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도 막지 못한 우리 문화유산 사랑! '한양도성 성곽지킴이' 동행기

시민기자 엄윤주

발행일 2024.07.22. 14:34

수정일 2024.07.22. 16:48

조회 535

지난 6월 19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활동에 나선 ‘한양도성 성곽지킴이’ ©엄윤주
지난 6월 19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활동에 나선 ‘한양도성 성곽지킴이’ ©엄윤주

지난 7월 9일,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 한양도성 성벽 40m가 붕괴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붕괴된 곳은 북악산 창의문에서 청운대로 이어지는 백악구간 탐방로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 테러로 문화재가 훼손되면서 전국적으로 분노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이처럼 최근 자연재해와 무분별한 행동으로 도심 주변 문화재에 대한 안전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더위와 주말도 반납하고 직접 나서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솔선해 지키고 있는 시민들이 있다. 바로 ‘한양도성 성곽지킴이’이다.
 ‘한양도성 성곽지킴이’는 시민과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엄윤주
‘한양도성 성곽지킴이’는 시민과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 ©엄윤주

서울시 한양도성 ‘성곽지킴이(Heritage Keepers)’시민과 지역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한양의 수도 성곽 보존 관리에 힘을 보태는 사업을 말한다. 2013년에 시작된 ‘성곽지킴이’ 활동은 매년 100여 명을 배출하여 지난해까지 총 148회가 진행되었다. 자원봉사 시간은 무려 총 2,000시간에 이른다.

올해도 61명의 시민들이 지난 6월 19일 발대식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성곽지킴이는 내년 12월까지 ▴성곽 유산 모니터링 ▴유산 보호 캠페인 ▴정화 활동 ▴안전한 순성 안내 ▴성곽유산 활용 프로그램 행사 지원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지난 주말 한양도성 성곽지킴이 활동이 시작되는 현장에 함께하며 숭례문에서 창의문까지 활동 구간을 함께했다. 성곽 주변 정화 활동부터 성곽 유산 모니터링, 안전한 순성 안내까지 폭염 속 구슬땀을 흘리는 성곽지킴이 활동은 그야말로 모범적인 시민 활동의 표본 같았다.
한양도성은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준비 중이다. ©엄윤주
한양도성은 국가유산청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준비 중이다. ©엄윤주

오전 10시 숭례문에 모인 성곽지킴이는 3개 팀으로 나눠 인왕산, 남산, 낙산에 위치한 한양도성 구간을 향해 각각 활동에 나섰다. 출발 전 힘차게 “파이팅”을 외친 성곽지킴이들은 남녀노소 연령대도 다양했다. 올해는 특별히 조선시대 수도 성곽 방어를 담당했던 ‘삼군문’의 체계를 본따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 3개 팀으로 편성해 운영된다. 이번 활동에 앞서 성곽지킴이들은 지난 4~5월 2개월 동안 성곽 이론 교육과 북한산성, 탕춘대성으로의 현장 답사 교육도 이수하며 실력을 두루두루 겸비했다.

이날 숭례문에서 인왕산을 거쳐 창의문 구간 활동에 나선 ‘훈련도감’팀에는 남기소, 조중웅, 이상도, 곽복순 지킴이가 함께했다. 81세 노익장의 어르신부터 지난해 뛰어난 성곽지킴이 활동으로 서울시장 표창을 수상한 분도 계셨다.

“한양도성은 물론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잘 보존해서 다른 시민이나 특히 외국인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중국의 만리장성을 보러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듯 우리나라에도 그 못지않은 문화재가 많거든요. 특히 한양도성 성곽 하나하나에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이 가득합니다.”
이날 ‘성곽지킴이'는 3개팀으로 나눠 한양도성 구간을 모니터링했다. ©엄윤주
이날 ‘성곽지킴이'는 3개팀으로 나눠 한양도성 구간을 모니터링했다. ©엄윤주
한양도성 정화 활동의 하나로 성곽 주변 쓰레기 수거에 앞장서고 있다. ©엄윤주
한양도성 정화 활동의 하나로 성곽 주변 쓰레기 수거에 앞장서고 있다. ©엄윤주

이번 성곽지킴이 중에는 1970년대 한양도성 성곽 복원사업에 담당기술자로 참여했던 각별한 이력의 김선영 어르신도 계신다.

