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닮은 그녀! 페이퍼아티스트 김예은을 만나다

시민기자 이성희

발행일 2020.02.03. 14:26

수정일 2020.02.03. 17:45

조회 2,528

굿네이버스와 협업한 김예은 작가의 '소녀공간' ⓒ 이성희

“봄이 되면 항상 설레고 열정이 생겨요” 1월 말, 페이퍼아트계 최전방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예은 페이퍼 아티스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종이접기는 알아도 페어퍼아트는 낯설었는데 작가 작업실의 작품들을 보니 오히려 종이접기보다 친밀한 느낌이 들었다.  MARCH라는 스튜디오 이름에 대해 물었더니 3월생이기도 하고, 봄의 따뜻함을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단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인데도 스튜디오 곳곳에서 봄 향기가 물씬 풍겼다.  

미대 공예과 졸업 후 적성에 맞는 일 찾다 여기까지 오게 돼

아기자기하고 꿈과 낭만이 넘치는 김예은 작가의 MARCH 스튜디오 ⓒ 이성희 

페이퍼아트라는 분야가 다소 생소한데,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페이퍼아트라는 분야가 있어서 해 봐야겠다고 선택한 건 아니었어요. 종이로 작업을 하다 보니 분야가 생긴 특이한 사례고, 개척하는 단계예요. 미대 공예과를 나와서 원래는 취업을 했었죠. 그러다가 스스로 디자인하고 만들고 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에는 일러스트레이터 일로 시작했어요. 오랫동안 그림을 그렸거든요. 주변에 있는 가위나 풀로 그림을 입체적으로 만들어보고 하던 게 점점 발전하면서 지금처럼 하나의 분야가 됐어요.

프리랜서 초기 단계에서는 어떻게 일을 구하셨나요?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작품을 올리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어요. 그런 사이트에 개인 작업물을 올렸고, 연락이 오면 한 작업씩 맡으며 경력을 쌓았죠. 처음에는 하나 하고 몇 달 쉴 때도 있었고요. 그동안 미술 교사를 병행했어요. 꾸준히 개인 작업을 해서 올리면 분명히 하나의 일을 맡게 되고, 그렇게 계속 이어나가면서 발전하는 거죠. 요즘은 창작자를 위한 플랫폼도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해요. SNS에도 올리는 방법도 있고요. 

김예은 작가(좌)와 인터뷰어들의 열정적인 인터뷰 현장

김예은 작가(좌)와 인터뷰어들의 열정적인 인터뷰 현장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좋은 점, 어려운 점을 들자면  

프리랜서가 돼서 제일 좋았던 점은 낮에 카페 가서 작업하는 거였어요. 카페를 좋아하거든요. 시간을 자유롭게 쓰면서, 틀에 박힌 삶이 아닌 내가 만들어가는 삶이 좋아요.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일인데 힘들긴 해도 항상 배울 수 있어요. 또 열심히 일하면 나 자신의 가치가 올라가죠.어려운 점은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인 마케팅 같은 부분을 스스로 다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책 보면서 계속 마케팅 공부를 하고 있어요. 끊임없이 연구도 해야 하고요. 혼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의 시너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최근에는 팀원을 구해 함께 일해보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작업을 해 볼 생각이에요. 

작업시간 항상 여유롭지 않아...아이디어는 평소에 정리해두어야 

페이퍼아트에서 주로 사용하는 종이는?  

무게가 100g 후반에서 200g대의 종이를 많이 사용해요. 이건 영국에서 나온 컬러플랜이라는 종이인데 보시면 되게 두껍고 색깔도 예뻐요. 

머메이드지 같은데요?  

머메이드지도 비슷한데 그건 올록볼록한 질감이 좀 있고요. 이 종이는 질감이 별로 없어요. 머메이드지도 많이 쓰긴 해요. 원형 만들기에 좋거든요.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나요?  

평소에 밖을 자주 돌아다녀요. 집에 앉아있기 보다는 많은 걸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내를 벗어나 해외도 많이 다녀오려 하고, 거기서 사진도 많이 찍어요. 찍은 사진을 머릿속으로 계속 생각하고요. 작업할 때 매번 시간이 여유롭게 주어지지는 않아요. 아이디어를 탐색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평소에 많이 봐두고 정리해두면 그때그때 시간에 구애받지 않을 수 있어 좋죠.  

