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3시간 동안 지갑 없이 알차게 즐긴 서울의 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3.08.18. 12:43

수정일 2023.08.18. 17:07

조회 1,599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관람 야간운영을 알리는 안내문 ⓒ김윤경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 관람 야간운영을 알리는 안내문 ⓒ김윤경

“난 밤에 미술관에 오는 건 처음이야. 왠지 같은 작품도 평소와 다른 느낌일거 같은데.” 폭우가 끝났나 싶더니,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덥다고 집에만 있는 건 좀 아쉽다. 더위를 피해 서울의 밤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서울시에서는 8월 8일부터 20일까지 영화, 공연, 미디어 아트를 비롯해 문화시설도 야간운영을 하고 있다. ☞ [관련 기사] 설렘·짜릿·낭만 가득한 밤을 보내고 싶다면 '펀시티서울'

직장인들이라면 더 끌리지 않을까. 평소 같으면 운영이 종료돼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선 첫날부터 야간운영하는 곳을 모두 가보고 싶었지만, 날씨나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았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단 하루, 계획을 짜서 알차게 보내기로 생각했다.  
 서울역사박물관 시계가 저녁 7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김윤경
서울역사박물관 시계가 저녁 7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김윤경

18:35 서울역사박물관

처음 찾은 곳은 서울역사박물관. 박물관 앞에 세워진 시계는 오후 7시로 향해 가고 있었다. 아직 어둡진 않았지만, 이 시간에 들어가도 될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박물관 담당자는 20시까지 운영한다고 친절하게 말했다. 관람객도 많지 않아 쾌적하게 볼 수 있었다.
로비에서는 한미동맹 70주년 전시와 대전엑스포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윤경
로비에서는 한미동맹 70주년 전시와 대전엑스포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윤경

서울역사박물관 야간운영에서는 상설전시는 볼 수 없다. 1층만 오픈해 기획전시와 로비전시 관람만 가능하다. 로비에서는 한미동맹 70주년 전시와 대전엑스포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찬찬히 둘러보고는 기획전시실로 향했다. 기획전시실 A, B에서는 두 개의 기획 전시 <한양 여성 문 밖을 나서다-일하는 여성들>과 상하이 역사박물관 소장품 특별전 <찬란한 은빛 보물>을 관람할 수 있다.
기획 전시 중인 <한양 여성 문 밖을 나서다-일하는 여성들 >ⓒ김윤경
기획 전시 중인 <한양 여성 문 밖을 나서다-일하는 여성들 >ⓒ김윤경

특히 전시 <한양 여성 문밖을 나서다-일하는 여성들>은 입구부터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흥미를 일으켰다. 왕비가 친잠례를 통해 길쌈을 장려하거나 불과 4~5살이면 입궁해 일하는 궁녀의 삶 등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유교적 관념이 가득한 조선시대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성들 모습은 꽤 인상적이다. 왕비부터 여성상인, 의녀, 궁녀, 무녀 등 각각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나를 돌아볼 기회를 준다.
상하이 역사박물관 소장품 특별전 <찬란한 은빛 보물> ⓒ김윤경
상하이 역사박물관 소장품 특별전 <찬란한 은빛 보물> ⓒ김윤경

상하이 역사박물관 소장품 특별전 <찬란한 은빛 보물>8월 27일까지 열린다. 은으로 가득한 찻잔과 다양한 소품들이 전시돼 있다.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오면 더 좋을 듯 싶다. 앞에 비치된 활동지를 들고 전시실 탐정이 돼 여러 가지 미션을 해볼 수 있어 유익하고 즐겁게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꼭 전시장 앞 활동지를 챙기길 추천한다.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위치한 따릉이 ⓒ김윤경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위치한 따릉이 ⓒ김윤경

따릉이를 타고 갈까

박물관을 나오니 7시 좀 넘은 시각. 시간을 아끼기 위해 8시까지 입장이 가능한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도보로 15분이면 충분하지만, 역사박물관 앞에 있는 따릉이를 타도 좋겠다. 
고즈넉한 정동길 ⓒ김윤경
고즈넉한 정동길 ⓒ김윤경
야간운영하는 서울시립미술관 ⓒ김윤경
야간운영하는 서울시립미술관 ⓒ김윤경

