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누구나 편하게 누리도록…유니버설디자인 세미나 참여기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8.30. 09:10

수정일 2023.08.30. 16:29

조회 1,068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생활에서도 이를 적용한 시설이나 환경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 8월 2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에서는 ‘Vol.1 일상 속 스며든 유니버설디자인’이라는 주제로 '2023 유니버설디자인 세미나'가 열렸다. 사전 등록을 하고 참석했는데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게다가 청년이 대다수여서 더욱 반가웠다.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에서 열린 '2023 유니버설디자인 세미나' ©이선미
DDP 디자인랩 3층 디자인홀에서 열린 '2023 유니버설디자인 세미나' ©이선미

'2023 유니버설디자인 세미나'에서는 서비스와 커뮤니티, 제품, 건축 공간 등 일상에서 마주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사례와 가치, 확장에 대해 각 분야의 전문가가 발표를 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고요한 택시’로 청각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어온 송민표 대표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를 소개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여러 부문에서 기계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신하게 된 현실에서 송 대표는 오히려 기술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고요한M’ 서비스를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그는 부족한 면이 있다면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세미나가 열린 디자인홀과 이어진 유니버설디자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UDP)에서도 ‘고요한M’이 작동하는 방식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UDP에서 유니버설 모빌리티 플랫폼 '고요한M'의 작동 방식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선미
UDP에서 유니버설 모빌리티 플랫폼 '고요한M'의 작동 방식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이선미

커뮤니티 분야에서는 ‘계단뿌셔클럽’ 박수빈 공동대표가 ‘뜻밖의 계단’을 함께 고민하는 ‘계단정복지도’를 소개했다.

이동약자에게는 도시의 곳곳에 장애물이 있다. 서울시의 경우 고령자나 장애인, 유아차 이용자의 정보 접근과 이동을 위해 ‘이동약자 접근성 정보지도’를 만들었지만 실제로 휠체어 이용자를 비롯한 이동약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동약자를 위한 편리한 지도를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한 ‘계단뿌셔클럽’은 함께 모여서 산책하듯 즐겁게 활동한다. 마치 게임을 하듯 ‘계단 정보 수집’이라는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클럽 활동을 박 대표는 ‘유니버설디자인 수요씨앗’이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한 번이라도 참여하면 일상에서도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된다. 점점 외면이 어려워지고 자발적인 참여로 더 많은 정보가 확보된다. 청년들의 자유로운 발상과 즐거운 태도가 참 부러웠다. 박수빈 공동대표도 힘주어 말했지만 이 활동에 참여한 사람들도 ‘재미와 의미’를 언급했다.
2021년 기준으로 전 국민의 약 30%가 이동약자라고 한다. ©이선미
2021년 기준으로 전 국민의 약 30%가 이동약자라고 한다. ©이선미

계단정보지도가 필요한 사람들은 이동약자와 그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친구나 가족이 이동약자일 때는 외식 한 번 하려고 해도 제약이 많다. 결과적으로 이런 활동 자체가 모두를 위한 정보 제공이 되고 있다. ‘계단뿌셔클럽’은 봄가을에 4~5주 정도 활동을 하는데 이번 가을에도 성수, 을지로, 용산, 강남 등 10여 곳에서 활동을 이어간다고 한다.
‘계단뿌셔클럽’ 박수빈 대표가 발표 끝에 이번 가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선미
‘계단뿌셔클럽’ 박수빈 대표가 발표 끝에 이번 가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이선미

콘텐츠 분야 발표자로 나선 ‘미션잇 매거진’ 김병수 대표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이 적용된 해외 사례를 통해 포용적인 공간 디자인 방법을 공유했다.

김 대표는 유니버설디자인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에 주저없이 ‘진정성’이라고 대답했다. 당사자의 입장, 시선에서 생각하면 가장 적합한 답이 나오게 돼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의 시작은 당연히 ‘제약이 있는 사용자’다. 사회적으로 시선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깊게 관찰해 온 김 대표는 거기에 또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빌딩과 공원과 도시 여기저기에서, 볼 수 없거나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도시를 경험하는 사람들의 경험 속에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기쁨에 어떻게 말을 걸 수 있을까요?”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해외 사례 가운데 아이들이 벽의 질감을 따라 길을 찾아가는 인도의 시각장애인 학교 ©이선미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해외 사례 가운데 아이들이 벽의 질감을 따라 길을 찾아가는 인도의 시각장애인 학교 ©이선미

공간 분야에서는 ‘콕집’ 김은지 대표가 발표자로 나섰다. 생애 주기에 따라 주거 공간은 변화를 필요로 한다. 콕집은 생활 공간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해 고령자나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하는 화장실과 주방에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장애인의 경우에도 그렇지만 노인에게도 위험한 요소를 없앤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 더욱이 노령층의 안전사고 74%가 집에서 발생하는 만큼 낙상 등의 위험을 미리 없애는 것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생애 주기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공간에도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이선미
생애 주기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공간에도 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되고 있다. ©이선미

발표자들의 발언은 물론이고 라운드테이블 시간에도 내내 자막 서비스가 이어져서 좋았다. 자막은 청각장애인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정확하게 듣지 못하는 경우에도 도움이 되었다.
세미나 내내 자막 서비스가 제공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이선미
세미나 내내 자막 서비스가 제공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이선미

유니버설디자인 세미나에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세미나의 부제처럼 유니버설디자인은 ‘같은 세상을 사는 모두를 위한 노력’이다. 저마다 서로 다른 입장에서 유니버설디자인에 관심을 가지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모두에게 편리한 환경이 되어 갈 수 있다. 11월 8일에는 2023 유니버설디자인 세미나 ‘Vol.2 지속가능한 유니버설디자인의 미래’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모두를 위한 모든 길: ALL ways for ALL’ 전시

지금 DDP 뮤지엄 디자인둘레길에서는 ‘모두를 위한 모든 길: ALL ways for ALL’이라는 전시도 진행 중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전국 여행이 주제인 이번 전시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교통약자였음을, 혹은 여전히 교통약자임을 상기시키고, 서로가 서로를 배려해 모두가 모든 길을 편하게 이용하는 날을 응원하고 있다.
DDP 뮤지엄 디자인둘레길에서 ‘모두를 위한 모든 길’ 전시가 9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선미
DDP 뮤지엄 디자인둘레길에서 ‘모두를 위한 모든 길’ 전시가 9월 2일까지 진행된다. ©이선미

‘모두’에는 몸이 불편하거나 연세가 많거나 임산부와 유아차 이용자 등이 모두 속한다. 그리고 그들과 동행하는 모두가 해당된다. 이 모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상상 속에만 있다.
DDP 뮤지엄 디자인둘레길을 따라 ‘모두를 위한 모든 길’ 전시가 이어진다.©이선미
DDP 뮤지엄 디자인둘레길을 따라 ‘모두를 위한 모든 길’ 전시가 이어진다.©이선미

이번 전시는 교통약자들이 조금은 더 편하게 온 나라를 다닐 수 있는 날을 상상하면서 마련됐다고 한다. 모두를 위한 모든 길, 조금씩 애쓰고 향해 가다 보면 분명히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해 보인다.

전시 '모두를 위한 모든 길: ALL ways for ALL'

○ 기간 : 2023. 8. 23~9. 2
○ 장소 : DDP 뮤지엄 디자인둘레길A
○ 운영시간 : 10:00~20:00
○ 요금 : 무료
서울디자인재단 누리집
○ 문의 : 02-2153-0000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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