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가진 치유의 힘, 음악으로 건강한 사회 만들어 가요!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4.08.02. 09:24

수정일 2024.08.05. 10:29

조회 1,349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강북삼성병원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윤혜숙
서울시립교향악단이 강북삼성병원 로비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윤혜숙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병원을 찾아가서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다. 병원 로비에서 열렸던 음악회에 환자, 환자 가족, 의료진이 참석했다. 병원 안에서의 분주한 일정에도 잠시 발걸음을 멈춘 채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일 수술을 앞둔 환자도 자리했다. 내 옆자리에 앉은 그는 연주곡을 들으면서 멜로디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자 그는 음악을 들으니 힐링이 된다고 했다. 비단 환자뿐만 아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나도 들뜬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게 음악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라고 하겠다.

여기서 더 확장하면 음악치료가 된다. 음악치료(Music Theraphy)음악을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치료라는 용어 대신 음악을 통한 재활 또는 음악을 통한 임상이라고 표현한다.
SEM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음악치료 공개포럼’이 열렸다. ©윤혜숙
SEM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음악치료 공개포럼’이 열렸다. ©윤혜숙

지난 7월 21일 오후 6시 30분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8층에서 SEM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음악치료 공개포럼’이 열렸다. 일반인에게 생소한 SEM네트워크는 사회참여적 음악가 네트워크(Socially Engaged Musicians’ Network)를 뜻한다. 음악을 통해 사회와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고, 지역사회와 사회의 여러 필요에 음악적인 방식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과 역할을 찾아가며, 협력을 실천해 가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평소 음악을 즐겨 듣는 나로선 관심이 가서 참석했다.
음악치료란 예술 치료의 한 분야로, 음악을 매개로 심리 치료에 활용하는 분야이다. ©윤혜숙
음악치료란 예술 치료의 한 분야로, 음악을 매개로 심리 치료에 활용하는 분야이다. ©윤혜숙

강연자로 나선 정혜원 음악치료사는 피아니스트 출신이다. 그런 그가 사람들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대신 음악치료사로서 그를 필요로 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미국음악치료협회에서 음악치료를 정의했다. 우리나라도 그 정의를 그대로 사용한다. 음악치료정신과 신체 건강을 복원, 유지하며 향상시키기 위해 치료사가 음악을 단계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뜻한다. 즉, 음악치료는 치료사가 환자를 도와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음악적 경험과 관계를 통해 역동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체계적인 치료 과정이다.
정혜원 음악치료사는 피아니스트 대신 음악치료사의 길을 걷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윤혜숙
정혜원 음악치료사는 피아니스트 대신 음악치료사의 길을 걷는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윤혜숙

음악치료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문헌을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에서 질병의 치료에 음악을 활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그리스 의사들이 질병으로 상실된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체적으론 의학을, 심리적으론 음악을 활용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에서 어떤 감정을 모방하는 음악을 들을 때 그 사람은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라고 언급했다. 일례로 모차르트가 작곡한 ‘레퀴엠’을 들으면서 슬픔에 빠지는 것이다. ‘레퀴엠’은 죽은 이의 넋을 달래는 진혼곡이다. 또한 1950년대 병원에서 부분 마취 수술을 하면서 음악을 사용해서 큰 효과를 봤다고 한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음악치료를 통한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음악치료의 기법은 작곡, 개사, 악기 연주, 즉흥 연주, 재창조, 감상 등 다양하다. ©윤혜숙
음악치료의 기법은 작곡, 개사, 악기 연주, 즉흥 연주, 재창조, 감상 등 다양하다. ©윤혜숙

음악치료의 기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 작곡, 개사, 즉흥 연주, 재창조, 감상 등 다양하다. 그 중 악기 연주가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악기를 연주하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연주하는 것일지 궁금해 할 수 있다. 그런데 음악치료 기법에서의 연주는 평가를 위한 연주가 아니다. 그래서 연주를 잘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담자가 원하는 대로 악기를 연주하면 된다. 그 소리가 불협화음이어서 듣기 거북할지라도 내담자의 치료를 위한 과정이다.
음악치료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공개 포럼에 참석했다. ©윤혜숙
음악치료에 관심을 가진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공개 포럼에 참석했다. ©윤혜숙

음악치료 외에 독서치료, 미술치료, 놀이치료 등등 다양한 기법이 있다. 음악치료가 다른 치료와 비교해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정혜원 음악치료사에게 물었다.

“내담자가 상담자와 첫 대면할 때 낯설어서 어색해 해요. 그런데 음악은 초기 단계의 서먹한 분위기를 깨부수는 게 탁월해요. 첫 대면한 자리에서 음악을 매개로 풀어질 수 있어요. 그게 음악치료의 가장 큰 이점입니다.”

최근엔 도서관이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래서 정혜원 씨가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도서관이 여럿 있다. 도서관 측에서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정혜원 씨는 지역 도서관에서 아동이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음악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혜원 음악치료사와 장한솔 SEM네트워크 대표가 나란히 앉아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혜숙
정혜원 음악치료사와 장한솔 SEM네트워크 대표가 나란히 앉아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혜숙

이 자리에 참석한 배근호 씨는 성악가로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단다. “성악을 음악치료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 이번 포럼을 알게 되어 참석했어요"라며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은 감동을 느끼고 있는데 그게 확장이 되면 음악치료까지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배근호 씨는 “관중이 음악을 감상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음악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고려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아요”라는 입장이었다.
SEM네트워크는 음악인의 다양한 사회적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윤혜숙
SEM네트워크는 음악인의 다양한 사회적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윤혜숙

음악치료 공개포럼을 열었던 SEM네트워크는 과거 전통적으로 음악가에게 요구되어 온 공연 위주의 역량 이외에 새로운 시대를 위한 역량이 필요하다는 전제 하에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2018년 시작된 SEM부트캠프는 2022년 청년예술가 네트워크 지원사업 '무브무브 영아티스트'로 이어졌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비예술인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실행한 '음악가의 사회적 역할 탐색하기(2023)', '다각형 음악가로 성장하기(2024)'로 발전하였다. 예술 단체의 예비 예술인 발굴 육성 사업이다.

