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유생들의 공간 속으로! 국가유산 석전제 참관기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09.19. 10:00

수정일 2024.09.19. 17:53

조회 268

성균관 비천당에서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에게 예를 다하는 '추기석전'이 열렸다. ⓒ윤혜숙
성균관 비천당에서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에게 예를 다하는 '추기석전'이 열렸다. ⓒ윤혜숙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아라.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이다. 학습의 즐거움을 언급하는 이 문장은 동양 문화권에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하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 주인공은 공자다. 공자가 제자와 나눴던 대화를 엮어서 펴낸 책 중 <논어>가 있다. <논어>의 첫 구절에 실려 있는 유명한 글이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다.
기원전 551년 태어난 공자는 올해 탄신 2575년에 이르며, 이를 '공기 2575년'이라고 한다. ⓒ윤혜숙
기원전 551년 태어난 공자는 올해 탄신 2575년에 이르며, 이를 '공기 2575년'이라고 한다. ⓒ윤혜숙

공자는 유학(유교)을 창시한 인물로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라 있다. 공자의 탄생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551년에 공자가 탄생했다. 2024년 올해 공자가 태어난 지 자그마치 2575년에 이르고 있다. 서양에서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서기 2024년이라고 하듯이 동양에서는 공자 탄생을 기준으로 공기 2575년이라고 한다.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일상생활에 공자의 가르침이 스며들어 있다. <논어>만 해도 한자로 쓰인 원전이 있지만, 국내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논어>가 발간되고 있다. 그만큼 후세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무리 유익한 책이어도 사람들이 외면하면 시중에서 찾을 수 없게 된다.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낼 성균관 관계자들이 비천당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윤혜숙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에게 제사를 지낼 성균관 관계자들이 비천당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윤혜숙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향교나 서원에 입학하는 많은 학생이 공자의 가르침을 배우고 있다. 서울 한복판인 명륜동에 소재한 성균관에서도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고 그 예를 다하고 있다. 돌아가신 공자를 향해 예를 다하는 게 바로 제사다.

9월 10일 오전 10시부터 성균관 비천당에서는 ‘추기석전(秋期釋奠)’이 열렸다. ‘추기석전’이란 가을에 열리는 석전대제를 뜻한다. 매년 음력 2월(춘기)과 8월(추기)에 성균관과 전국 234개 향교에서는 공자를 비롯한 옛 성현들의 학덕을 추모하는 유교적 의식으로 큰 제사라는 의미의 석전대제(釋奠大祭)가 열리고 있다. 줄여서 석전제라고 부른다. 석전제는 1986년 11월 1일 국가무형문화재 제85호로 지정되었다.
사회자가 비천당 내부에서 행해지는 석전제 의식 절차를 알려 주고 있다. ⓒ윤혜숙
사회자가 비천당 내부에서 행해지는 석전제 의식 절차를 알려 주고 있다. ⓒ윤혜숙

올해의 추기석전이 열리는 곳은 성균관 비천당이다. 성균관대학교 정문 오른쪽에 오래된 한옥 건물이 여러 채 있다. 조선 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대학에 해당한다.

조선 시대 성균관에 입학하려면 1차 과거 시험인 초시에 합격해야 했다. 초시는 생원시나 진사시가 있다. 생원시는 유교 경전에 관한 이해를 측정하는 시험, 진사시는 문학적 재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생원이나 진사가 되어야 성균관에 입학할 자격이 주어졌고, 성균관에서 더 수학한 뒤 2차 과거 시험인 복시를 통해서 관직에 진출했다.
대성전이 보수 중으로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신 비천당에서 석전제가 열렸다. ⓒ윤혜숙
대성전이 보수 중으로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신 비천당에서 석전제가 열렸다. ⓒ윤혜숙

성균관을 구성하는 본채와 부속 건물이 여럿 있다. 성균관의 중심을 이루는 건물은 대성전과 명륜당이다.

대성전(大成殿)은 문묘의 시설 가운데 공자를 위시한 우리나라와 중국의 성현 39위(位)의 위패를 봉안하고 있다. 공자의 위패가 있는 이곳에서 매년 봄, 가을 2회 석전제가 열린다. 올해는 대성전이 아닌 비천당에서 석전제가 열렸다. 대성전이 노후화되어 지금 한창 보수공사 중이기 때문이다.

