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땅속에서 깨어난 조선의 골목, '인사도시유적전시관'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6.07.24. 10:54

수정일 2026.07.24.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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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G1 SEOUL 빌딩 지하 1층에 문을 연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은 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조선 전기 유적을 현장 보존한 서울 도심 최대 규모 전시관이다. 공동우물과 건물지, 배수로를 따라 걷고 금속활자·일성정시의 등 523점 유물을 통해 조선 전기 종로의 생활과 과학문화를 볼 수 있다.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은 올해 4월 준공한 G1 SEOUL 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다. Ⓒ김은주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은 올해 4월 준공한 G1 SEOUL 빌딩 지하 1층에 위치한다. Ⓒ김은주

역사책 밖으로 걸어 나온 생생한 조선의 뒷골목

서울 종로의 빌딩 지하에 500년 전 조선의 골목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인사도시유적전시관개발 과정에서 발견된 건물지와 우물, 배수로를 보존하고 금속활자와 천문시계 등 조선 전기의 과학 유물을 함께 소개하는 서울 도심 최대 규모의 현장 유적 전시관이다. 조선 전기의 시전 뒷골목 모습이 그대로 보존됐다니 개관 전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대중에게 문을 연 첫날 기대를 품고 방문했다. 전시관으로 들어가니 은은한 음악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관람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역사책 속 한양이 아닌,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기술을 발전시켰던 생생한 도시를 만나게 된다. ☞ [관련 기사] 조선시대 종로 뒷골목으로 시간여행! '인사도시유적전시관' 개관
  •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크게 본래의 모습을 보존하여 보여주고 있다. Ⓒ김은주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크게 본래의 모습을 보존하여 보여주고 있다. Ⓒ김은주
  • 발굴된 유적지는 서울 도심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김은주
    발굴된 유적지는 서울 도심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김은주
  • 내부는 생각보다 넓고 크게 본래의 모습을 보존하여 보여주고 있다. Ⓒ김은주
  • 발굴된 유적지는 서울 도심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김은주

개발 현장에서 발견된 조선의 시간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은 종로구 G1 SEOUL 빌딩 지하 1층에 자리한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던 중 조선 전기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이어지는 7개 문화층에서 건물지와 공동 우물, 배수로, 금속 유물이 발견된 것이 출발점이다. 유적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16세기 문화층을 중심으로 보존하기로 결정했으며, 개발사업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 대신 전시관을 조성했고, 완공된 공간은 서울시에 기부 채납됐다. 도시 개발과 문화유산 보존이 함께 이뤄진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의 전체 면적은 1,455평이다. 유적을 다른 박물관 진열장으로 옮긴 것이 아니라 발견된 장소에 이전·복원해 현장에서 관람하도록 만든 현장 박물관인 점이 흥미롭다. 유리 바닥 아래 공동 우물에서 관람을 시작해 골목처럼 이어진 데크를 따라가면 16세기 건물지와 배수로, 옛 길이 눈앞에 펼쳐진다. 땅속 유적은 개발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니라, 오늘의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서울의 역사라는 것을 전시관을 거닐며 깨닫게 된다.
  • 유적이 발견된 장소에 이전·복원해 만든 현장 박물관이다. Ⓒ김은주
    유적이 발견된 장소에 이전·복원해 만든 현장 박물관이다. Ⓒ김은주
  • 발 밑에 있는 우물이 이색적이다. Ⓒ김은주
    발 밑에 있는 우물이 이색적이다. Ⓒ김은주
  • 자격루 주전 복원품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자격루 주전 복원품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 유적이 발견된 장소에 이전·복원해 만든 현장 박물관이다. Ⓒ김은주
  • 발 밑에 있는 우물이 이색적이다. Ⓒ김은주
  • 자격루 주전 복원품을 만날 수 있다. Ⓒ김은주

