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랑방이자 지역의 안전 등대 된 '동행식당' 찾아가 보니…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3.09.18. 13:04

수정일 2023.09.18. 16:51

조회 4,051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는 동행식당. 가게 앞에 '동행식당' 현판이 보인다.  ©조수연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한 끼를 제공하는 동행식당. 가게 앞에 '동행식당' 현판이 보인다. ©조수연

최근 용산구 동자동 '동행식당'으로 지정된 식당 중 한 곳에서 시청으로 훈훈한 소식을 전달해 왔다고 해서 화제다. 바로 동자동 동행식당 봉사자가 '동행식당' 지정 후 일어난 일들을 서울시 누리집을 통해 알려온 것이다.
이곳이 동행식당으로 지정된 후 동네 사랑방이 됐어요.
라면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우던 주민들이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건강도 좋아졌구요.
‘살다 보니 이렇게 좋은 날이 온다’고 감사해 합니다. 
용산구 동자동 동행식당 봉사자

서울시는 취약계층, 청년, 어르신, 1인가구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우선하며 '약자와의 동행'을 도모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8월부터 쪽방촌 주민을 대상으로 '동행식당'을 지원해 오고 있다. 쪽방촌 인근 민간식당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지정하고,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에게 동행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루 8,000원짜리 식권을 제공한다. 식비는 서울시가 전액 지원한다. 동행식당은 현재 서울역, 영등포, 남대문, 돈의동, 창신동 일대의 식당 40여 곳이 동행식당으로 지정돼 있다. ☞ [관련 기사] 동행식당, 온기창고…쪽방촌에 '동행' 바람 불어 넣는다
서울역 뒤 동자동 일대 ©조수연
서울역 뒤 동자동 일대 ©조수연

동행식당은 코로나19와 물가 상승의 여파로 고통을 겪는 쪽방촌 주민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특히 조사 결과, 쪽방촌 주민들의 월평균 소득은 약 79만 원으로, 식료품 지출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커 생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이 수반된다. 그래서 쪽방총 주민에게 식비 부담을 덜고자 동행식당을 시작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은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도 고려한 것이다.

얼마 전에는 거동이 불편한 쪽방촌 주민에게 동행식당 음식을 배달하는 과정에서 위급 상황을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응급 이송까지 한 일도 있었다. 동행식당은 단순히 배만 채우는 곳이 아닌, 지역을 안전하게 비추는 등대와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사연에 소개된 동행식당을 방문해 봤다. 동행식당의 위치는 서울역에서 도보로 5분 이내다. 이 식당 뒤에는 동자동 쪽방촌이 자리한다. 식당 입구에는 동행식당 현판이 눈에 띄었다. "이웃과 상생한다"는 말이 정겨웠고, "동행식당 식권을 환영한다"는 말이 반가웠다.
동자동 쪽방촌 인근에 지정된 동행식당 ©조수연
동자동 쪽방촌 인근에 지정된 동행식당 ©조수연

자리에 앉아 음식을 골랐다. 이곳에서는 김밥과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고, 가격도 동행식당 식권 8,000원에 대부분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동행식당 식권에 맞게 8,000원으로 먹어보고자 했다. 그래서 김밥과 만두라면을 주문했다.

반찬은 김치와 단무지만 있을 줄 알았는데, 전이 나왔다. 김치전 등 다양한 전과 함께 뒤쪽에 마련된 셀프 코너에는 반찬을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었다. 김치와 단무지 외에 전, 도토리묵, 콩나물 무침 등 반찬만 다섯 가지에 달했다. 여기서 찌개를 하나 시키면, 백반을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맛있는 만두라면과 김밥이 나왔다. 전과 함께 라면을 먹어도 맛있었고, 김밥과 라면을 같이 먹어도 맛있었다. 가게 직원은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물어봤는데 무엇보다도 친절한 배려에 감동을 더했다. 쪽방촌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이 왔을 때, 기호에 맞게 매운 양념을 더는 등 주민들이 편안히 한 끼 식사를 맛있게 먹는 곳인 것 같았다.
주문한 만두라면과 김밥 ©조수연
주문한 만두라면과 김밥 ©조수연

쪽방촌 주민의 입장에서는 맛있고 푸짐한 밥 한 끼를 부담 없이 넉넉히 먹을 수 있고, 식당은 매출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으니, 진정한 상생의 본보기라고 하겠다. 실제, 이 식당은 동행식당으로 참여한 후 매출이 두 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의식주에서 '식(喰)'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장하는 사례는 이례적이다. 어우러져 함께 사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고민이 엿보인다. 이런 동행식당이 더 많은 주민과 함께하는 '사랑방', 복지 사각지대를 밝게 비추는 '등대'가 되길 바란다.
동행식당 덕분에 쪽방촌 주민은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식당은 매출을 높일 수 있다. ©조수연
동행식당 덕분에 쪽방촌 주민은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고, 식당은 매출을 높일 수 있다. ©조수연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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