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터널 혼잡통행료 징수 찬성 VS 반대, 여러분의 선택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3.10.17. 16:55
서울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해온 지역으로서 교통수요도 그만큼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이 같은 교통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도로의 공급은 한계를 맞이하고 있다. 땅값이 올라가면서 도로를 짓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있으며, 서울 대부분이 개발된 현 상황에서는 이제 물리적으로 도로를 더 지을 땅조차 없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의 수요를 관리하는 대책은 점차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런 정책들을 ‘교통수요관리’라고 부른다.
실제로 인간의 행동을 가장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경제적인 동기이다. 그래서 교통에도 가격정책을 도입하는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즉 도로는 더 이상 공짜가 아니라는 개념이다.
실제로 자동차를 이용할 때는 각 단계별로 세금을 내야 한다. 첫 구입 단계에서는 취득세, 보유 시에는 자동차세, 운행 시에는 연료에 붙는 유류세 등을 낸다. 그런데 이들 세금의 문제는 도로가 혼잡한 곳을 달릴 때의 비용 부담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달릴수록 부담이 커지는 유류세가 그와 비슷하지만, 도로 혼잡이 극심한 대도시나 도로가 한가한 지방이나 부담금 차이가 없다. 따라서 현행 제도만으로는 대도시의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한 가격정책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가격 정책을 통해 혼잡한 도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혼잡 지역에 들어갔을 때 비용을 부담시켜야 한다. 그래야 비용 부담을 느낀 운전자들이 혼잡 지역 진입을 꺼리게 되고 혼잡 개선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 방식은 현재 도심지 주차장 요금이 비싼 것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행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차장 요금 인상만으로는 도심부 통과차량을 막을 수 없고, 어떤 형태로든 무료나 저렴한 주차장을 얻거나 빌린 차량에겐 효과가 없는 등 한계도 분명하다.
혼잡통행료란 대도시의 특히 혼잡한 일정 구역으로 진입하거나 그 안에서 운행 중일 때 통행료를 내는 것을 말한다. 현재 영국 런던이나 싱가포르 등에서 시행 중이다. 그런데 이 같은 특정 지역을 들어가는 도로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보니 과거에는 시행 자체가 어려웠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전파(電波),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차량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게 되면서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고도 통행료 징수가 가능해졌다.
특히 제도 운영에는 유연성이 많이 부여된다. 일괄적이고 경직적으로 운영되는 게 아니고, 통행료 금액, 징수 시간, 징수 대상을 사전에 정밀하게 분석하여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운전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최소화하면서 혼잡 완화 효과는 극대화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무엇보다 특정 지역에 살고 있거나 소득이 특정 수준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없도록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는 시민들에게 그 인식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일단 혼잡통행료라면, 특정 지점이 아니라 특정 구역 내에서 운행할 때 내는 것이 맞을 텐데, 남산터널 혼잡통행료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남산을 터널이 아니라, 소월로를 통해 등산하여 통과한다면 요금을 내지 않는다. 또한 도심부로 들어갈 때뿐만 아니라, 도심부에서 나갈 때도 요금을 낸다. 이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혼잡통행료가 아니라 사실상 터널 이용 요금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도 혼잡통행료 제도 시행을 시작은 했지만, 적극적으로 확대하지는 않았다. 도심부로 진입하는 다른 지점에 추가로 시행하지도 않았고, 물가가 오르고 대중교통요금도 오르는 지난 27년 동안 요금도 2,000원으로 변하지 않은 상태다. 이러다 보니 효과에 대한 회의감은 갈수록 커지고, 도심 혼잡은 여전히 지속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이것만 보면 남산터널 혼잡통행료의 혼잡 억제 효과가 상당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교통이란 1년의 주기를 갖고 움직이는데 단지 두 달간 제도를 바꾸었다고 그 영향성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특히 3~5월의 봄철은 신학기와 나들이철로 인하여 교통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이기도 하며, 올해 봄은 코로나19 종료에 따라 교통량이 계속 늘어나던 때였다. 혼잡통행료만의 영향을 파악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서울시 엠보팅 사이트에 접속하여 남산 터널 혼잡통행료에 대한 의견을 10월 22일까지 밝힐 수 있다. 조사하는 의견들은 효과 여부, 적정 요금, 면제 대상, 징수 방식 등이며, 이렇게 모아진 의견들은 서울시의 향후 혼잡통행료 정책 수립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겉으로 보기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발생한 혼잡통행료 수입을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다. 예를 들어 혼잡통행료 수입을 모아다가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대중교통요금을 인하하는 데 사용할 수가 있다. 그러면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선택한 사람들도 충분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
일종의 보너스-맬러스(Bonus-Malus) 제도라고 볼 수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사람들은 비용을 부담하는 쪽보다 혜택을 입는 쪽에 서기 위해서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차츰 더 이용하게 된다. “선진 도시는 가난한 사람이 자가용을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 부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곳”이라는 격언이 있다. 혼잡통행료야 말로 이런 도시를 만들 수 있는 핵심 제도다.
서울시 혼잡통행료 징수 정책 의견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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