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곁을 지킨 가족과 '옥바라지 골목'을 기억하는 공간
발행일 2023.09.20. 13:00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독립문을 품고 있는 서대문독립공원 맞은편. 지금은 높이 솟은 고층 아파트 숲이 들어섰지만 일제강점기에 이곳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가족들이 옥바라지를 위해 머무른 ‘옥바라지 골목’이 형성된 곳이라 전해진다.
2016년 이 일대의 재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역사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작은 합의가 서울시의 도움으로 이루어져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이라는 소규모 역사기념관이 건립되게 되었다. 2019년 12월 문을 연 이곳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3번 출구 앞에 위치한 아담한 한옥 건물이다.
일제강점기 수감된 독립투사를 위한 가족들의 옥바라지는 독립투사들을 사회와 격리하고자 했던 일제의 시도에 대한 저항이자, 독립운동가들이 혹독한 수감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의 뿌리라 평가된다. 말하자면 독립운동의 훌륭한 조력자였지만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졌기에 그동안 크게 조명받지 못해 왔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건 수감된 독립운동가와 옥바라지하는 가족들을 이어주었던 편지와 면회에 관한 전시물이다. 가족들은 두 달에 한 번 아주 짧은 시간(규정은 30분 이내였지만 실제로는 5분 남짓) 동안 면회할 수 있었다. 벽에 뚫린 50cm의 구멍으로 서로의 얼굴만 볼 수 있었지만, 수감자와 가족들에게는 큰 위안을 주는 시간이었다. 전시 부스의 벽면이 마치 당시의 면회실처럼 구멍이 나 있어 면회하던 사람들의 심정을 나타내는 듯하다.
편지는 두 달에 단 1통, 검열을 통과한 편지만을 보내거나 받을 수 있었다.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데, 가족들을 위로하거나 힘든 수감 생활을 전하는 내용 등이 가슴 한편에 작은 슬픔을 불러온다. 박명화와 남편 오세창, 이은숙과 아들 이규창, 주옥경과 남편 손병희 등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독립운동가를 옥바라지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사연을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서대문형무소의 수감자들이 입어야 했던 홑겹의 단벌 수인복은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기에 여름용, 겨울용 수인복이나 세탁 등은 옥바라지 하는 가족들이 직접 수선하여 차입해야 했다. 옥바라지 하던 여성들의 이러한 바느질을 떠올리며 18명의 현대 퀼트 작가들이 만든 <바느질 콜렉티브_옥바라지>라는 바느질 드로잉 작품도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옥바라지 골목이 위치했던 무악재 일대 동네의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 낭송을 통해 당시 모습과 무악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흔적을 되새겨 보는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옥바라지 골목은 지게꾼, 땜장이, 물지게꾼, 체장수, 굴뚝장이, 대장장이 등 동네를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들이 이루고 있는 골목이자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바로 이 무악재 동네의 모습이 등장한다. 친구와 감옥소 마당에서 논 일로 엄마에게 크게 혼나기도 하는 등 개성 지방에서 막 서울로 상경한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무악재 동네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와 같이 박완서 작가의 소설 등에 묘사된 무악재 주변 동네 풍경이 스피커를 통해 배수아 작가의 목소리로 낭송되는 것을 듣는 것도 관람의 작은 즐거움이다.
고분자 폴리머 물질에 고도의 압력이 가해지면 나타나는 다채로운 빛의 스펙트럼을 이용하여, 억압 속에서도 힘든 옥바라지를 했던 여성들과 가족들에게 바치는 헌정 작품인 김윤철 작가의 <아모르프(AMORPH)>도 한쪽에 전시되어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시간을 내어 이 작은 역사기념관도 들려보자. 수감된 독립운동가들 뒤에는 헌신적으로 옥바라지한 가족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2016년 이 일대의 재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지역의 역사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작은 합의가 서울시의 도움으로 이루어져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이라는 소규모 역사기념관이 건립되게 되었다. 2019년 12월 문을 연 이곳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3번 출구 앞에 위치한 아담한 한옥 건물이다.
일제강점기 수감된 독립투사를 위한 가족들의 옥바라지는 독립투사들을 사회와 격리하고자 했던 일제의 시도에 대한 저항이자, 독립운동가들이 혹독한 수감 생활을 견뎌낼 수 있었던 힘의 뿌리라 평가된다. 말하자면 독립운동의 훌륭한 조력자였지만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졌기에 그동안 크게 조명받지 못해 왔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전시 공간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 건 수감된 독립운동가와 옥바라지하는 가족들을 이어주었던 편지와 면회에 관한 전시물이다. 가족들은 두 달에 한 번 아주 짧은 시간(규정은 30분 이내였지만 실제로는 5분 남짓) 동안 면회할 수 있었다. 벽에 뚫린 50cm의 구멍으로 서로의 얼굴만 볼 수 있었지만, 수감자와 가족들에게는 큰 위안을 주는 시간이었다. 전시 부스의 벽면이 마치 당시의 면회실처럼 구멍이 나 있어 면회하던 사람들의 심정을 나타내는 듯하다.
