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에게 '아름다움이란?'

시민기자 김경령

발행일 2020.03.11. 09:28

수정일 2020.03.11. 17:48

조회 2,206

‘개성 있고, 다양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상이 도래하길 바라요’, ‘나 자신을 관찰하는 것에서부터, 그 사람의 아름다움은 시작됩니다’ 

가장 나다울 때 아름답다는 진리, 이를 전파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원장은 미의 기준을 한정하지 않았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그녀는 나 자신을 알아가는 것을 아름다움의 시작으로 보았다.

자신의 개성을 담아낸 듯한 독특한 안경과 강렬한 레드립. 정샘물 원장의 긍정적이고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 원장

메이크업아티스트 정샘물 원장©김경령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넘어 '정샘물' 이름이 브랜드가 되었는데, 좋은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정샘물 브랜드는 천운이 따랐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넘어 활동 반경이 넓어짐에 따라 책임감과 고민도 함께 깊어가고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나의 역할 그리고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역할, 이 모든 역할 속에서 어떠한 존재로 남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중입니다. 

일의 성장과 함께 비례하는 고충들도 존재해요. 자유가 줄어들고 두 아이의 엄마로서 불안감도 커지죠. 또 불특정 다수의 공격도 많아졌습니다. 설령 나의 실수가 아닐지라도 브랜드의 대표로서 제가 책임질 몫으로 남더라고요. 깊이를 더하는 나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무게를 더해가는 책임감 모두가 저의 몫이겠지요.

정샘물 메이크업 아카데미

정샘물 메이크업 아카데미 ©김경령

화장품 브랜드 런칭, 메이크업 아카데미와 샵 운영, 3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까지 메이크업아티스트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해왔는데,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나요?

 ‘OO처럼’이 아닌 ‘나답게’ 라는 말. 다양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회적 분위기 혹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이 아닌, 개성 있는 아름다움의 존재를 알리는 것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해외 각종 메이크업 인플루언서와 소통하고, 또 그들을 통해 ‘K-뷰티(K-Beauty)’를 널리 알리고 싶어요. 

가로수길에 있는 정샘물 브랜드 매장은 가로수길 내 매출 1등을 자랑합니다. 그것도 놀라운 일인데 런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동남아의 매장은 이 매출을 단 3일 만에 이뤄냈습니다. K-뷰티를 대표하는 슬로건 영 앤 프레쉬(Young &fresh), 이는 이미 동남아에서 가장 집중해서 배우고자 하는 메이크업 방식이에요.  

꾸준한 유튜브 활동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망생들에게 많은 것을 전달해주고 싶어요. 이 같은 분야 외에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아름다움이란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개인의 자존감에서 시작된다는 철학을 앞으로 널리 알리고자 해요. 

오늘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이 있기까지 겪은 실패나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과정이 있다면 궁금합니다. 

배우 이승연 씨의 메이크업을 담당할 때였어요. 드라마 종영 이후, 배우 스케줄에 따라 저도 휴식을 하게 되었죠. 어쩌다 TV를 틀었는데 이승연 씨가 ‘토요일은 즐거워’의 MC로 나오는 모습을 보았어요. 나의 스타일링과는 조금 달랐던 모습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아 내가 잘린 거구나’. 

그걸 보자마자 두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내 인생이 그렇지 뭐’ 그리고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걸 증명해야겠다’. 그 이후로 이승연이라는 배우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외국 할 것 없이 이승연 씨와 크로스 오버되는 모든 배우의 사진을 찾아 스타일을 분석하고, 잘 어울리는 그리고 그렇지 않은 스타일을 찾아가며 오로지 이승연 씨만을 위한 스타일 스크랩을 만들었어요. 

