의 경험에 투영시키면서 인생의 선배로서 여성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또 나이가 들면서 더 넓어진 저자의 시야는 남자들의 삶까지도
아우른다. 시대의 변화에 둔감한 보수적인 남자들은 자기 멋대로 살 수 있지만 의식이 깨인 남자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더 살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여자와 남자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3부 '여자와
남자'는 그에 대한 실마리를 던져준다. 가사 노동 문제, 처가와 시가 문제, 자녀 양육 문제, 남아선호 사상,
성폭력 문제 등 저자는 여성과 남성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지점들을 포착하여 여자와 남자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준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신의
결혼 생활, 여성학을 공부하는 이유, 여성학을 공부한 20년 생활을 반추하며 한국 여성 운동사를 되짚어보는 글
등이 수록되어 있다. | |
이갈리아의
딸들 게르트 블란트베르그 지음, 노옥재, 엄연수,
윤자영, 이현정 옮김/ 황금가지 펴냄
상상력과 재치가 넘치는 페미니즘 유토피아 소설이다. ‘이갈리아’라는 가상의
나라를 무대로 한 소설. “하느님, 어머니”로 시작되는 기도에서 보듯 이갈리아에서는 여성의 역할을 남성이,
남성의 역할을 여성이 맡는다. 무도회에 초대받은 남성들은 브래지어 대신 ‘페호’라는 남성의 성기 가리개를
착용한 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연신 땀 냄새, 옷매무새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때 페호 속에
감춰진 남성을 훔쳐보며 거만한 자세로 야릇한 시선을 흘리고 있는 여성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과 남성의 성역할 체계가 완전히 바뀐 '이갈리아'라는 가상공간이 소설의 무대다. 생물학적인
차이로 의심의 여지를 두지 않았던 월경, 임신, 출산도 가치체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듯 뒤집힌
사회를 통해 가부장제 사회의 모순을 잘 보여준다. 남성과 여성의 문제를 새로운 차원에서 발견하게 해주는
소설이다. | |
여성 시대에는 남자도 화장을
한다 최재천 지음/ 궁리출판사
펴냄
전쟁과 폭력 등으로 얼룩졌던 20세기를 지배해 온 것이 남성성(性)이었다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연스럽게 떠 오른 것이 바로 여성성이다. 다양한 강연과 집필활동을 하며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 서
온 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여성의 세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주장을 과학적인 논리로 풀어낸다. 유전자와 호르몬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부터 인간은
물론 동물들의 재미 있는 사랑, 결혼이야기 등 다양한 생물학적 증거 자료들을 풍부하게 제시하면서 우리 사회에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국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잘 사는 길은 무엇인가에 대해
들려준다. ‘여성의 세기’라는 화두를 용감하게 글로 옮긴 남자, 최재천 교수는 여성의 세기는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 필연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 그는 사회생물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진정한
여성성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렇다면 그 새 시대를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결국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잘 사는 길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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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지음/ 푸른 샘
펴냄
이 책은 사회적으로 부러울 것 없는 안락한 결혼생활을 단지 겉보기로만 유지하고
있는 경혜, 남편과 아이에게 자신의 삶을 대신 내줘버리고 자기 자신은 잃어버린 영선과 오로지 여성으로서만
홀로서기를 주장하지만 갈등하는 혜완 등 세 명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의 문제에 접근한 소설이다. 해법과
전망의 제시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을지라도, 성적 차별과 억압의 문제를 제기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성공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이 소설의 메시지는 거기서 그치자 않고 문제는 남성들만이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있다는
인식으로까지 나아간다. 이 소설이 처음 세상에 나온 93년 이후 5년여의 세월 동안 혜완과 경혜, 영선
등 주인공들은 물론, 작가 자신과 나아가 한국의 페미니즘 소설 자체가 나이를 먹고 성숙하는 데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기꺼이 자신을 내주었다. 이 소설의 성취와 한계를 딛고 우리 소설은 이만큼 발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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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 게일 에반스 지음, 공경희 옮김/
해냄출판사
CNN의 선임 부사장인 게일 에반스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 경영자로 꼽히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선 ‘게임의 규칙을 아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게임의 규칙을 안다면
여성도 승자가 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직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남성과 여성이 대응하는 행동 패턴을 대비시켜 여성이 무의식중에 저지르고 마는 행동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여성에
대해서만 다루었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직장 문화를 바닥부터 형성하고 그 위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남성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 부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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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 캐롤 타브리스 지음/ 또 하나의 문화 펴냄