비천당(丕闡堂)은 명륜당 서쪽에 건립된 건물로, ‘큰 도를 밝힌다[丕闡大猷(비천대유)]’라는 주자(朱子)의 글귀에서 따왔다. 명륜당과 함께 제2의 과거 장소로 사용되었으며, 6.25 사변으로 소실되어 1988년 지금의 비천당만 중건했다.
  • 명륜당 천장이나 벽면 곳곳에 공부의 지침이 될 만한 글이 적혀 있다. ⓒ윤혜숙
    명륜당 천장이나 벽면 곳곳에 공부의 지침이 될 만한 글이 적혀 있다. ⓒ윤혜숙
  • 명륜당 뒤편에 있는 존경각은 오늘날의 도서관에 해당하는 곳이다. ⓒ윤혜숙
    명륜당 뒤편에 있는 존경각은 오늘날의 도서관에 해당하는 곳이다. ⓒ윤혜숙
  • 성균관의 유학생들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회수를 따져서 출석을 점검했다고 한다. ⓒ윤혜숙
    성균관의 유학생들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회수를 따져서 출석을 점검했다고 한다. ⓒ윤혜숙
  • 명륜당 천장이나 벽면 곳곳에 공부의 지침이 될 만한 글이 적혀 있다. ⓒ윤혜숙
  • 명륜당 뒤편에 있는 존경각은 오늘날의 도서관에 해당하는 곳이다. ⓒ윤혜숙
  • 성균관의 유학생들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회수를 따져서 출석을 점검했다고 한다. ⓒ윤혜숙

대성전이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라면 명륜당(明倫堂)유생들이 공부하던 교실이다. 명륜당은 ‘인륜을 밝힌다’라는 뜻이다. 명륜당 천장이나 벽면 곳곳에 공부의 지침이 될 만한 글이 적혀 있다. 그중엔 조선 시대 임금이 친필로 적었던 글도 있다.

명륜당 뒤편에 존경각이 있다. 존경각은 지금의 도서관에 해당하는 곳이다. 과거엔 소수의 유학자만이 지식 정보를 공유했다. 성균관은 모든 지식 정보의 종합체였다.

명륜당을 중앙에 두고 동재, 서재가 있다. 동재, 서재는 성균관에 수학하는 유생의 기숙사였다. 그래서 기숙사 옆에 유생들이 식사했던 식당도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횟수를 따져서 출석을 점검했다고 한다.
성균관에 수학하는 유학생이 기거하는 기숙사로 동재와 서재가 있었다. ⓒ윤혜숙
성균관에 수학하는 유학생이 기거하는 기숙사로 동재와 서재가 있었다. ⓒ윤혜숙

역사적으로 최고 학부인 고구려의 태학, 신라의 국학, 고려의 국자감의 전통을 조선 시대 성균관이 계승했다. 성균관은 유교를 교육 이념으로 하여 인재를 양성한 최고의 교육기관이다.

성균관에서 지내는 석전제는 예부터 내려오던 의례로서, 단순히 제사만 지내는 게 아니다. 문묘제례악과 일무를 곁들이고 있다.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에서도 이미 그 원형을 상실하였으나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 원형을 보존하고 있어 국가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 추기석전 초헌관은 박재완 학교법인 성균관대학교 이사장이 맡았고, 종단 지도자, 기관단체장, 유림 지도자와 시민 등이 참석했다. 초헌관은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제관을 가리킨다. 그래서 상징성이 있다.
석전제는 전폐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겸 분헌례, 음복수조례, 철변두, 망예례 순이었다. ⓒ윤혜숙
석전제는 전폐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겸 분헌례, 음복수조례, 철변두, 망예례 순이었다. ⓒ윤혜숙

비천당 월대와 너른마당에 문묘제례악에 쓰일 악기가 비치되어 있다. 이어서 석전제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예복을 갖춰 입고 입장했다. 

석전제 행사는 전폐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겸 분헌례, 음복수조례, 철변두, 망예례 순으로 치러진다. 평소 쓰지 않는 용어인 데다 한자라서 처음 대하는 분들에겐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 제사나 차례를 지내는 의식을 생각해 보면 거의 흡사하다. 다른 점은 공자를 비롯한 5분의 성현에게 일일이 술잔을 올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비천당 내부에서 행해지는 석전제 절차를 실시간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 주고 있다. ⓒ윤혜숙
비천당 내부에서 행해지는 석전제 절차를 실시간 대형 스크린으로 보여 주고 있다. ⓒ윤혜숙

전폐례는 초헌관이 공자, 안자, 증자, 자사자, 맹자의 신위 앞에 꿇어앉아 세 번 향을 사르고 폐백을 올리는 의식이다. 초헌례는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초헌관이 공자의 신위 앞에 첫 술잔을 올리면, 대축이 초헌관의 왼쪽에서 꿇어앉아 축문을 읽는다. 축문 읽기가 끝나면 초헌관이 안자, 증자, 자사자, 맹자의 신위 앞에 차례로 술잔을 올린다.
비천당 월대와 너른마당에서 악단이 문묘제례악을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비천당 월대와 너른마당에서 악단이 문묘제례악을 연주하고 있다. ⓒ윤혜숙

아헌례는 아헌관이 두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이다. 절차는 초헌례와 같되 축문을 읽지 않는다. 종헌례는 종헌관이 세 번째 술잔을 올리는 의식으로, 절차는 아헌례와 같다.

