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멍하며 걷기 좋은 곳! '홍제천 산책길' 걸었어요~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23.03.15. 09:10

수정일 2023.03.15. 16:57

조회 2,021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에 걸쳐 흐르는 홍제천 Ⓒ김수정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에 걸쳐 흐르는 홍제천 Ⓒ김수정

어느덧 봄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낮 기온이 제법 올라 두꺼운 외투는 옷장으로 들어갔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몸을 움직여보려 ‘홍제천’을 따라 산책을 나섰다. 홍제천은 종로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에 걸쳐 흐르는 하천으로, 북한산에서 발원해 11km 이상 제법 길게 흐르다가 한강으로 합류된다. 이 구간을 다 걷기에는 무리여서 홍지문에서부터 가볍게 산책을 시작했다.
홍지문과 오간수대문. 오간수대문은 홍제천의 물을 흐르게 하는 시설이다 Ⓒ김수정
홍지문과 오간수대문. 오간수대문은 홍제천의 물을 흐르게 하는 시설이다 Ⓒ김수정

‘홍지문’은 탕춘대성의 출입문이다. ‘탕춘대성’은 1715년(숙종 41)에 한양도성과 북한산성을 연결해 세워진 일종의 관문성으로 ‘서성’이라고도 불린다. 성곽 둘레는 약 4km로 내부에는 연무장인 연융대와 군량창고 등이 갖춰져 있다. 홍지문은 홍예 위에 정면 3칸, 측면 2칸의 우진각지붕 건물이다. 옆으로 이어진 수문인 오간수대문은 홍제천의 물을 흐르게 하는 시설로, 조선시대 치수정책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다. 홍지문 및 탕춘대성은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제33호다.
마애보살좌상이 세워진 옥천암 Ⓒ김수정
마애보살좌상이 세워진 옥천암 Ⓒ김수정

종로구의 홍지문에서 홍제천을 따라 서대문구 쪽으로 향했다.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흰색의 관음보살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옥천암 마애보살좌상’이다. 불상에 흰색의 호분이 전체적으로 두껍게 칠해져 있어 ‘백불’ 또는 ‘해수관음’이라 불리기도 한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에 도읍을 정할 때 이 불상 앞에서 기원했으며 흥선대원군의 부인도 아들 고종을 위해 기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10m에 이르는 거대한 불암바위 앞면에 5m의 장대한 불상을 새기고, 이 위로 팔각지붕의 전실형 건물을 세워 보호하고 있다. 옥천암 마애보살좌상은 고려 초기부터 유행하던 높은 보관을 쓰고 있는데, 12~13세기의 마애불상 양식을 대표하는 걸작으로 보물 제1820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며 기도를 드린다.
꾸준한 정화활동으로 제법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는 홍제천은 백로, 왜가리, 직박구리 등이 종종 찾는 곳이다 Ⓒ김수정
꾸준한 정화활동으로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는 홍제천은 백로, 왜가리, 직박구리 등이 종종 찾는 곳이다 Ⓒ김수정

북한산 끝자락에 자리한 ‘옥천암’은 서울이 도시화되기 전만 해도 옥같이 맑은 물이 흘러 불리게 된 이름이다. 지금의 홍제천은 옥같이 맑은 물은 아니지만, 꾸준한 정화 활동으로 제법 깨끗해 많은 조류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천변을 따라 걷고 있는데 새가 휘리릭 날아가다 물 위에 사뿐히 앉았다. 백로였다. 그 외에도 왜가리, 직박구리, 해오라기 등이 찾아온다. 내부순환로를 따라 걷게 되는 길임에도 의외로 조용하고 자연환경도 잘 보존돼 있어 상쾌하게 산책할 수 있다.
포방터시장 입구의 모습 Ⓒ김수정
포방터시장 입구의 모습 Ⓒ김수정

‘포방터시장’으로 가는 길이 있어 위로 올라가 보았다. ‘포방터’란 총포를 쏘는 곳. 즉, 사격장을 말한다. 홍은동 일대는 예전에 포를 쏘는 연습장이었다고 한다. 포방터가 들어선 시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인조가 세검정 지역에 어영청을 설치하고, 인근 홍은동에서 어영청 군사 261명에게 사격 훈련을 시킨 것이 시초가 됐다는 설이 있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 등 많은 사람이 모여들면서 시장이 생겼고, 포방터시장이라 불리게 됐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많이 이용되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진 산책로 Ⓒ김수정
아기자기한 벽화가 그려진 산책로 Ⓒ김수정

포방터시장에서 나와 다시 홍제천을 거닐면 산책로 벽면에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아직 봄 꽃이 피지 않아 약간 썰렁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천변을 예쁜 벽화들이 화사한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산책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운동 기구도 설치돼 있다. 맨발 지압코스까지 마련돼 있어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열린 홍제천길 Ⓒ김수정
열린 홍제천길 Ⓒ김수정

가벼운 산책은 ‘열린 홍제천길’에서 마무리됐다. 복개로 인해 단절됐던 구간이 개방돼 산책로와 연결됐다. 특히, 유진상가 지하공간은 공공미술프로젝트 ‘홍제유연’으로 새롭게 탄생해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열린 홍제천길을 지나면 서대문구청까지 계속 이어진다. 시작과 끝을 굳이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걷기 좋은 곳이다. 특히, 서울시가 도시 곳곳에 흐르는 소하천과 실개천의 수변공간을 재편하는 수변감성도시 사업을 본격화해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는 나들이 겸 산책으로 홍제천을 방문해보자. 물길 따라 걸으며 곳곳에 나타나는 볼거리가 휴식과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시민기자 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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