완성된 스크랩북을 들고 이승연 씨 대기실로 찾아가 녹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어요. 그 시간이 어쩌면 체감상 저의 인생에서 가장 느리게 흘러간 시간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긴 웬일이니?’ 대기실 앞에서 기다리던 저를 향한 이승연 씨의 한 마디였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스크랩북을 내밀었습니다. 저의 스크랩북을 유심히 보던 이승연 씨는 스크랩북의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너 참 대단하다. 가자’. 그 날 이후로 저는 배우 이승연의 전속 스타일리스트가 되었습니다.

그 후 이승연 씨는 작품이 종영하면 친한 후배를 소개해주었어요. 김희선, 고소영 등 당대 톱스타들의 러브콜 1순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거듭나게 된 것이죠. 아직도 그 대기실 앞에서 녹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그때의 긴장감과 떨림, 그 날의 모든 장면이 생생히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 인생이 그렇지 뭐’ 하고 모든 걸 포기했었더라면? 지금의 정샘물이 있었을까? 눈물을 머금으며 만들었던 그때의 스크랩북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 아닐까?  

정샘물 메이크업 아카데미

정샘물 메이크업 아카데미 ©김경령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차별화된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현장에서는 늘 예상 밖의 일들이 일어나곤 합니다. 남을 빛나게 하는 직업이니만큼, 나 자신은 늘 편하고 실속있는 복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간소한 스타일링을 추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제가 스타일링 하는 스타에게 모든 걸 맞추었어요. 저의 생활 패턴마저 그들의 스케줄에 맞춰 생활했습니다. 또 현존하는 화장품 색조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배우들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연구하며, 그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색조를 섞어 만들어내고, 콘셉트에 적합한 화장품을 찾아내고 공부했어요.

그들을 빛나게 하는 것이, 저의 직업이고 일이었으니까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이러한 사소한 철학이 그들을 빛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성공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샘물을 꿈꾸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망생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으로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이해도가 높아야 합니다. 사람을 향한 호기심, 이해가 없다면 이 업계에서의 일하기가 쉽지 않죠. 내가 스타일링 해야 하는 사람에 대한 분석 능력, 그리고 그와 함께 따르는 사람을 향한 사소한 배려 이 모든 것들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긴요한 자질이 아닐까 싶어요.

저는 ‘진상 고객’이라는 표현을 가장 싫어합니다. 남들보다 자기 자신에게 조금 더 센서티브하기에 스스로가 원했던 스타일링이 있었을 텐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에 부합하지 못하면 컴플레인이 생길 수 밖에 없지요. 진상 고객을 이야기하는 저희 샵 아티스트들에게 오히려 되묻습니다. ‘그래서 돈 안 받았어? 아니잖아. 그렇다면 그들에게 맞는 스타일링을 찾고 서비스했어야지’라고요. 

크고 작은 컴플레인에 대응, 대처할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있어야 합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지망생들이라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작품에 대해 비판 혹은 컴플레인을 받을지라도 상심하지 않고 탄력 있게 극복하고 꾸준히 도전할 수 있는 뚝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색조의 정샘물 화장품 브랜드

 다양한 색조의 정샘물 화장품 브랜드 ©김경령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생각하는 미의 기준이 있나요?

미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처럼’ 혹은 ‘누구답게’가 아니라 나에 대한 집중의 기회를 통해, 본인의 색깔에 관해 연구하고 그것을 아름답게 개성화하는 것이 곧 미의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흔히 ‘강남미인’이라 이야기하죠.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참 안타까운 수식어입니다.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얼굴선의 미, 개성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전부 무시한 채, ‘누구처럼, 누구답게’가 만들어낸 현실이죠. 나에 관한 연구와 집중을 통해 내가 가진 아름다움을 찾고, 다양한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보편화된 미의 기준을 따르는 것이 아닌, 스스로를 향한 집중과 관찰은 다양한 개성의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 거예요. 

포기할 수 있었던 순간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집념과 용기는 지금의 정샘물 원장을 만들었다.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사람의 얼굴과 함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이 곧 메이크업이라 말하는 정샘물 원장. 이번 인터뷰를 통해 메이크업이 곧 공감, 소통이자 누군가에겐 치유라는 생각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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