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열리던 밤! 파수의식, 호패놀이에 무더위 잊었어요

시민기자 최은영

발행일 2023.08.28. 10:00

수정일 2023.08.28. 18:20

조회 619

숭례문광장에서 함께 한 특별한 여름밤 추억

해마다 여름이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올해 여름도 낮에는 야외 활동하기 힘들 정도로 무더웠다. 이런 사정을 고려해 다양한 행사들이 한낮의 무더위를 피해 밤에 열렸다. 지난 8월 15일부터 20일까지 ▴'숭례문 파수의식'도 저녁 시간대에 진행되었다. ▴'호패놀이''전통무예공연' 등 부대행사도 더해져 특별한 추억을 선사했다.

남대문을 지켜라 ! '숭례문 파수(把守)의식'

숭례문 파수의식숭례문과 도성 인근을 지키는 파수군들의 수위의식을 재현하는 행사이다. 파수(把守)란 도성을 수비하는 것으로 조선시대 중요한 군례의식의 하나였다. 파수의식은 인정(人定: 오후 10시 경)과 파루(罷漏: 오전 4시 경)에 도성문을 열고 닫는 도성문 개폐의식과 순라(巡邏)의식 등을 연결하는 조선시대 군례의식이다.
'숭례문 파수의식'이 열리는 숭례문 일대 Ⓒ최은영
'숭례문 파수의식'이 열리는 숭례문 일대 Ⓒ최은영
숭례문과 도성 인근을 지키는 파수(把守)군들 Ⓒ최은영
숭례문과 도성 인근을 지키는 파수(把守)군들 Ⓒ최은영

숭례문 파수의식은 숭례문 입취위, 금루관 등장, 숭례문 개문의식, 숭례문 파수의식, 파수군 교대의식, 숭례문 폐문의식으로 거행된다. 파수군들이 근무지인 숭례문 앞에 서는 것을 숭례문 입취위(立就位)라고 한다. 파루를 알리는 금루관이 등장하면 나각과 나발의 신호가 울린다. 

호군의 명령에 따라 파수군은 숭례문 개문의식을 진행하고, 숭례문을 수위하는 파수의식이 행해진다. 이후 1대 파수군과 2대 파수군의 근무교대인 교대의식이 있다. 교대의식 및 파수의식이 진행되면 인정(人定)을 알리는 금루관이 등장하고, 나각과 나발 신호가 울린다. 호군의 명령에 따라 폐문의식이 진행된다. 
파수군  교대의식 Ⓒ  최은영
파수군 교대의식 Ⓒ최은영

숭례문 파수의식은 절차에 따라 매우 절도 있게 진행되었고, 마치 조선시대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파수군 의복이나 깃발 등도 잘 재현했다. 파수군 역을 하는 분들은 날씨가 더워도 힘들어하거나 동요하지 않고, 한결같은 표정으로 제 역할을 잘 소화해 냈다. 역사 공부를 이런 체험을 통해 한다면, 재미도 있고 머리 속에 쏙쏙 남을 것 같다.
교대의식 후 이동하는 파수군들 Ⓒ 최은영
교대의식 후 이동하는 파수군들 Ⓒ최은영

재미난 이야기 들으며 놀이처럼 역사 공부를! '강선비와 함께 하는 숭례문 호패놀이'

파수의식을 본 후 ‘강선비와 함께 하는 숭례문 호패(號牌)놀이’에 참여해 보았다. 행사는 강선비가 들려주는 숭례문과 호패 이야기- 나만의 호패 만들기- 숭례문 통과 미션- 숭례문 파수군과 기념 촬영 순서로 진행되었다.
'강선비와 함께 하는 숭례문 호패(號牌)놀이' Ⓒ최은영
'강선비와 함께 하는 숭례문 호패(號牌)놀이' Ⓒ최은영

먼저 강선비가 등장하여 숭례문과 호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숭례문은 600년 동안 한양을 둘러싸고 있었던 한양 도성 남쪽에 위치한 문이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건축물이다. 숭례문(崇禮門)은 예의(禮)를 숭상(崇)한다는 뜻으로, 강선비는 인간관계에 있어 예의를 지켜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숭례문 지붕 끝 처녀마루에 있는 동물 모양의 토우(土偶)들을 ‘어처구니’라고 한다. 궁이나 성문을 지을 때 마지막에 올리는 장식으로, 숭례문을 화재나 악재로부터 지켜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궁궐이나 성 등에 화마가 닥치면 ‘어처구니가 없어서’라는 말을 했다고 하며, 우리가 종종 쓰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강선비는 작은 관심으로도 우리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으니 함께 해 달라고 했다.
자신만의 호패를 만들 수 있는 호패놀이 Ⓒ최은영
자신만의 호패를 만들 수 있는 호패놀이 Ⓒ최은영