사회심리학자 캐롤 타브리스는 여성이 남성보다 수동적이고 평화롭고 감정적이며 또
논리적이지도 않고 능력이 모자라며 성적이지 않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해체한다. 또 여성의 호르몬, 뇌, 심리가
근본적으로 남성과 다르다는 관념도 해체한다. 그녀는 이러한 여성에 대한 견해가 모두'보편적이고 정상적인
남성'이란 표준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밝히고 있다. 법의 근본은 '합리적 남성'이고 의학의 근본은 '70kg
남성'의 생리다. 지금까지 이상적인 여성의 몸에 대한 개념조차 남성의 몸과 '같거나' '정반대'라는 두
가지 중 하나에 근거를 두었고 여성의 몸 자체를 인정한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여성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견해를 남성이 문제라는 식의 견해로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그들'이라는 이분법을 완전히 넘어서게 하며
우리가 원하는 삶, 사랑, 사회를 여성과 남성이 함께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을 새로이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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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존 그레이 지음/ 친구 미디어 펴냄
이혼의 위기에 처한 2만 5000여 부부들을 위한 세미나와 상담의 결과를 바탕으로
쓴 책. 남녀가 충돌하게 되는 사례와 갈등의 원인인 기억상실증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전략이 담겨 있다. 또한
남자와 여자가 특정한 상황에 처했을 때 각기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명쾌하게 설명되어 있다. 남자와
여자가 각기 다른 행성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가정에서 출발한다는 독특한 설정의 이 책은 남녀간의 차이가 왜
생기는지에 관한 다각적 통찰보다, 남녀가 서로간의 차이를 기억하고 서로의 감정을 존중함으로써 갈등을 극복하고
사랑을 꽃피울 수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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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버지니어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솔 펴냄
셰익스피어에게 예술적 재능을 지닌 누이가 있었다면 그녀는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당시 사회는 여성이 아무리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타고났어도 그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는 가정까지 설정해 여성 예술가의
사회적 위치를 조명한 사람은 버지니아 울프였다. 그녀는 에세이 6편을 묶은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 예술가 또는
여성 전체의 사회적 제약에 대해 비판했다. 여성 예술가들이 왜 적은지 의문을 품고 있던 울프는 그 이유를
사회적 인습에서 찾았다. 그녀에게 있어 '자기만의 방'은 인습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여성 전체에 대한 남성의 모순된 믿음도 열거한다. 이를테면,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 여성을
영혼이 없어 천당에 가지 못한다는 등의 말을 통해 인습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보여준다. | |
현경과 앨리스의 신나는 연애
앨리스 워커, 정현경 공저/ 마음산책
연애와 결혼, 가부장 문화로부터 오는 억압, 외모 콤플렉스, 물질적·정신적
독립에의 중압감 등으로 지치고 우울해지는 여성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책. 여성·환경·평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현경 교수와 칼라 퍼플의 작가이자 '우머니스트'라는 신조어로 페미니즘 담론의 새 지평을 연 앨리스 워커가
여성이라면 누구나 던져보았을 법한 열 두가지 질문들에 명쾌하게 답해준다. 이들은 독신과 결혼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성들에게 양자택일이 아닌 인생의 뚜렷한 입장과 기준을 세울 것을 당부한다. 현경은 "자신의 세계를
이해 못하는 파트너와 삶을 나누는 것은 혼자 살며 자기 자신과 삶을 나누는 것보다 훨씬 더 외로운 일이다."라고
지적한다. 또 앨리스 워커는 "진정한 관계는 나와 '창조' 사이의 무엇이지, 나와 한 남자 사이의 관계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이들의 조언은 현실적인 고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두 여성이 보여주는 유토피아에
대한 전망은 상상력을 잃어버린 지친 여성들에게 꿈을 꿀 수 있는 능력을 일깨운다. "세상이 요구하는 평화는 우리
자신의 내부에서 끌어내야만 비로소 찾아올 수 있다"며 우리 안의 '확신의 소리를 선사하는 여신', '생의
영양분을 가져다주는 여신', '평화를 가져다 주는 여신'을 발견하게
한다. | |
남자의 여성성에 대한 편견의
역사 엘리자베스 바뎅테 지음, 최석 옮김/ 인바이로 넷(주) 펴냄
다양한 남성학, 여성학이론과 원주민 연구 자료를 지도삼아 저자는 ‘남성은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배타적 모성애로 파괴되고 가부장제도 때문에 절름발이가 된 남성, 산업사회
등장과 함께 남성이 더 이상 남성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사회, 그리고 초라해진 아버지. 그동안 남성서의 상징은
미국이 앞세운 ‘말보로 맨’ 이었지만 여성들은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남자를 이상형으로 바꾸어버렸다. 이 책은
지금까지 왜곡돼 온 남성의 여성성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고 있다. 작가는 이에 대한 답으로 긴장과 갈등의 원인이
되는 강박 관념적 남성성의 가면을 훌훌 벗어던지라고 조언한다. 강요된 도식을 벗어던지고 자신의 여성성을
표현한다면 더욱 매력적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것. 이제 더 이상 약함은 남성의 결점이 아니고 인간 모두의
특성이며 ‘여성적’이라는 꼬리표는 부정적 가치가 아니고 새롭게 조명되어야 할 그 무엇이다. 따뜻하고 세심한
남자들, 그리고 자신의 아내를 자신의 동료로서 사랑해주는 애정 어린 남성. 이러한 것들이야말로 가부장제에서
억압돼 빛을 발하지 못했던 진정한 남성상이
아닐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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