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한양의 골목과 건물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시민기자 김장호

발행일 2024.11.19. 13:58

수정일 2024.11.19. 13:58

조회 139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입구 ⓒ김장호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입구 ⓒ김장호
조선 한양부터 근대 경성까지 서울의 도시 유적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종각역 근처에 위치한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의 분관인 이곳은 지난 2015년 공평동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서울의 골목길과 건물터를 보존하고 있다.

특히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은 도심 정비사업에서 발굴되는 매장 문화재를 최대한 원 위치에 전면 보존한다는 ‘공평동 룰’을 적용한 첫 사례로 의미가 크다. 과거 한양의 골목길을 직접 걸으면서 조선 초기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기까지 확인된 건물지와 도로, 다양한 생활유적을 만나보자.
공평도시유적전시관 내부 전경 ⓒ김장호
공평도시유적전시관 내부 전경 ⓒ김장호
건물을 지을 때 기둥 아래에 놓이는 초석 ⓒ김장호
건물을 지을 때 기둥 아래에 놓이는 초석 ⓒ김장호
공평동 유적은 조선시대 한양의 중심부인 견평방(堅平坊)에 속한다. 시전, 궁가, 관청 등 여러 시설이 자리하며 사람들로 북적였던 지역이다. 전시관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 밑바탕이 되는 초석부터 기와, 부속품 등부터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생활용품까지 전시돼 있다.

초석은 기둥 아래에 놓여 지면의 습기로부터 나무 기둥을 보호하고 무게를 지면에 전달하는 돌로, 시간이 흘러 건축물이 사라진 후에도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초석을 통해 건물의 전체적인 규모와 구조를 추정할 수 있을 정도로 건축물에서 중요한 바탕을 차지한다.
정면 2칸, 측면 1칸의 ㅡ자형 집으로 확인된 17호 건물지 ⓒ김장호
정면 2칸, 측면 1칸의 ㅡ자형 집으로 확인된 17호 건물지 ⓒ김장호
초석 등을 통해 건물지마다 집 구조 등을 추정할 수 있는데 17호 건물지의 경우 정면 2칸, 측면 1칸의 ㅡ자형 집으로 동쪽 정면에 마당이 있었고, 동쪽과 북쪽 경계에 담장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정확하게 볼 수는 없지만 복원된 구조만으로 집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었다.
문에 부착하는 돌쩌귀, 걸쇠 등 창호 부속품 ⓒ김장호
문에 부착하는 돌쩌귀, 걸쇠 등 창호 부속품 ⓒ김장호
건물을 지을 때 안전과 번영을 기원하며 땅에 묻는 진단구 ⓒ김장호
건물을 지을 때 안전과 번영을 기원하며 땅에 묻는 진단구 ⓒ김장호
제사에 사용된 청동접시 등 제기 ⓒ김장호
제사에 사용된 청동접시 등 제기 ⓒ김장호
공평동 유적에서는 조선시대 건축물에 사용된 문고리 등 창호 부속품도 발굴됐는데 문의 개폐나 고정 방식을 유추하는 기준으로 작용한다. 요즘에는 쉽게 여닫는 자동문이 많지만 이렇게 과거에 문에 부착하는 경첩 등을 보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져서 신기했다.

건물을 지을 때 안전을 기원하며 땅에 묻는 물품인 진단구도 볼 수 있었다. 진단구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됐는데 주로 뚜껑이 있는 항아리가 묻혔다고 한다. 개업하거나 새 차를 살 때 등 안전과 번영을 바라며 고사를 지내는 요즘 생활방식과도 닮아 있다. 이외에도 접시, 제기 등 생활용품도 살펴볼 수 있었다.
보신각종 축소 모형 ⓒ김장호
보신각종 축소 모형 ⓒ김장호
기획전시실에서는 보신각종과 성덕대왕 신종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김장호
기획전시실에서는 보신각종과 성덕대왕 신종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김장호
전시관에서는 기획전시도 진행된다. 현재는 <보신각, 시간의 울림> 기획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 보신각의 역사와 변천사를 만나볼 수 있다. 매년 보신각 종소리로 새해를 맞이하는데, 과거에는 보신각이 어떤 역할을 했을지 궁금했다.

태조 이성계는 1395년 종루를 건설하고 3년 후부터 종을 걸어 일정한 시간에 종을 쳐 시간을 알렸다. 그러나 종루는 여러 차례 화재와 전란을 겪으며 재건의 과정을 거쳐왔다. 조선의 수도 한양은 성곽을 쌓아 경계를 표시하고 도성 안팎의 출입을 통제했는데 이는 아침과 저녁에 울리는 보신각 종소리에 따라 이뤄졌다. 실제 보신각 종소리를 들어보니 그 막중한 역할만큼 웅장하면서 묵직함이 느껴졌다.

종루 또는 종각으로 불렸던 보신각은 1895년 고종에 의해 그 이름을 갖게 됐다. 고종은 종각에 보신각이라는 현판을 달았고 이후 위치도 여러 차례 변했다.
1936년 8월 조선일보에 실린 연재 기사 '팽창경성가두변천기' 일부 ⓒ김장호
1936년 8월 조선일보에 실린 연재 기사 '팽창경성가두변천기' 일부 ⓒ김장호
“보신각 안에 무겁게 달려 있는 그 큰 종은 우리들이 어릴 때 할머니의 이야기 가운데서나 그 무겁고 슬픈 소리를 꿈꾸었을 뿐, 오백 년 전 이태조 그때부터 장안의 시민들에게 아침과 저녁을 알려주던 이 큰 쇠북은 이제 와서는 아주 벙어리가 되어 박물관 속의 물건이 되고 만 것이다.”

1936년, 한 신문에 연재된 기사에서도 보신각의 역사와 역할을 짐작해볼 수 있다. 과거에는 도성의 문을 여닫고 백성에게 시간을 알리는 막중한 역할을 했던 보신각이 이제는 점점 기억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새해를 맞는 중요한 순간에 함께함으로써 옛날이나 지금이나 경건한 상징에는 변함이 없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보신각이 주는 시간이 울림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전시 해설을 예약할 수 있는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 화면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 누리집
공평도시유적전시관 전시 해설을 예약할 수 있는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 화면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 누리집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관람 안내문 ⓒ김장호
공평도시유적전시관 관람 안내문 ⓒ김장호
공평도시유적전시관을 더 풍성하게 살펴보고 싶다면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 또는 현장접수를 통해 무료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자유관람을 원한다면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AR도슨트 서비스, VR체험도 가능하니 안내 데스크에 문의하면 된다.

공평도시유적전시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우정국로 26,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
○ 교통 :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1번 출구에서 도보 1분
○ 운영시간 : 화~일요일 9시~18시(입장마감 17:30)
○ 휴관일 : 매주 월요일(공휴일 제외), 1월 1일
○ 전시 해설 예약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
○ 문의 : 02-724-0135

시민기자 김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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