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수에 단팥빵이면 1일 당 권장량 넘는다고? 오늘부터 덜 달달하게!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11.01. 13:19

수정일 2024.11.01. 14:58

조회 1,704

얼마 전, 지인이 당뇨 진단을 받았다. 당뇨에 걸리니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단다. 합병증만 조심하면 된다고 하지만, 어디 그러랴. 쌀밥부터 잡곡식으로 바꾸고 늘 음식을 주의하며 먹는다고 했다. 더욱이 매번 장을 볼 때마다 늘 혈당을 고려한단다.

“나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잡곡밥과 야채를 먹게 돼 모두 당뇨에 신경 쓰고 있어.” 그러면서 비용은 들지만 패치를 붙여 앱으로 측정하니 매번 혈액 검사를 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덜 달달 9988' 캠페인' 현장에서 한 시민이 당에 관해 문의를 하고 있다. ⓒ김윤경
'덜 달달 9988' 캠페인 현장에서 한 시민이 당에 관해 문의를 하고 있다. ⓒ김윤경
요즘 SNS에서는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과 스웨덴 젤리 등등 화려한 디저트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공통적인 건 무척 달고 맛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에 따른 역풍도 만만찮다.

‘2023 서울시 먹거리 통계’에서는 모든 서울시민이 건강에 좋지 않은 식품을 절제하는 식생활 수준이 미흡하다고 나타났다. 또 시민 3명 중 1명은 매일 맵고 짠 국물 음식과 설탕이 많이 함유된 간식을 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30세 이상 국민의 당뇨병 진단 경험률은 지난 2022년 9.1%로 최근 10년 동안 0.9%가 늘어나는 등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2022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의 사망 원인 중 심장 질환은 65.8%, 뇌혈관 질환은 49.6%를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요인은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알려져 있다.
'덜 달달 9988' 프로젝트 및 '일당오십' 프로젝트  홍보물. ⓒ서울시
'덜 달달 9988' 프로젝트 및 '일당오십' 프로젝트 홍보물 ⓒ서울시
지인이 당뇨에 걸려서일까. 요즘 부쩍 혈당에 관심이 높아졌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많은 이가 혈당 관리를 신경 쓰고 있다. 그렇지만 하루에 얼마나 당을 먹어도 되는지, 어떤 음식에 당이 많은지 자세히 알기는 어렵다. 특히 자녀가 있으면 그 달콤하고 맛있는 음식을 어떻게 자제하도록 교육시켜야 할지 걱정스럽다.

그런 무렵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덜 달달 9988’ 프로젝트다. ‘덜 달달 9988’ 프로젝트는 단순히 당 섭취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하게 식습관을 형성하고 시민들이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실천하도록 실질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 [관련 기사] 세 살 입맛 평생 간다! 아이들 건강 지키는 '덜 달달 9988' 프로젝트

2017년부터 ‘서울시민 당류 섭취 저감화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당류 섭취 줄이기 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는 서울시는 지난 9월부터 시민의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덜 달달 9988’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당류 섭취를 줄여 비만과 만성질환을 예방하며 99세까지 팔팔한 삶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추진하는 프로젝트다.
'덜 달달 9988' 캠페인이 진행된 시민청 ⓒ김윤경
'덜 달달 9988' 캠페인이 진행된 시민청 ⓒ김윤경
“어머, 젤리가 이렇게나 당도가 높다고요?”
“사이다보다 콜라가 훨씬 당이 많을 줄이야.”

'덜 달달 9988' 캠페인이 진행된 시민청 내부에 있는 부스에는 음식 모형들이 빽빽하게 놓여 있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대화를 나누며 음식 모형을 살피고 있었다. 음식 모형 앞에는 저마다 당류가 적혀 있었다. 케이크를 비롯해 젤리, 탄산음료 등 시판되는 이름까지 적힌 모형이라선지 좀 더 실감이 들었다.

당류 섭취를 줄이는 비법이 적힌 모형도 있었다. 오렌지 주스 대신 오렌지를, 탕후루 대신 과일을, 샐러드 드레싱은 부먹이 아니라 찍먹(붓지 않고 찍어 먹도록)을 권유하고 있다.
당과 각설탕 양을 표시해 놓은 제품들. ⓒ김윤경
당과 각설탕 양을 표시해 놓은 제품들 ⓒ김윤경
케이크, 탕후루, 젤리, 초콜릿, 탄산음료 등의 모형 앞에 당류가 적혀 있다. ⓒ김윤경
케이크, 탕후루, 젤리, 초콜릿, 탄산음료 등의 모형 앞에 당류가 적혀 있다. ⓒ김윤경
“어떤 맛이 가장 입에 맞는지 드셔 보세요.” 안내자가 단맛 농도가 다른 세 개의 컵을 주며 말했다. 입맛에 맞는 대로 ‘A’라고 하자 “지금 덜 달게 잘 드시고 계신다”는 칭찬이 돌아왔다. 덧붙여 “A가 가장 덜 단 맛인데, 바로 알아차렸다는 건 그만큼 미각이 예민하다는 의미”라고 알려 줬다. 참고로 A는 우유, B는 콜라, C는 아이스크림(맛보기 스푼 하나의 당류)과 같은 양의 당류가 들어갔단다.
 