김예은 작가가 페이퍼아트에 주로 애용하는 컬러 플랜지

김예은 작가가 페이퍼아트에 주로 애용하는 컬러 플랜지 ⓒ 이성희

페이퍼아트에서 작가님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색깔에 많이 신경을 쓰고 있어요. 또 제가 그림을 전공했기 때문에 입체 작업뿐만 아니라 그림(평면) 작업도 가능해요. 작업 범위가 넓어질 수 있어서 이런 점을 차별점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이 실제 크기의 축소판인 경우가 많아요. 굉장히 섬세한 작업인데 힘드시지 않은가요?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원래 이런 작업을 좋아해서 힘들지는 않아요. 저는 눈도 잘 보이고. (일동 웃음). 조그맣게 만드는 게 오히려 더 편해요. 크게 만드는 작업이 종이 다루기도 어렵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것 같아요. 

페이퍼아트로 ‘한국의 미’ 보여주고 싶다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서울의 모습이 있다면? 

한강 지나갈 때 다리에서 보이는 서울 풍경이 멋있어서 언젠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한옥마을, 경복궁 같은 한국적인 건물도 페이퍼 아트로 만들기에 좋은 것 같아요. 한국의 미를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을 해 보고 싶어요. 단청의 색감이 참 예쁘잖아요. 종이도 그렇거든요. 색깔을 잘 조합하고 층층이 쌓아서 화려한 단청을 작업해보면 깊이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요. 

아무 제약이나 조건이 없다는 가정 하에 해 보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큰 공간을 페이퍼아트로만 채우고 싶어요. 비현실적인 공상 영화에 나올 법한 공간 전시를 해 보고 싶어요. 색깔별로 방을 채워서 ‘분홍방’, ‘초록방’ 이런 식으로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페이퍼아트 무드등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페이퍼아트 무드등 ⓒ 이성희  

공예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이 페이퍼아트를 즐기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요새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해서 취미 클래스가 많잖아요. 저도 페이퍼아트 일을 하면서 힐링이 되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접하셨으면 해요. 그래서 DIY로 즐길 수 있는 페이퍼 아트 브랜드도 시작하게 됐어요. DIY로 만들 수 있고, 클래스도 있고, 완제품도 있고요. 

자신이 만든 작품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관련된 유튜브 튜토리얼 영상도 만들었어요. (작고 귀여운 모형 집 한 채를 가지고 오며) 페이퍼 아트 집으로 무드등을 만들 수 있어요! 홍보는 아닌데(웃음). 요새 페이퍼플라워 만드는 것도 인기 있어서 그렇게 접하시는 방법도 좋은 것 같아요. ☞[유튜브] 김예은 작가의 페이퍼아트 무드등 만들기  

관련 전공이 아닌 사람도 페이퍼아트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도 페이퍼 아트를 하시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예요. SNS에서 해시태그(#) 걸어보면 예전에는 저밖에 없었는데 요즘엔 많으시더라고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꼼꼼하고, 섬세하고... 끈기가 강한 민족이잖아요. 페이퍼아트를 잘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디자인, 공예 전공뿐만 아니라 3D·캐드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알면서 미적 감각이 있으신 분들이 모이면 시너지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팀을 이루면 광고나 애니메이션 등 할 수 있는 분야가 넓어지고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페이퍼아트는 계속될 것 같아요”

석고상의 안경과 관절인형이 들고 있는 것들이 모두 페이퍼 아트 작품이다

석고상의 안경과 관절인형이 들고 있는 것들이 모두 페이퍼 아트 작품이다 ⓒ 이성희

페이퍼 아티스트의 전망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같이 작업하신 팀원 분들도 처음에 똑같은 질문을 주셨어요. AI시대에 손으로 하는 작업은 시대를 역행하는 느낌을 주니까요. 그런데 오히려 기계가 발전할수록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일이 더 가치있게 여겨지는 시대가 올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영화에서 봤는데, 자동차도 기계보다 사람이 만든 것에 더 가치가 있대요. ‘사람이 만들기에 가치있다’라는 맥락에서 보면 앞으로도 전망이 밝을 거라고 봅니다. 종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페이퍼아트는 계속 될 것 같아요.

김예은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했던 서울시민기자들  

봄의 따뜻함이 배어 나오는 페이퍼 아트 작품들

봄의 따뜻함이 배어 나오는 페이퍼 아트 작품들  ⓒ 이성희

나에게 페이퍼 아트란 ooo이다! 

‘함께 커 가는 친구’다. 지금 9년 째 이 일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아티스트라고 하기도 애매할 정도였지만 이제 조금씩 작가가 되고 있고, 도약하려는 시기예요. 페이퍼아트와 함께 성장하면서, 힘들 때는 치유도 받아요. 

김예은 작가의 MARCH 스튜디오에는 이름처럼 생생한 봄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아티스트의 세심한 손끝에서 창조되는 동화처럼 따뜻한 작품들 덕분에 매서운 겨울날도 금방 가 버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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