분헌례는 종헌례와 동시에 거행한다. 분헌관이 공자를 비롯한 다섯 성현이 아닌 나머지의 각 신위 앞에 꿇어앉아 청주를 올린다.

음복수조례는 초헌관이 음복위에 나아가 복주를 마시고 조육을 받는 의식이다. 의식을 마친 후 헌관 이하 참석자 모두 사배한다. 철변두는 대축이 변과 두를 거두는 의식이다. 망예례는 초헌관이 망요위에서 축문과 폐백을 태우는 의식이다.
제사를 지내는 동안 문묘제례악이 연주되고 팔일무가 춤을 추었다. ⓒ윤혜숙
제사를 지내는 동안 문묘제례악이 연주되고 팔일무단이 춤을 추었다. ⓒ윤혜숙

비천당 월대 아래 너른마당에 붉은 한복을 차려입은 팔일무단(성균관대학교 유가예술문화콘텐츠연구소)이 있고, 월대와 너른마당에 문묘제례악을 연주하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있었다. 예식을 거행할 때마다 팔일무단이 문무가 곁들여진 춤을 추고,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문묘제례악을 연주했다.

문무가 곁들여진 춤은 절도가 있고 절제된 몸의 움직임을 보여 줬다. 문묘제례악은 제사 때 연주하는 곡이라서 듣는 이의 마음을 들뜨게 하지 않고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예식을 거행할 때마다 팔일무단이 문무가 곁들여진 절제된 춤을 추고 있다. ⓒ윤혜숙
예식을 거행할 때마다 팔일무단이 문무가 곁들여진 절제된 춤을 추고 있다. ⓒ윤혜숙

이렇듯 석전제에서 행해지는 의식 절차, 의상, 악기, 연주, 춤 등은 옛 문헌에 나온 그대로를 따르고 있었다. 공자를 비롯한 성현에게 예를 다해 제사를 지내는 정숙하고 장엄한 분위기지만, 문묘제례악이 연주되고 팔일무 춤을 추는 것으로 종합 예술적인 성격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석전제에 비안향교, 예산향교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이 참석해서 성현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혜숙
석전제에 비안향교, 예산향교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이 참석해서 성현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윤혜숙

오늘의 석전제 행사에 멀리서 온 비안향교, 예산향교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이 참석했다. 경북 의성군에 있는 비안향교에서 수학하는 윤이분 씨(64세)씨를 만나서 얘기를 들어 봤다. 그는 향교에서 수학하는 친구의 적극적인 권유로 향교에 입학하게 되었단다.

“향교에서 한자뿐 아니라 예의범절 등을 배우고 있어요. 특히 학생 중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로부터 배우는 게 많아요. 그동안 타인을 대하는 예의 등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인간은 독불장군처럼 혼자 살아갈 수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예의범절이 필요한데 뒤늦게 배우고 있어요.”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에도 그런 교육이 필요한지를 묻자 윤이분 씨는 “아무리 기계화, 현대화되었어도 사람들끼리 대면해서 배우고 익히는 게 오래 가는 것 같아요. 공자가 괜히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라고 했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석전제 행사가 끝난 후 성균관 관계자들이 퇴장하고 있다. ⓒ윤혜숙
석전제 행사가 끝난 후 성균관 관계자들이 퇴장하고 있다. ⓒ윤혜숙

석전제 행사가 끝난 뒤 이천승 교수(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유학동양학과)가 학생들을 이끌고 성균관 투어에 나섰다. 지금 보수공사 중인 대성전 앞에 아주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었다. 은행나무 앞에서 이천승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조선 시대에는 전국에 1곳의 성균관, 234곳의 향교가 있었다. 한양에 성균관이 있었다면 지방에는 향교가 있었다. 전국에 산재했던 교육기관을 하나로 연결하는 공통된 요소가 있었다. ‘인의예지’, 은행나무였다.

인의예지(仁義禮智)는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을 뜻하며, 어질고, 의롭고, 예의 바르고, 지혜로움을 이른다. 은행나무를 문행(文杏)이라 하며,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던 것에서 유래했다. 은행나무는 공자의 교육 정신이 담긴 유교를 상징하는 나무로 자리매김했다.
대성전 앞에 있는 아주 오래된 은행나무는  공자의 교육 정신이 담긴 유교를 상징하고 있다. ⓒ윤혜숙
대성전 앞에 있는 아주 오래된 은행나무는 공자의 교육 정신이 담긴 유교를 상징하고 있다. ⓒ윤혜숙