“콜라가 이렇게 달았나? 콜라를 좋아하는데 당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요”라고 말하자, “다른 첨가물이 섞여 상대적으로 단맛을 덜 느꼈을 수도 있어요”라고 설명해 주었다. 가장 달달한 C를 택한 사람은 단맛에 많이 노출돼 더 강한 자극에 반응하는 만큼 다른 천연식품을 먹으며 미각을 골고루 깨워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른 시민 반응도 궁금했는데 생각보다 A, B, C 가 골고루 나와 신기했다. 
입맛 유형 테스트를 해 봤다. ⓒ김윤경
입맛 유형 테스트를 해 봤다. ⓒ김윤경
하루 권장량인 50g의 설탕. ⓒ김윤경
하루 권장량인 50g의 설탕 ⓒ김윤경
“당은 이 정도 내에서 드세요. 하루 권장량이거든요.” 담당자는 옆에 놓인 투명 상자 내에 있는 각설탕을 보여 줬다. 1일 설탕 권장량인 50g(각설탕 16~17개)이란다. 예전 나트륨 일일 권장량을 봤을 때는 너무 적다 싶었지만, 반대로 설탕 권장량을 보자 다르게 느껴졌다. 설마 이렇게 많이 먹을까?

“설탕만 놓고 보니 많아 보이는데요, 제품에 적힌 당류를 보시면 하루에 얼마나 드시는지 체감될 거예요.” 그랬다. 음식 모형을 보니 실감이 바로 난다. 자주 마시는 탄산음료 한 캔이 46g인데 단팥빵이 15g이었다. 한 끼 식사도 안되는 음식에서 벌써 1일 당 권장량을 가뿐히 넘긴다.

“믹스커피 한잔이 6g인데요, 적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우리가 종일 믹스커피 한 잔만 마시는 건 아니잖아요.”
한 시민이 테스트를 해 보고 있다. ⓒ김윤경
한 시민이 입맛 테스트를 해 보고 있다. ⓒ김윤경
입맛 MBTI처럼 다른 맛이 들어 있는 테스트지 키트가 제공되는 입맛 테스트도 해 볼 수 있었다. QR을 통해 앱에 연결해 각각 테스트지에서 맛보고 느낀 강도를 적어내자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다. 나는 ‘예민한 돌고래 형’이 나왔다. 안내자에게 정답을 묻자, 정답의 기준은 없다고 했다. 사람에 따라 같은 맛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저당에 관한 상담도 받을 수 있었다. 한 시민이 자녀가 잘 마시는 요구르트가 생각보다 당이 많다고 걱정하자 상담사는 요구르트 대신 신선한 과일이나 음료 대신 물을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테스트를 완료하고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서울시
테스트를 완료하고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다. ⓒ서울시

다양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덜 달달 9988'

'덜 달달 9988' 캠페인은 10월 18일 직장인과 학생을 중심으로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앞, 24일은 서울야외도서관 책읽는 서울광장, 26일은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리는 청소년 축제에도 함께했다. ☞ [관련 기사] 자꾸 단 게 먹고 싶을 땐 이렇게! '덜 달달 9988' 캠페인

10월 18일 오후 2~4시에는 대치동 학원가에서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 및 식품 접객 업소를 방문해 위생 지도와 저당 식생활 환경 조성 협조를 부탁했으며, 4~6시에는 학원가를 찾은 아이들에게 저당 식생활 실천 지침을 안내하는 가두 캠페인도 실시했다.

10월 25일 책읽는 서울광장에서는 저당 식생활 부스를 운영해 당 함량 모형 전시 및 미각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26일 서울어린이대공원 숲속의 무대에서 개최되는 '2024 서울청소년 페스티벌'에서도 저당 식생활에 관한 홍보 부스를 운영했다. 청소년 페스티벌에 맞게 인생네컷과 당 함량 모형 전시 등을 통해 청소년들의 저당 식생활 참여를 독려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덜 달달 9988'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 ⓒ서울시
대치동 학원가에서 '덜 달달 9988' 캠페인을 홍보하고 있다. ⓒ서울시
"현장 반응을 보면 많은 시민이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내가 먹는 식품 속에 이렇게 당이 많이 있는 줄은 몰랐다고 하는 반응이 많았고요. 또 건강을 위해 간식과 음료를 줄여야겠다고 다짐을 남겨 주시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음식 모형이 시판되는 거라 좀 더 체감이 되었다고도 하더라고요." 담당자가 전하는 말이다.

