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화재가 나면 우리집은 피난계획 있나요?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01.16. 14:02

수정일 2024.01.16. 15:38

조회 2,778

입주민이 집 안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을 듣고 있다. ©김윤경
입주민이 집 안 스피커에서 나오는 안내 방송을 듣고 있다. ©김윤경
관리사무소에서 안내 방송 드립니다. 
지금은 훈련 사항입니다. 
5층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1월 10일 오후 7시. 종로구 아파트 단지. 세대 내 스피커에서 화재 대피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방송에서는 아파트 5층에 화재가 일어났다는 가정 하에 세대별 대피 방법을 꼼꼼하게 알려줬다. 물론 입주민들이 놀라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히 공지했으며, 방송에서도 훈련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1월 10일 서울시 아파트를 대상으로 화재 대피 훈련을 위한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아파트 세대점검의 날)’을 시행했다.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화재 시 가정 하에 대피 훈련을 실시한 것이다.

훈련의 계기는 도봉구 화재 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도봉구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작은 불길로 시작돼 삽시간에 위층으로 번졌다. 소중한 가족의 생명을 빼앗고 크리스마스를 참혹하게 만든 화재는 여전히 시민 모두의 기억 속에 처참한 악몽으로 남아 있다. 도봉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방화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스프링클러 강제 설치 규정 도입 이전 아파트였기에 피해가 더 컸다.
공동주택 피난시설인 경량 칸막이를 두드리는 입주민 ©김윤경
공동주택 피난시설인 경량 칸막이를 두드리는 입주민 ©김윤경

이에 서울시는 ‘서울시 노후 아파트 화재 예방 및 피해 경감 대책’을 마련하고 화재 예방 홍보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시행한 서울시 첫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을 맞아 대시민 화재 대피교육에 참여해 봤다.

이번 훈련은 주로 화재 대피 안내 방송을 통해 진행되었다. 안내 방송을 들은 후 ▴세대별 자율 피난 훈련 ▴우리집 소방시설 자체 점검 ▴우리집 피난 계획 세우기(개별) 등을 진행했다.
집에 비치된 소화기를 점검해 보고 있다. ©김윤경
집에 비치된 소화기를 점검해 보고 있다. ©김윤경
아파트 현관으로 대피하는 시민들 ©김윤경
아파트 현관으로 대피하는 시민들 ⓒ김윤경

안내 방송 후, 세대별 자율 피난 훈련과 우리집 소방시설 자체 점검 순서가 되자, 고층에 사는 입주민경량 칸막이를 두드리고 신발장에 놓인 소화기를 점검했다.

한편, 중층에 사는 입주민은 방송에 따라 젖은 물수건으로 코와 입을 틀어 막고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대피했다. 대피 가능한 입주민들은 아파트 보안실장의 지시에 따라 허리를 숙여 계단으로 내려가 아파트 정문으로 신속하고 질서 정연하게 빠져나갔다. 밖으로 나오면서 몇몇은 "불이야"라고 외치기도 했다. 짧은 10분이었지만, 모두 진지하게 훈련에 참여했으며, 다시 한번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발코니, 베란다 등에 경량 칸막이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자. ©김윤경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발코니, 베란다 등에 경량 칸막이가 있는지 미리 확인해 보자. ©김윤경

화재 피난 행동 요령화재가 난 장소와 상황(대피 가능성)에 따라 달라진다. 화재가 발생하면 당황하기 쉬운 만큼 미리 피난 환경을 조사하고 상황을 설정해 대피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자기 집에서 발생한 화재

자기 집에서 화재가 일어난 경우, 우선 대피가 가능한지 살펴야 한다. 대피가 가능하다면, 계단을 이용해 몸을 낮추고 지상이나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대피한다. 이때 출입문은 닫고 엘리베이터는 타지 말아야 한다. 대피 후, 비상벨을 누르고 119에 신고하자.