금속활자부터 천문시계까지, 조선 과학의 보고

인사도시유적전시관에서는 인사동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523점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조선 전기의 인쇄술과 천문·시간 측정 기술을 보여주는 유물이 눈길을 끈다. 대표 유물은 초주갑인자, 을해자, 을유자와 동국정운식을 포함한 을해자 병용 한글활자다. 출토된 금속활자는 1,700여 점에 이르며, 이 가운데 441점이 전시된다. 금속활자 미디어월에서는 작은 활자를 크게 확대해 글자의 모양과 서체 차이를 살펴볼 수 있다. 확대해서 보니 글자의 정교함과 디테일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1437년 세종의 명으로 단 4대가 제작됐다고 기록된 '일성정시의'도 빼놓을 수 없다. 일성정시의는 낮에는 해를, 밤에는 별을 관측해 시간을 알아보던 주야 겸용 천문시계다. 문헌으로만 알려졌던 기기의 실물이 인사동 유적에서 처음 확인됐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자동 물시계 '자격루'의 작동에 사용된 주전(시간을 알리는 장치를 움직이는 화살 모양 부품)과 총통, 생활용 도자기 등도 전시된다. 복원품과 작동 원리 영상을 함께 배치해 어려운 과학기술을 이해하기 쉬웠다.
  • ‘미디어 월’에서 금속활자를 확대하여 활자의 형태와 글씨체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김은주
    ‘미디어 월’에서 금속활자를 확대하여 글씨체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김은주
  • 금속활자 출토 현장을 그대로 재현했다. Ⓒ김은주
    금속활자 출토 현장을 그대로 재현했다. Ⓒ김은주
  • 조선 전기 종로 시전 및 그 주변의 도시 구조와 건축적 특징을 볼 수 있다. Ⓒ김은주
    조선 전기 종로 시전 및 그 주변의 도시 구조와 건축적 특징을 볼 수 있다. Ⓒ김은주
  • ‘미디어 월’에서 금속활자를 확대하여 활자의 형태와 글씨체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김은주
  • 금속활자 출토 현장을 그대로 재현했다. Ⓒ김은주
  • 조선 전기 종로 시전 및 그 주변의 도시 구조와 건축적 특징을 볼 수 있다. Ⓒ김은주

여섯 개 공간에서 만나는 종로의 삶

전시는 여섯 개 주제로 이어진다. 1존 인사동 유적의 역사와 보존​에서는 인사동 일대의 역사와 발굴 과정, 유적을 이전·복원한 방법을 영상과 전문가 인터뷰로 소개한다. 2존 한양의 우물​에서는 지름 1.6m, 깊이 4.9m의 석재로 된 공동 우물을 볼 수 있다. 우물이 식수원뿐 아니라 화재에 대비한 방화수로도 쓰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었다.