11월 5일 청계광장에서도 '덜 달달9988 프로젝트 건강 식생활 정책 캠페인'이 예정돼 있다. 저당 식생활 실천 등 건강한 식생활에 관해 알아보고 싶다면 잊지 말고 참여해 보자.

이벤트와 함께 당 섭취 줄이기 도전!

당에 관해 알고 나니 확실하게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서울시 식생활종합지원센터에서는 매달 ‘식생활 역량 강좌’를 실시한다. 누리집에서도 저당 실천 방법을 볼 수 있다.

실천 지침을 지키는 인증샷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10월 16일부터 11월 8일까지 나트륨과 첨가당 줄이기에 관심 있는 시민을 대상으로 이벤트를 벌인다.

기억할 것은 일당! 오십. '일'일 당 섭취 50g을 지키며, '당'류 함량 표시를 확인하고, '오'늘부터 탄산음료를 줄이고, '십'일 간 가공식품을 줄여 당 섭취를 줄인다. 그렇게 보니 생각보다 지킬 수 있을 듯하다. 갈증 나면 물을 먼저 마시고, 가급적 탄산음료를 제외하며 무가당, 저당도를 선택한다. 간식은 작은 사이즈의 생과일과 견과류 등을 먹는다. 식사 시에는 소스나 드레싱을 줄여 본연의 맛으로 먹도록 한다.

이와 관련한 SNS 캠페인과 공모전도 시행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인스타그램을 통해 ‘가당음료 대신 물 마시기 챌린지’도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꼭 참여해 보면 좋겠다.
음료 대신 물 선택 인증샷 이벤트. ⓒ서울시
음료 대신 물 선택 인증샷 이벤트 ⓒ서울시

당뇨병이 있다면 동네 의원에서 관리 받자

지난 9월부터 가까운 동네 의원에서도 고혈압과 당뇨병 관리를 돕고 있다. 일차의료 만성질환 관리사업이다. 고혈압·당뇨병은 운동, 식생활 등 꾸준하고 다양하게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지만 이전에는 진단, 약 처방 등의 단편적 관리만 이뤄졌었다. 환자가 적극적으로 질환을 관리하고자 고혈압·당뇨병 관리 서비스에 참여하면 환자 본인부담률을 의원 외래 법정본인부담률인 30%에서 20%로 낮춰 적용받는다.

당뇨에 걸린 후 걷기 등 스스로 건강 생활을 실천하거나 의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지속해서 참여하는 경우에는 연간 최대 8만 원 상당의 건강생활실천지원금도 받을 수 있다. 건강생활 실천지원금 신청은 건보공단 앱(The건강보험)이나 누리집 또는 건보공단 지사 팩스, 건보공단 지사 방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을 알리고 있다. ⓒ김윤경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사업을 알리고 있다. ⓒ김윤경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 및 서울시의사회, 소비자시민모임 등과 함께 당 저감 공동 캠페인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지난 9월 말에는 ‘2024 건강도시연맹 세계총회’에서 ‘덜 달달 9988’ 홍보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담당자에 따르면 앞으로도 서울시 주최 행사를 통해 ‘덜 달달 9988’ 홍보 부스를 운영하며 청소년이 많은 곳으로 찾아가는 현장 캠페인을 추진하고 ‘올바른 식생활 가이드’를 배포해 ‘덜 달달 9988’ 프로젝트를 널리 확산할 생각이다.

"'덜 달달 9988' 캠페인 대상은 서울시민 전체지만 집중 추진 대상은 어린이부터 청년층까지예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률이 가장 높은 연령층이 12~18세인데다가 한창 유행에 민감한 세대인데 요즘 숏폼 영상과 SNS에서 당 함량이 높은 디저트와 각종 페어링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 수치가 점점 높아지는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 매점에서 고열량, 저영양 식품 판매 금지 점검을 강화하고 ‘당 줄이기 실천 학교’도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학교 내 단체 급식용 저당 레시피 보급손목닥터 9988 앱을 통해 저당 식생활 실천 챌린지를 유도할 계획이다.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다른 선택으로 대체하도록 알려 준다. ⓒ김윤경
당 섭취를 줄이기 위해 다른 선택으로 대체하도록 알려 준다. ⓒ김윤경
가을이다. 천고마비의 계절이자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 울긋불긋 풍경에 기분도 달달해지면 좋겠다. 그렇지만 달달한 건 마음으로 충분하다. 먹거리만큼은 덜 달달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 식생활종합지원센터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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