“제가 해방둥이로 군대에 다녀와 토목기사로 당시 성곽 복원사업에 참여했었죠. 그때 경기도 포천에서 돌을 가져 오고, 전국의 실력 좋은 석공들이 함께했습니다. 성곽 보수 과정에서 300kg이나 되는 돌을 별도의 장비 없이 사람 4명이 어깨에 지고 옮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후 직장 생활을 하다가 은퇴하고 한양도성을 다시 찾아 2017년부터 성곽지킴이 활동을 7년째 하고 있습니다.” 과거 성곽 복원 공사의 후일담을 들려주신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역사책 같았다.

폭염에 가까운 무더위 속 숭례문에서 인왕산을 거쳐 창의문으로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된 한양도성 성곽지킴이 활동 중에 수거된 쓰레기도 봉지마다 수북했다. 그래도 최근 시민의식이 높아져서 과거보다 나아진 상태라고 한다. 쓰레기 수거 중에 특히 성곽 돌 틈 사이에 담배꽁초를 깊숙이 꼽아 놓는 사례가 정화 활동에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하니 향후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도 필요해 보였다.
 한양도성을 97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마다 천자문에 따른 번호를 붙여 놓았다. ©엄윤주
한양도성을 97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마다 천자문에 따른 번호를 붙여 놓았다. ©엄윤주
올해 성곽지킴이는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 3개 팀으로 편성해 운영된다. ©엄윤주
올해 성곽지킴이는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 3개 팀으로 편성해 운영된다. ©엄윤주

성곽지킴이들을 통해 알게 된 한양도성에 관한 이야기도 유익했다. 중간중간 표기된 숫자는 한양도성을 97구간으로 나누어 각 구간마다 천자문에 따른 번호를 하늘 천(天) 자부터 조상할 조(弔) 자까지 붙였다는 사실과 재임한 왕의 시기마다 돌의 모습의 다른 점도 알게 되었다.

한양도성은 지난해 4월 국가유산청이 북한산성‧탕춘대성과 함께 ‘한양의 수도성곽’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준비 중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은 국내 심사와 국외 심사 절차로 구분되는데 국내 심사 절차는 다시 잠정 목록-우선 등재 목록-등재 신청, 후보-등재 신청 대상 선정의 과정을 거친다. 한양도성은 현재 국내 절차 중 3단계까지 마친 상태다. 무엇보다 2023년부터 예비 평가 제도가 시범 도입되어 한양의 수도성곽은 예비 평가 심사를 받고 있다.

한양도성 성곽지킴이들은 활동을 넘어 우리 문화재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준비 과정의 파트너의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성곽지킴이 활동 취재를 다녀온 다음 날, 평소보다 오래 걸었던 활동으로 다리가 뻐근할 정도였다. 일회성이 아닌 내년 12월까지 계속되는 한양도성 성곽지킴이 활동에 존경심이 절로 들었다. 누군가 내 주변에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봉사를 하고 있다는 것에 큰 울림을 받은 주말이었다.
한양도성을 둘러보고 싶은 분들에겐 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탬프 투어'를 추천해 주고 싶다.  ©엄윤주
한양도성을 둘러보고 싶은 분들에겐 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탬프 투어'를 추천해 주고 싶다. ©엄윤주

한양도성 스탬프투어 해설 프로그램

○ 코스 : 4개 코스(1코스 백악(북악)산, 2코스 낙산, 3코스 남산, 4코스 인왕산)
○ 인원 : 최소 4인 이상 모객 시 출발 가능
○ 1,2,4코스 신청하기 : ☞종로구 홈페이지에서 예약
○ 3코스 신청하기 : ☞ 중구청 홈페이지에서 예약
○ 안내 : 한양도성 누리집

시민기자 엄윤주

서울 토박이 숲해설가 입니다. 숲을 즐겨 찾는 저를 따라 서울의 초록 숲 산책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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