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 ‘소격동’에 나왔던 그 마을 소나무
이장희
발행일 2014.10.29. 18:19
이장희의 사연있는 나무이야기 2 - 소격동 소나무
이곳에 이렇게 멋진 소나무가 자라고 있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나무를 처음 보고 놀랐을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경복궁 옆에 이런 너른 공간과 함께 근사한 나무가 있었을 줄이야. 육군수도병원과 옛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자리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개관하면서 생긴 변화다. 담장도 없이 개방형으로 만든 이 공간은 더 없이 새롭기만 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전쟁 후 1969년 처음 경복궁 안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오래 머물 수 없는 자리였는지라 얼마 후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을 했고, 비로소 1986년 경기도 과천에 서울대공원을 만들 때 그 옆 한편에 지금의 안식처를 찾게 된다. 현대식 건물에 규모도 웅장한 국립현대미술관은 꽤나 그럴싸했지만 서울 시민들에게는 너무 멀다는 것이 문제였다. 주변에 미술을 꽤 좋아한다는 지인들마저 미술관을 방문하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특별한 날을 잡아야 한다는 푸념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2013년 11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개관을 했으니 이처럼 신나는 서울의 변화가 또 없다. 이 자리에 들어선 건물들의 형태를 구분해 보자면 신축된 현대식 건물뿐만 아니라 리모델링한 기무사의 벽돌 건물, 전통건물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 가운데 전통건물이 바로 조선시대 종친부의 모습이다. 그리고 소나무는 그 옆에서 자라고 있다.
원래 조선시대 이 넓은 터에는 종친부 외에도 소격서와 규장각, 사간원이 있던 말 그대로 관청 밀집 지역이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경성의전 부속병원이 해방 후 육군수도병원이 되면서 도심 한복판에는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지역이 또 늘어났던 것이다. 게다가 병원 한편에 들어선 국군기무사령부는 1981년에 테니스장을 만든다며 멀쩡한 종친부 건물을 뜯어 옮겼으니 당시 문화재를 다루는 데 무지했던 시대상도 엿볼 수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그렇게 쫓겨난 건물은 정독도서관의 마당으로 피신해 갔다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 것이다. 이산가족이란 비단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건물과 나무의 해후상봉이 이렇게 눈물겨울 수가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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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연있는 나무이야기 / 이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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