올해 ‘2024 SEM부트캠프’‘다각형 음악가로 성장하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기획 멘토와 함께 사회적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신의 음악이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나게끔 예비 예술인의 기획 역량을 다각도로 탐구한다. 9월 중 반포 심산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하고, 자신만의 성장 드래프트를 작성하면서 ‘2024 SEM부트캠프’가 종료된다. 창의성과 예술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예비 예술인의 출발을 기대해 본다.
'SEM부트캠프'는 예비 예술인을 발굴 육성하는 사업이다. ©SEM네트워크
'SEM부트캠프'는 예비 예술인을 발굴 육성하는 사업이다. ©SEM네트워크

‘2023 SEM부트캠프’에 참여했던 예비 예술인 시각장애 해금연주자 양하은 씨의 소감을 들어봤다.

“작곡가의 곡을 위촉받아 합주해 본 경험은 있지만, 솔로로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Circle 연주를 제안받았을 때 걱정이 많이 되었거든요. 정말 고맙게도 친구는 내가 악보를 외울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곡을 완성해 줬고, 곡을 쓸 때도 연주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줬어요. 피아노를 연주한 친구 또한 너무 열정적으로 연습에 참여했고, 작곡가가 원하는 표현들을 악보에 꼼꼼히 기록하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서로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음악으로 소통하며 하나될 수 있었던 시간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해서인지 바쁜 일정 가운데에서 시간을 내야 했음에도 그 과정이 고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어요. 저는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할 때 커다란 행복을 느끼는구나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시간이에요. 그렇기에 오래도록 긴 여운으로 자리한 값진 순간이 너무 감사합니다."
SEM부트캠프에 참가한 예비 예술인은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 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SEM네트워크
SEM부트캠프에 참가한 예비 예술인은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 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SEM네트워크

​서양음악에 이어 한국음악 작곡을 공부하는 대학원생 김다원 씨는 “SEM부트캠프에 참여하게 되었고,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사는 수많은 예술인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라며 "캠프에 참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 앞으로 음악가로 살아가기 위한 방법과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하며 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좀 더 성장한다면, SEM부트캠프의 번개모임에서처럼 누군가의 마음에 번개 같은 번쩍임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피아노를 전공하고 공연기획사에 재직 중인 김애경 씨는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피아노 연주'는 저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데 연습, 연주, 무대를 서면서 이렇게 연대하고, 서로를 응원하고, 모든 것이 허용되는 듯한 이런 환경에서 음악을 한 게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다른 친구들과 합창 연습 후 집에 같이 가면서 깊은 얘기를 한 번 나눴는데 친구들도 마침 연주에 대한 갈증이 좀 있어 동아리 형태로 시작해서 유튜브나 연주 활동으로 키워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라며 "이런 좋은 인연의 기회를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공연에 주력했던 음악인들이 음악치료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윤혜숙
공연에 주력했던 음악인들이 음악치료 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윤혜숙

올해 ‘2024 SEM부트캠프’를 통해서 또 얼마나 많은 예비 예술인이 배출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음악인들 역시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도 음악인으로 살아갈 그들의 미래를 불안해 하면서 음악 활동을 지속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SEM부트캠프’는 그들에게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길을 일깨워주고 있다.

음악인이라면 누구든 무대에서 자신의 악기를 연주하면서 공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거기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음악치료든, ‘SEM부트캠프’든 음악인이 지향해야 할 바를 모색하고 있다. 선구자적인 혜안이 엿보이는 SEM네트워크의 행보에 주목해야겠다.
  • 헤이그라운드는 소셜 벤처 기업들이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이다. ©윤혜숙
    헤이그라운드는 소셜 벤처 기업들이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이다. ©윤혜숙
  •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8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중정 ©윤혜숙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8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중정 ©윤혜숙
  • 헤이그라운드 8층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윤혜숙
    헤이그라운드 8층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윤혜숙
  • 헤이그라운드는 소셜 벤처 기업들이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이다. ©윤혜숙
  •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8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본 중정 ©윤혜숙
  • 헤이그라운드 8층 테라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윤혜숙

음악치료 공개 포럼이 열렸던 헤이그라운드도 이색적인 공간이다. 헤이그라운드는 임팩트를 지향하는 조직, 즉 소셜 벤처 기업들이 함께 일하며 성장하는 커뮤니티 오피스이다. 여기서의 임팩트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따른 선한 영향력을 뜻하는 용어이다. 소셜 벤처 기업이란 사회문제를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하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에도 기여하는 회사를 뜻한다. 환경‧에너지, 보육‧육아, 건강‧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소셜 벤처 기업들이 지원서와 면접을 통해 입주할 수 있는 공유 오피스이다.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은 뚝섬과 서울숲 한가운데에 있다. 성수동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무장길과도 가까워,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트렌드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에 공간 파트너로 로우키 카페, 모레상점, 닥터브로너스 등이 입점해 있어 시민들도 이곳을 드나들면서 이용할 수 있다.

SEM네트워크

헤이그라운드 성수 시작점

○ 위치 : 서울시 성동구 뚝섬로 1나길 5
○ 교통 : 지하철 2호선 뚝섬역 6번 출구에서 360m
○ 영업시간 : 24시간 영업
○ 휴무 : 연중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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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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