이천승 교수는 “유교에서는 돌아가신 분의 제사를 중요시해요. 죽음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또 다른 탄생이라고 봤기 때문이에요. 공자는 생전에 자신이 성인으로 추앙받을 거라는 것을 몰랐어요. 공자의 경우 밑바닥에서 위로 올라간 인간 승리를 보여주는 인물이에요. 그는 자신의 영달이나 세속적 가치를 추구하지 않고 진리의 길과 구도자의 길을 갔어요. 공자의 사후 그를 기리기 위해서 봄, 가을에 공자를 향해서 인사하는 제사를 지내게 된 거예요.”라고 석전제의 유래를 알려 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 시대 유학자였던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다산 정약용 등이 성균관에서 수학했다고 한다.
이천승 교수가 성균관을 구성하는 여러 건물의 명칭, 유래 등을 알기 쉽게 알려 주고 있다. ⓒ윤혜숙
이천승 교수가 성균관을 구성하는 여러 건물의 명칭, 유래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윤혜숙

이천승 교수를 만나서 오늘의 행사였던 석전제에 대해서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이천승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Q: 봄, 가을에 두 번 열리는 석전제의 의식 절차에서 쓰인 용어가 어렵게 느껴집니다.
A: 석전제의 순서가 한자로 되어 있는 데다 우리가 흔히 쓰지 않는 용어라서 일반인에겐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을 봤다면 그 순서와 비슷합니다. 제사상을 차린 뒤 돌아가신 조상께 향을 피우고 술잔을 올린 뒤 두 번씩 절을 하죠. 이때 전폐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에서 보듯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술잔을 올리죠.

제사가 끝난 뒤 음복이라고 조상께 올린 술과 음식을 덜어서 먹고 마지막엔 축문을 불사릅니다. 석전제에선 특히 첫 번째 술잔을 올리는 초헌례가 중요해서 초헌관의 역할에 주목해요. 오늘의 초헌관은 박재완 이사장이 맡았어요.
석전제에서 행해지는 의식 절차, 의상, 악기, 연주, 춤 등은 옛 문헌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윤혜숙
석전제에서 행해지는 의식 절차, 의상, 악기, 연주, 춤 등은 옛 문헌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윤혜숙

Q: 바쁘고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석전제와 같은 예법이 중요한가요?
A: 집단의 이념과 공익성이 있어요. 우리나라 대통령이 선거 개표 결과 당선된 후 그 다음날 현충원에 갑니다. 순국선열 앞에서 우리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요. 석전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있어요. 공자의 이념과 지침에 인간으로서의 길이 있어요. 그것은 단절 없는 이어짐을 뜻합니다.

Q: 하루하루 일해서 먹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입니다. 특히 청년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어렵습니다.
A: 안타깝게도 우리가 현실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어요. 하지만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긴 안목에서 바라봤으면 해요.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이어져 온 공자의 사상과 가르침은 오늘날을 살아가면서 여전히 유효해요.
향교에서 유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추기석전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했다. ⓒ윤혜숙
향교에서 유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추기석전에 참가하기 위해 상경했다. ⓒ윤혜숙

Q: 공자의 가르침을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공자의 말씀이 논어에 나와 있어요. 논어부터 읽기 시작하되 한자를 병행해서 익히면 논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논어의 첫 구절에 학습을 언급하고 있어요. 학습은 배우고 익히는 행위인데,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천하는 것까지를 강조하고 있어요. 논어를 읽어 보면 공자의 가르침이 이천 년이 흐른 지금, 우리를 일깨워 주고 있어요.
성균관대학교 정문의 오른쪽에 성균관 본채와 부속 건물이 있다. ⓒ윤혜숙
성균관대학교 정문의 오른쪽에 성균관 본채와 부속 건물이 있다. ⓒ윤혜숙

이천승 교수는 “돌아가신 조상을 기억하고 예를 다하는 게 제사입니다. 그 제사가 한 집안의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집안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는 대신 사람들은 집밖에서 치러지는 종교나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하고 있어요.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먼저 나와 내 가족이 화합하고 소통한 뒤에 주위로 눈을 돌려서 종교나 커뮤니티 모임에 참석한다면 금상첨화이겠죠.”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건 공동체 회복이다. 그 공동체의 중심에 가족이 있다.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회복된다면 오늘날 발생하는 여러 사회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천승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지금의 나를 되돌아봤다. 눈에 보이는 물질을 중시하고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게 좋을지를 생각해 본다. 

그 해답을 공자의 가르침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공자의 정신과 사상은 이천 년이 넘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우리의 생활에 스며들어 왔다. 오늘부터 당장 <논어>를 펼쳐서 읽어야겠다. 그리고 시간을 내어서 아이와 함께 성균관을 방문해 조선 시대 유학자들이 수학했던 공간을 둘러봐야겠다.        

성균관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성균관로 31
○ 교통 : 4호선 혜화역 4번 출구에서 846m
누리집
○ 문의 : 02-760-1472

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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