단, 출입구 등이 화염이나 연기로 인해 대피가 어렵다면 대피 공간이나 경량 칸막이, 하향식 피난구가 설치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혹 건물 내 대피 공간이 없는 경우, 화염과 연기로부터 멀리 이동해 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틈새를 막아야 한다. 또 반드시 119로 현재 위치 상황을 자세히 알려 구조 요청을 해야 한다.
계단을 통해 시민들이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김윤경
계단을 통해 시민들이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김윤경

다른 곳에서 발생한 화재

화재가 외부에서 발생한 경우, 화염이나 연기가 자기 집으로 들어오는지에 따라 대피 방법이 달라진다.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창문을 닫고 집 안에서 대기하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119에 신고하고 안내 방송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반대로 집으로 화염과 연기가 들어온다면, 복도나 계단으로 대피 가능한지를 살펴야 한다. 복도와 계단으로 대피할 수 있다면 대피 요령에 따라 대피한다. 만약 복도, 계단이 화염과 연기로 대피가 어렵다면 구조 요청 후 자기 집 대피 공간에서 대기해야 한다.

만약 가연성 외장재를 시공한 건물이라면, 화재 시 건물 밖으로 우선 대피해야 하는 점도 기억하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강조하는 점은 화재 시 무리해서 밖으로 나가는 것만이 요령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급히 밖으로 나가다 계단에서 연기를 흡입한 사상자가 꽤 많았다.

밖으로 대피할 때는 이동할 현관문이나 비상 계단 등에 화염이나 연기가 없어야 가능하다. 만약 대피 동선에 화염이나 연기가 자욱하다면, 무리하게 대피하지 말고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한 뒤 집 안 대피 장소에서 대기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훈련에 참여한 입주민 ©김윤경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훈련에 참여한 입주민 ©김윤경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이번 훈련에 참여한 입주민은 “아이에게 화재 대피 교육을 확실히 시켜준 좋은 기회가 되었다”라고 말했다. 함께한 아이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연습을 해보니 확실히 체감이 빠르네요. 도봉구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소식을 듣고 고층에 살고 있는 우리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생각해 봤어요. 훈련을 안 해봤다면 차분하게 대피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옆집으로 통하는 경량 칸막이가 있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죠.” 집 안에서 훈련에 참여한 입주민 김홍기 씨가 소감을 들려줬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이강준 보안실장 ©김윤경
아파트 관리사무소 이강준 보안실장 ©김윤경

서울시 ‘아파트 화재 대피 훈련’은 아파트별로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에 자율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훈련을 적극적으로 시행한 종로구 아파트 관리사무소 이강준 보안실장은 “도봉구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이후로 관리사무소에서도 입주민 화재 대피 등에 더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며 “입주민이 아이와 함께 훈련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고 정기적으로 훈련을 시행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아파트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 안내문 ©김윤경
아파트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 안내문 ©김윤경

“최근 부쩍 아파트 화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잖아요. 서울시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중심으로 처음으로 일제히 대피 훈련을 해봤습니다. 화재 시 무작정 밖으로 대피하려다 연기가 자욱한 복도나 계단 등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어요. 그런 경우 화재 상황을 지켜보면서 세대 내에서 대기하는 게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현장에 함께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이은규 예방팀장은 훈련을 통해 “입주민들이 각자 세대별 대피 요령에 관해 잘 숙지해 긴급 시 관리사무소의 안내 방송에 따라 침착하고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묻자 “오늘 훈련에 관해 의견을 듣고 다음에는 좀 더 보완해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고층 건물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재난 발생 시 대피 요령을 잘 알아둬야겠다. ©김윤경
고층 건물에서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재난 발생 시 대피 요령을 잘 알아둬야겠다. ©김윤경

서울 어디에서나 치솟은 고층 건물을 볼 수 있다. 다양한 건물이 많아지는 만큼 건물마다 대피 시설과 도구도 다르다. 미리 내가 거주하는 곳에 어떤 시설이 있으며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지 알아두자.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화재 예방이다. 평상시 불을 조심하게 다루며 혹시 모를 화재에 대비한 대피 방법도 잘 익혀두어야 할 것이다.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을 숙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윤경
화재 발생 시 행동 요령을 숙지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윤경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은 아파트 내 자율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이번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을 맞아 실제 훈련에 참여해 보니 확실히 큰 도움이 되었다. 입주민들이 아파트에서 다 같이 소방 대피 훈련을 받아 명확하게 익혀두면 좋겠다.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의 10분, 그 짧은 훈련이 큰 참사를 막아줄 방패가 될지 모른다.
'아파트 안전점검의 날'을 맞아 서울 전역 아파트에서 화재 발생을 가상한 대피 훈련을 했다. ©김윤경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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