19:20 서울시립미술관

걷다 보니 낮에 비해 더위가 한풀 꺾인 게 느껴진다. 더욱이 고즈넉한 정동길이 저녁이 되니 더 운치있게 보인다. 조명이 켜진 서울시립미술관은 그 자체로도 예쁘다. 건물 앞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거나 벤치에 앉아 있었다. 8월 20일까지 열리는 에드워드 호퍼의 <길 위에서> 전시를 보기 위해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았다.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가 아닌 상설 전시를 보러 왔다면 줄서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2층 상설전시관으로 가면 된다.
상설전시 <80 도시현실> ⓒ김윤경
상설전시 <80 도시현실> ⓒ김윤경

상설전시는 천경자 화백의 전시<80 도시현실>을 관람할 수 있다. <80 도시현실>은 1980년대 도시를 둘러싼 우리나라 현실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급변하는 사회와 도시화 물결 속에서 당시 예술가들은 어떤 시각으로 도시를 바라보았을까. 전시는 크게 ‘도시화의 이면’,‘도시인’, ‘도시를 넘어-생명의 근원’으로 구성돼 있다. 각각의 관점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설명을 읽어보면서 작품을 감상해 보면 좋겠다.
밤의 수문장 위크 ⓒ김윤경
밤의 수문장 위크 ⓒ김윤경

19:50 덕수궁 '밤의 수문장 위크'

미술관과 가까운 덕수궁 앞 대한문에 도착했다. 덕수궁은 매일 야간운영하지만 오늘따라 더 활기차다. 바로 8월 15일부터 20일까지 덕수궁 대한문과 숭례문 일원에서는 ‘밤의 수문장 위크’가 진행되고 있다. 원래 8월 1일부터 진행예정이었으나 대한문 월대 공사 지연으로 안전을 고려해 연기했다고 한다.

야간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은 20여 분씩 18시 30분부터 시간마다 진행된다. 또한 덕수궁 돌담길 순라의식도 열린다. 특별히 주말에는 창작 검무와 수문장 미션체험이 펼쳐진다. 단 '밤의 수문장 위크' 기간에는 낮 행사는 하지 않는단다. 옛 의상을 입고 우렁차게 외치며 왕궁을 지키는 수문장들의 절도 있는 모습은 외국인과 아이들에게 더더욱 인기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으며 박수를 치며 즐거운 표정이다.

수문장 위크에는 숭례문 파수의식도 함께 열린다. 숭례문 파수의식은 전통무예공연과 숭례문 호패놀이 등 덕수궁과 또 다르게 진행된다. 서울왕궁 수문장 누리집을 참고해 구경하는 것도 좋겠다. 단, 원래보다 날짜가 연기된 만큼 대부분 프로그램이 마감되었으므로 체험 대신 시간에 맞춰 의식을 보는 걸 추천한다.

20:15 세종‧충무공이야기

빨리 걸어가면 15분 정도면 광화문에 도착한다. 여유가 있으면 이곳부터 들려도 좋지만 세종‧충무공이야기는 다른 곳보다 30분 늦은 8시 30분까지 입장할 수 있다.
8월 6일 재개관한 세종‧충무공이야기 ⓒ김윤경
8월 6일 재개관한 세종‧충무공이야기 ⓒ김윤경

세종대왕 동상 뒤편 입구가 보이는 곳으로 내려가면 된다. 지난 8월 6일 연결공사가 끝나 재개관한 이곳은 가성비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지하 2층에 자리한 이곳에 들어서면 세종이야기와 충무공이야기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야간에는 K-컬처 어트렉션이나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 등은 할 수 없지만, 원래 볼 것 많아 즐기기엔 충분하다. 특히 아이와 함께 오길 추천한다. 기자가 갔을 때도 아이와 동반한 가족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세종이야기세종대왕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인간 세종과 한글 및 과학 군사 업적, 한글 갤러리와 한글 도서관이 있다.
세종‧충무공이야기 체험 및 전시 ⓒ김윤경
세종‧충무공이야기 체험 및 전시 ⓒ김윤경

단순한 전시에 그치지 않아 더 흥미롭다. “나는 조선의 세종 이도요. 궁금한 점을 물어보시오” 라고 말하는 가상의 세종과 질문을 주고 받을 수 있다. 또 세종대왕이 이루어낸 천문도(천상열차분야지도) 및 해시계(양부일구)에 관한 설명을 입체적으로 들을 수 있으며 당시 만들어진 악기 편경과 편종 등을 보고 체험할 수 있다. 