호패(號牌)는 당시 신분증 역할을 했던 것으로, 지금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것이다. 어느 가문,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적었다. 작고 귀엽게 만든 것도 있었고 큰 것도 있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법으로 남성 16세 이상은 반드시 호패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이렇게 강선비가 들려주는 숭례문과 호패 이야기를 듣고, 참가자들은 자신만의 호패를 만들었다. 호패 앞면에는 자기 이름을 쓰고, 뒷면에는 전화번호나 자신감을 주는 말, 쓰고 싶은 간단한 문구를 적어 넣었다.
파수대장에게 호패를 보여주며 도성 안으로 들어가는 호패놀이 Ⓒ최은영
파수대장에게 호패를 보여주며 도성 안으로 들어가는 호패놀이 Ⓒ최은영

호패를 다 만든 후 파수 대장에게 보여주고, 무슨 용건 때문에 한양에 왔는지 이야기하고, 호패 검사를 받고 성 안으로 들어갔다. 참가자들 한 사람 한 사람 통과한 후 파수군과 사진을 찍고, 도성 안에서 마무리했다. 호패놀이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했고, 놀이를 통해 역사 공부도 할 수 있어 유익했다.

호패 놀이를 진행한 강 선비는 “재작년부터 강선비로 참여했어요. 더 재미있고 좋은 곳에 갈 수 있는데 무더운 날씨에 참가하신 분들께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숭례문 이야기를 듣고 참여해 준 것만으로도 너무 기쁘고 또 만나고 싶네요. ‘아저씨 저 또 왔어요’ 하는 친구들을 보면 정말 감동적입니다. 아직은 아이들 중심으로 많이 참여하지만 성인들도 많이 참여해서 남녀노소 모두 즐겨주기 바랍니다.” 하는 소감을 전했다.
숭례문과 호패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준 강선비  Ⓒ 최은영
숭례문과 호패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준 강선비 Ⓒ최은영

무술과 예술이 함께 한 '십팔기(十八技) 전통무예공연'

호패놀이 후에는 전통무예공연이 이루어졌다. 서로 다른 무기를 가진 무사들의 검술, 도전과 활약을 볼 수 있었다. 칼과 방패 등을 써서 여러 동작을 보여주었는데, 절도 있는 동작들에 음악이 더해져 예술성 있는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사극이나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은 멋진 무예공연이었다.
서로 다른 무기를 가진 무사들의 검술 Ⓒ 최은영
서로 다른 무기를 가진 무사들의 검술 Ⓒ최은영

이날 공연한 무예는 ‘십팔기(十八技)’로 전 세계를 통틀어 하나밖에 없는 고대 병장무예다. 십팔기는 역사상 처음이자 가장 마지막으로 국가에서 정리한 고전무예라고 한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무비(武備)의 필요성을 통감한 조선 왕조는 정조대왕 때 이를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잘 정리했다고 한다.
여름밤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준 전통무예공연 Ⓒ 최은영
여름밤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준 전통무예공연 Ⓒ최은영

“날이 무덥고 소나기도 종종 오는데 많이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전통무예시연도 하고 십팔기 연구회 활동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숭례문에서 무예를 선보이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앞으로도 전통무예에 더욱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싶습니다.”
이날 전통무예공연을 선보인 박금수 십팔기 연구회 대표가 벅찬 소감을 전했다.
전통무예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금수 십팔기(十八技) 연구회 대표(숭례문 중앙) Ⓒ 최은영
전통무예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금수 십팔기(十八技) 연구회 대표(숭례문 중앙) Ⓒ최은영

숭례문 파수의식, 호패놀이, 전통무예공연을 보다 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무더위도 잊고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숭례문 파수의식연중 상설행사로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10:00~15:40까지 숭례문광장에서 진행된다. 관람객이 직접 파수군이 되어 파수의식을 할 수 있는 원데이! 파수군은 토-일요일 15:15에 진행된다. 누리집에서 신청하면 체험이 가능하다.

호패놀이나 전통무예공연은 상설행사가 아니라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몰라 아쉬웠다. 호패놀이는 체험신청 누리집을 열자마자 곧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라고, 희망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행사가 되거나 체험횟수도 늘어났으면 한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연중 상설행사로 이루어지는 숭례문 파수의식 Ⓒ최은영
월요일을 제외하고 연중 상설행사로 이루어지는 숭례문 파수의식 Ⓒ최은영

숭례문 파수의식

○ 장소 :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5가 29-1 숭례문광장
○ 교통 : 지하철 4호선 회현역·2호선 시청역·1호선 서울역
○ 시간 : 매일 10:00~15:40 (매주 월요일 제외) ※ (숭례문 개폐의식은 10:00, 15:30에 진행)
누리집
○ 문의 : 02-120 / 02-2133-1117

시민기자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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