편지는 두 달에 단 1통, 검열을 통과한 편지만을 보내거나 받을 수 있었다.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데, 가족들을 위로하거나 힘든 수감 생활을 전하는 내용 등이 가슴 한편에 작은 슬픔을 불러온다. 박명화와 남편 오세창, 이은숙과 아들 이규창, 주옥경과 남편 손병희 등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된 독립운동가를 옥바라지한 가족들의 이야기와 사연을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서대문형무소의 수감자들이 입어야 했던 홑겹의 단벌 수인복은 더위와 추위를 막아주지 못했기에 여름용, 겨울용 수인복이나 세탁 등은 옥바라지 하는 가족들이 직접 수선하여 차입해야 했다. 옥바라지 하던 여성들의 이러한 바느질을 떠올리며 18명의 현대 퀼트 작가들이 만든 <바느질 콜렉티브_옥바라지>라는 바느질 드로잉 작품도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옥바라지 골목이 위치했던 무악재 일대 동네의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 낭송을 통해 당시 모습과 무악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흔적을 되새겨 보는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옥바라지 골목은 지게꾼, 땜장이, 물지게꾼, 체장수, 굴뚝장이, 대장장이 등 동네를 살아가는 평범한 주민들이 이루고 있는 골목이자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바로 이 무악재 동네의 모습이 등장한다. 친구와 감옥소 마당에서 논 일로 엄마에게 크게 혼나기도 하는 등 개성 지방에서 막 서울로 상경한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무악재 동네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이와 같이 박완서 작가의 소설 등에 묘사된 무악재 주변 동네 풍경이 스피커를 통해 배수아 작가의 목소리로 낭송되는 것을 듣는 것도 관람의 작은 즐거움이다.
고분자 폴리머 물질에 고도의 압력이 가해지면 나타나는 다채로운 빛의 스펙트럼을 이용하여, 억압 속에서도 힘든 옥바라지를 했던 여성들과 가족들에게 바치는 헌정 작품인 김윤철 작가의 <아모르프(AMORPH)>도 한쪽에 전시되어 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시간을 내어 이 작은 역사기념관도 들려보자. 수감된 독립운동가들 뒤에는 헌신적으로 옥바라지한 가족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은 독립문역 3번 출구 앞에 아담한 한옥 건물로 조성되어 있다. ©이정규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의 입구 모습 ©이정규
내부는 크지 않지만 알찬 전시로 꾸며져 있다. ©이정규
일제강점기 때 수감된 독립운동가와 옥바라지하는 가족들을 이어주었던 면회와 편지에 관한 전시물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는다. ©이정규
당시 편지는 두 달에 1통, 검열을 통과한 편지만을 보내거나 받을 수 있었다. ©이정규
수감된 독립운동가들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 전시되어 있다. 도산 안창호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의 구절이 보인다. ©이정규
우당 이회영의 부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이은숙 선생이 아들 이규창이 독립운동으로 수감된 후 옥바라지를 했던 일, 독립운동가 강우규의 가족들이 형무소 앞 셋방에 머물며 힘든 옥바라지를 했던 이야기 등이 영상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정규
독립운동가 오세창의 부인 박명화 선생은 부군이 3.1독립선언으로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자, 아이들을 데리고 3년 동안 여름마다 형무소 입구에 천막을 치고 살며 옥바라지를 했다. ©이정규
옥바라지 하던 여성들의 힘든 바느질을 떠올리며 오늘날의 퀼트 작가들(고은경 외 17인)이 만든 <바느질 콜렉티브_옥바라지>라는 바느질 드로잉 작품도 전시되어 있다. ©이정규
옥바라지 골목이 위치했던 무악재 일대 동네의 풍경을 보여주는 사진과 영상, 낭송을 통해 당시 모습과 무악재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흔적을 되새겨 보는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정규
서대문형무소에서 사용한 밥틀로 받침의 두께를 달리하여 밥의 양을 조절하면서 배급하였다. ©이정규
유리창에 그려져 있는 양달석 화가의 작품 <망향>.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가야 했던 가족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이정규
박완서 작가의 소설 등에 묘사된 무악재 주변 동네 풍경이 스피커를 통해 배수아 작가의 목소리로 낭송되는 것을 듣는 것도 관람의 작은 즐거움이다. ©이정규
건물 외부에 설치되어 있는 ‘풍향계(스튜디오 로쿠스 솔루스)'에서 수집된 바람 세기와 방향에 따라 낭송 속도가 바뀌어 이채롭다. ©이정규
억압 속에서도 힘든 옥바라지를 했던 여성들과 가족들에게 바치는 김윤철 작가의 헌정 작품인 <아모르프>도 한편에 전시되어 있다. ©이정규
전시관의 뒤편에는 행각 같은 공간이 붙어 있어 시민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장소로도 좋다. ©이정규
지금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옛 서대문형무소의 모습. 뒤편에 우뚝 솟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옛 서대문형무소를 굽어보고 있다. ©이정규
서대문독립공원에 위치하고 있는 순국선열추념탑. 중앙에는 태극기를 음양각한 조각상이 높이 22.3m로 축조되어 있고, 좌우에는 독립투쟁의 역사적 활동상을 형상화한 모습이 길이 40m로 부조되어 있다. ©이정규
독립운동가 가족을 생각하는 작은 집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통일로 230
○ 교통 :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3번 출구 앞
○ 운영시간 : 화~토요일, 10:00~18:00
○ 휴무 : 월요일 및 일요일, 법정공휴일(삼일절 및 광복절은 개관)
○ 입장료 : 무료
○ 문의 : 주거정비과 02-2133-7187
○ 교통 :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3번 출구 앞
○ 운영시간 : 화~토요일, 10:00~18:00
○ 휴무 : 월요일 및 일요일, 법정공휴일(삼일절 및 광복절은 개관)
○ 입장료 : 무료
○ 문의 : 주거정비과 02-2133-7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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