3존 종로 뒷골목​은 전시관의 핵심이다. 기와집과 초가집이 섞여 있던 주거지, 상업 지역으로 이어진 문, 배수로 위에 놓인 나무판자 등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이동과 생활을 상상할 수 있다. 키오스크에서는 건물의 3D 복원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이 공간에서는 장 줄리앙 푸스의 미디어아트 작품 2030-1500​도 감상할 수 있다. 종로와 뒷골목이 수백 년 동안 변화해 온 모습을 현대적인 영상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 금속활자 스탬프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김은주
    금속활자 스탬프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김은주
  • 일성정시의 복원품도 볼 수 있다. Ⓒ김은주
    일성정시의 복원품도 볼 수 있다. Ⓒ김은주
  • 15세기부터 현재 지표면까지 비교해 볼 수 있다. Ⓒ김은주
    15세기부터 현재 지표면까지 비교해 볼 수 있다. Ⓒ김은주
  • 금속활자 스탬프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김은주
  • 일성정시의 복원품도 볼 수 있다. Ⓒ김은주
  • 15세기부터 현재 지표면까지 비교해 볼 수 있다. Ⓒ김은주
3.5존 옛길에서 보는 인사동 유적​에서는 전체 유적을 60분의 1로 줄인 모형 위에 시대별 토지 구획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상을 투사한다. 청화백자와 동제 제기, 사람 이름이 적힌 도자기 등 생활유물도 전시한다. 4존 귀중한 금속​에서는 조선 시대 금속의 가치와 재활용 문화를 다룬다. 금속 유물이 한꺼번에 발견된 도기 항아리와 출토 현장을 재현해 활자가 어떤 상황에서 땅속에 묻혔는지 보여준다. 5존 조선 전기의 과학 문화에서는 금속활자와 일성정시의, 자격루 주전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을해자로 인쇄한 불교 경전 능엄경에서 영감을 받은 도예가 김민재의 설치작품 향낭​도 전통 인쇄문화와 현대미술을 연결한다. 6존 남겨진 과제​는 도시 개발과 유적 보존의 공존을 생각하는 공간이다. 어린이 금속활자 만들기와 금속활자 스템프 체험도 마련되어 가족 관람객이 즐기기 좋다.
인사동 유적의 공동우물. 16~17세기에 사용된 석재 우물로, 지름 1.6m, 깊이 4.9m 원통형 구조이다. Ⓒ김은주
인사동 유적의 공동우물. 16~17세기에 사용된 석재 우물로, 지름 1.6m, 깊이 4.9m 원통형 구조이다. Ⓒ김은주
500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온 귀중한 문화유산 공간이다.
500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온 귀중한 문화유산 공간이다. Ⓒ김은주

발아래 나타난 16세기, 과거의 흔적이 오늘의 일상에게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유리 바닥 아래의 공동우물이 시선을 붙잡는다. 밝고 매끈한 현대식 빌딩에서 한 층 내려왔을 뿐인데, 조선시대 마을의 기반시설이 발아래 나타나는 대비가 인상적이다. 관람 데크에서는 유적을 내려다보며 이동하기 때문에 단순히 유물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좁은 집터와 골목, 배수로의 방향을 함께 살펴보면 이곳에서 물을 긷고 장사를 하며 살아갔던 사람들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금속활자와 천문기구가 궁궐이나 관청이 아닌 종로 뒷골목의 생활유적에서 함께 발견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조선의 과학문화가 일부 학자만의 지식에 머문 것이 아니라 제작과 유통, 재활용이 이뤄지던 도시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김은주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김은주
500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온 귀중한 문화유산 공간이다.
500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 곁으로 돌아온 귀중한 문화유산 공간이다. Ⓒ김은주

인사동에 간다면, 한 층 아래 '조선의 시간'을 걸어보자

전시관은 종각역과 종로3가역 사이에 있어 대중교통으로 방문하기 편리하다. 종각역에서 인사동 방향으로 이동하거나 종로3가역에서 종로11길 방면으로 걸어갈 수 있다.

근처에 있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과 함께 관람하며 비교해봐도 좋다. 또한 인근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도 우리 역사를 알고 체험하기에 좋은 공간이기에 같이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은 오래된 유물을 진열해 놓은 공간을 넘어, 오늘의 서울 아래에 켜켜이 쌓인 도시의 시간을 직접 걷게 하는 박물관이다. 공동우물과 골목, 배수로에서는 조선 시대 종로 사람들의 생활을 만나고, 금속활자와 일성정시의에서는 세계적 수준에 이른 조선의 과학기술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여름 인사동을 찾는다면 익숙한 거리만 걷지 말고 한 층 아래로 내려가 보자. 우리가 몰랐던 찬란한 서울의 역사가 발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다.

인사도시유적전시관

○ 위치 : 서울 종로구 종로11길 18 G1 SEOUL 지하1층
○ 교통 : 종각역 3번 출구에서 202m
○ 운영시간 : 09:00~18:00 (17시 30분 입장 마감)
○ 휴무 : 월요일
누리집

시민기자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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