20:50 광화문 미디어 파사드

이제 마지막으로 광화문을 구경하는 건 어떨까. 아쉽게도 썸머비치는 끝났지만 여러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외벽에서 선보이고 있는 미디어파사드 초대전 <아뜰리에 광화 : 2023 광장으로의 초대> ⓒ김윤경
세종문화회관 외벽에서 선보이고 있는 미디어파사드 초대전 <아뜰리에 광화 : 2023 광장으로의 초대> ⓒ김윤경

우선 20시부터 23시까지 운영하는 세종문화회관 외벽을 보자. 8월 1일부터 광화문광장 미디어파사드 초대전인 <아뜰리에 광화 : 2023 광장으로의 초대>의 두 번째 전시가 열리고 있다. 특히 이중섭의 원화 27점 및 장줄리앙의 원작을 재구성해 외벽에 쏘아진 미디어아트로 볼 수 있다. 수준 높고 웅장한 이 전시를 여름밤에 무료로 본다는 건 고마운 마음이다
8월 22일 에너지 날을 맞아 전시하는 <불을 끄고 별을 켜다> ⓒ김윤경
8월 22일 에너지 날을 맞아 전시하는 <불을 끄고 별을 켜다> ⓒ김윤경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에 마련된 두 개의 특별 전시도 주목하자. 8월 22일 에너지의 날을 맞아 에너지 연대가 설치한 <불을 끄고 별을 켜다>와 구기정 작가의 <초과된 풍경전(展)>이다. 사람들은 아치처럼 생긴 전시 내부를 걸으며 지구를 생각하지 않을까.

또한 9월 9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는 ‘2023 세종썸머페스티벌’이 열려 춤과 음악, 오페라 등 그 흥을 돋운다니 세종문화회관 누리집을 보고 참여해봐도 좋겠다.(9월 1일~2일 제외)

한 가지 더 반가운 소식은 늘 마감이라 아쉬웠던 ‘광화문 달빛요가’8월 18일 열린다. 선착순 100명에 한해 단 하루만 열리는 특별번개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을 통해 빨리 신청해보면 어떨까.
곳곳에서 잼버리 대원을 만났다. ⓒ김윤경
곳곳에서 잼버리 대원을 만났다. ⓒ김윤경

불과 3시간 남짓한 시간이었다. 평소라면 집에서 허투루 보냈을 시간에 다채롭게 문화체험을 할 수 있었다. 선선한 가운데 인파도 생각보다 없어 많은 걸 체험하게 돼 기분이 좋았다. 문득 생각해보니 기자는 지갑을 꺼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비용 없이 무료로 좋은 전시들을 보게 된 셈이다. 예상하지 못한 소득이었다. 돌아다니면서 서울을 구경하는 잼버리 대원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 왠지 반가운 생각도 들었다.
 광화문역 영상을 보며 마무리도 즐겁게 할 수 있다. ⓒ김윤경
광화문역 영상을 보며 마무리도 즐겁게 할 수 있다. ⓒ김윤경

서울시 야간운영 문화시설은 8월 20일까지 개방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서울의 밤을 만끽해보는 건 어떨까. 특히 주말이라면 더 많은 행사를 즐길 수 있어 추천한다. 22시까지 운영하는 곳은 물론 8월 20일이 지나도 진행하는 프로그램들도 있으니, 가보고 싶은 곳부터 계획을 잘 짜서 즐겨보면 어떨까. 불쾌지수가 높은 나날이다. 무더위 속 서울이 주는 낭만과 설렘 가득한 야간 문화행사 속에서 힐링을 찾아봐도 좋겠다.

펀시티 서울

○ 운영기간 : 8월 8일~20일
○ 야간운영 문화시설
⁲- 21:00까지 개방 : 서울역사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우리소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세종·충무공이야기
⁲- 22:00까지 개방 : 한성백제박물관, 남산골한옥마을, 운현궁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
따릉이 위치 찾기
서울시립미술관 누리집
밤의 수문장 위크
세종썸머페스티벌 ‘Groove’
8월 18일 달빛요가 신청

광화문광장 미디어 파사드

○ 전시명 : <아뜰리에 광화 : 2023 광장으로의 초대>
○ 위치 : 세종문화회관 외벽 미디어갤러리(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대극장 우측 벽면)
○ 전시일시 : 8월 1일~12월 13일 매일 20:00~23:00(단, 9월부터 19:00~22:00)

세종‧충무공이야기

○ 위치
⁲- 세종이야기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10 광화문광장 지하
⁲- 충무공이야기 :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75 세종문화회관 지하 2층
누리집
○ 운영시간 : 10:00~21:00(입장마감 20:30), 매주 월요일 휴관(기존 운영일과 동일)
○ 문의 : 충무공이야기 02-399-1177, 세종이야기 02-399-1173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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