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
발행일 2020.03.11. 15:28
코로나19로 지하철 유동인구가 눈에 띄게 줄었다 ⓒ김창일
코로나19가 초기일 땐, 중국을 다녀온 사람들 그리고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만 걸리는 줄 알았다. 확진자 증가도 많지 않았고,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높아졌다. 정부 및 기업에서도 행사를 취소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자는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마케터와 에디터를 병행하는 나로선 난감한 상황이다. 소상공인의 매출이 줄어드니 마케팅을 하지 않고, 기업도 당분간 교육행사를 하지 않아 일감이 없다시피 하다.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며 원망도 하고, 코로나19가 언제 끝나나 한숨도 나왔다. 일이 있으면 나가봐야 해서 마스크를 하고 다니는데, 거리에 사람도 드물어 마치 유령도시 같다. 지방을 자주 가서 한 달에 50~60만원 나오던 교통비도 2월에는 5만원 내외였다. 3월은 그나마 1만원대에서 그치고 있다.
은퇴하면 이런 삶일까?
수입에 대한 불안감으로 시작한 26주 적금 ⓒ 김창일
마흔 중반을 넘은 나이. 선배들에게 듣던 은퇴의 삶이 이런 것일까? 시간은 남는데 할 건 없고 막연히 시간만 보낸다. 누군가 '늙으면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괴롭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수입이다. 매달 들어오던 수입이 급감하니 모아 놓았던 돈을 쓴다. 소비가 줄긴 했지만 아예 안 쓰는 건 아니니 잔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 소비패턴은 미래수입을 가져다 쓰고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그래서 26주 적금을 시작했다. 연금을 더 넣어야 하나 고민도 하고 있다.
미뤄뒀던 일을 하나씩 하기 시작했다
책 읽을 시간이 부족했는데 이제는 넉넉하다 ⓒ 김창일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않았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사스, 메르스 때도 경험했던 일이다. 우선 책을 읽기로 했다. 평소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시간이 펑펑 남는다. 책을 읽으면 그래도 시간이 잘 간다. 책을 읽고 나름대로 해석해보며 다시 나만의 문장으로 고쳐보고 있다. 공감이란 게 서로 알아야 하지, 나만 아는 내용을 쓰는 건 지식 자랑밖에 안 되니까 말이다.
도시농부의 하루, 텃밭 가꾸기
부모님과 텃밭에서 도시농부의 삶을 살고 있다 ⓒ 김창일
미뤄뒀던 또 하나의 일은 텃밭 가꾸기이다. 부모님께서 소일거리로 하시던 텃밭을 함께 가꾸고 있다. 유기비료를 쓰고 밭을 일구고 어떤 모종을 심어야 할 지 고민을 한다. 가족이 먹을 식재료이니 농약은 전혀 쓰지 않는다. 건강한 유기농 비료를 발효해서 거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농작물을 기르면 농민의 수고로움까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봄꽃 축제는 랜선 관광으로 대신
광양매화마을 전경 (출처 : 한국관광공사)
광양 매화마을, 진해 군항제 등 올해는 지역 축제를 돌아볼 생각이었다. 지난해 몸이 좋지 않아서 가지 못했던 까닭이다. 광양매화축제, 진행 군항제 등 축제 행사는 취소됐지만 꽃은 피니까 올해는 미루지 말고 꼭 가보려고 했다. 하지만 지자체에서도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니 랜선으로 봄을 즐기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SNS 등을 찾아보며 내년엔 꼭 가봐야지 다짐을 하고 있다.
공적 마스크는 양보 중
미세먼지를 대비해 구매해 둔 마스크 ⓒ 김창일
작년 미세먼지가 일주일 넘게 지속되던 때, 없던 두통이 생겼다. 올해도 미세먼지가 기승일 것 같아 마스크를 미리 구매해 뒀었다. 코로나19로 이렇게 유용하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마스크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공적 마스크를 양보 중이다. 마스크 5부제로 그나마 필요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어 다행이다. 현재 외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어 얼마간 버티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공적 마스크도 구매해야 하지 싶다.
라틴어로 “Hoc quoque transibit!(훅 쿠오퀘 트란시비트) -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또한 지나갈 것이다. 그러면 또 바쁜 일상이 시작될 것이고, 일상에 지칠 때쯤엔 지금을 떠올리지 않을까? 몸이 여유롭다고 마음까지 여유로운 건 아니지만, 주어진 오늘을 조금 더 알차고 재미있게 지내며 보내보자.
▶ 더 많은 서울 뉴스 보기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하기
▶ 내 이웃이 전하는 '시민기자 뉴스' 보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