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유연' 어두울수록 빛나는 예술공간

시민기자 신예은

발행일 2021.02.04. 14:46

수정일 2021.02.04. 14:48

조회 1,605

홍제유연과 맞붙어 있는 열린홍제천길은 원래 폐쇄되어 있다가 50년 만에 재탄생하였다.
홍제유연과 맞붙어 있는 열린홍제천길은 원래 폐쇄되어 있다가 50년 만에 재탄생하였다. ⓒ 신예은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필자는 종종 홍제천을 따라 걷는다. 홍제천을 걷다 보면 '명화', '홍제천의 역사', '주변 정보'가 곳곳에 붙어있어 눈이 즐겁다. 최근 홍제천에서 이목을 사로잡는 것이 있다. 바로 '홍제유연'이다. 홍제유연은 홍제천에서 일부 폐쇄되었던 공간을 예술공간으로 재탄생 시킨 곳으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 공간이다. '홍제유연'을 가기 위해, '열린홍제천길'을 따라 발자취를 남겨보았다. 열린홍제천길도 낙후되었던 복개 구간을 보다 쾌적하게 개선한 곳으로, 산책 또는 이동하기에 편리하다. 
'예술이 흐르는 물결' 홍제유연으로 가는 입구
'예술이 흐르는 물결' 홍제유연으로 가는 입구 ⓒ 신예은

홍제유연은 작년 7월 1일에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홍제유연은 약 50년 동안 폐쇄된 관계로, 시민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었다. 이 일대가 대전차 방호기지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동안 묻혀있던 공간은 2019년 '서울은 미술관' 프로젝트로 180도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현재 예술공간으로 자리 잡은 홍제유연은 시각, 청각, 촉각 등 오감을 총동원해 즐길 수 있는 흥미진진한 곳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입구에는 안전 관람 수칙이 크게 붙어있었다. 수칙으로는 마스크 필수 착용, 2M 거리 유지, 음식물 반입 금지, 유증상자 출입 금지 등이 있다. 이곳의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이며, 24시간 CCTV가 작동 중이다.
'홍제유연 미래 생태계' 작품이 걸려있다.  이는 인근 초등학교인 홍제초, 인왕초 학생들이 상상한 홍제유연의 미래의 생태계를 그린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상상력을 동원해 동물들, 식물들, 생태계를 그렸다.
초등학생들이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려낸 '홍제유연 미래 생태계' ⓒ 신예은

돌다리를 건너자, '홍제유연 미래 생태계'라는 작품이 보였다. 동식물을 귀엽게 그린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 작품은 근처의 인왕초, 홍제초 학생들이 그려냈다고 한다. '홍제유연 미래 생태계'는 초등학생들이 상상력을 동원해, 미래의 홍제유연 모습을 그린 것이다. 동식물을 포함한 생태계를 상상의 나래를 펼쳐 그린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홍제천 수면 위에 찬란하게 비치는 'SunMoonMoonSun, Um...'
홍제천 수면 위에 찬란하게 비치는 'SunMoonMoonSun, Um...' ⓒ 신예은

홍제유연을 좀 더 걷다 보니, 밝을 명(明)과 소리 음(音) 글자가 홍제천 수면 위에 떠 있는 모양을 보았다. 찬란하게 비치는 글자가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윤형민 작가의  'SunMoonMoonSun, Um...' 작품은 문자가 기원하는 의미를 이해해, 공간에 담긴 빛과 소리를 재정의하는 데 의의를 두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밝을 명(明)은 해 일(日)과 달 월(月)이 합쳐진 글자다. 이는 음양의 대비적 의미가 모여 상보의 의미를 전하는데, 자연 빛이 차단된 홍제천에 있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전달하려 했다고 한다. 매우 기발한 작품이지 않은가!
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숨길'
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숨길' ⓒ 신예은
'숨길'을 걷던 중 빛이 들어오는 데에서 엄마와 함께 발자취를 찍어보았다.
'숨길'을 걷던 중 빛이 들어오는 데에서 엄마와 함께 발자취를 찍어보았다. ⓒ 신예은

여기가 지구야? 달이야? 팀코워크의 '숨길'은 마치 달나라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달 모양이 일렬로 나란히 펼쳐져 있는 숨길. 이 작품은 빛이 드리운듯한 산책길, 숲길을 표현하였다. 작품은 이 길을 따라 걷는 동안 한적한 분위기와 여유를 몸소 느끼게 해준다. 사운드 아트와 함께 이 길을 걸으니 마치 더 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간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 홍제유연은 단순히 시각에 국한된 전시공간이 아니라, 오감을 동원해 보다 생생한 예술공간을 맛볼 수 있어 좋다.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흐르는 빛, 빛의 서사'
역사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흐르는 빛, 빛의 서사' ⓒ 신예은

홍제유연 중간에 왠지 팝아트 같은 작품이 보였다. 알록달록 화려한 색상들이 눈에 띄었다. 알고 보니, 이 작품은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작품이었다. 뮌 작가의 '흐르는 빛, 빛의 서사'는 장소에 떠돌던 이야기들을 공간의 기둥과 벽에 중첩된 빛의 잔형들로 표현하였다. 홍제천 일대는 과거 중국 사신이 묵어가던 홍제원이 있었고, 대전차 방호기지였다. 다양한 역사가 함축되어 있는 이곳의 이야기들을 빛의 잔상들로 표현한 게 인상 깊었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홍제천을 대표하는 키워드의 이미지들이 기둥에 표현되어 있었다. 한 작품에서 홍제천의 서사를 한 번에 읽을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치유와 만남의 장소였던 홍제천의 온기를 표현한 작품 '온기'
치유와 만남의 장소였던 홍제천의 온기를 표현한 작품 '온기' ⓒ 신예은
'온기'의 손가락 모양 패널에 손을 대니 색이 변화하였다.
'온기'의 손가락 모양 패널에 손을 대니 색이 변화하였다. ⓒ 신예은

홍제유연을 크게 품고 있는 팀코워크의 '온기'는 사람 중심의 홍제천이 되기를 소망한다. 특히 작가는 치유와 만남의 장소였던 홍제천을 주목하고 있다. 사례로, 조선시대 홍제천은 주로 여성들이 모이는 치유의 장소였다. 겨울에는 빨래터로 교류가 이어졌다고 한다. 홍제천에서의 만남과 만남이 사람들의 온기로 가득해지기를 바라본다. '온기'의 손가락 모양 패널에 손을 대니, 색깔이 변화하였다. 직접 체험해볼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
홍제역 유진상가 근처에 위치한 홍제유연
홍제역 유진상가 근처에 위치한 홍제유연 ⓒ 신예은

이외에도 홍제유연 및 홍제천에는 '미장센, 홍제 연가', '두두룩터' 등의 다양한 작품이 준비되어 있다. 그동안 궁금했던 홍제유연을 거닐며 산책도 하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였다. 시민 누구나, 오감을 동원해 즐길 수 있는 전시인 점, 또 홍제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보존했던 점이 크게 기억에 남는다. 사계절별 기획 전시라든지, 버스킹도 추가되면 더 활기찬 홍제유연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당장은 어렵겠지만, 홍제유연이 앞으로 더 사랑받는 예술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길 바라본다.

■ 홍제유연

○ 위치 : 서울시 서대문구 홍제동~홍은동 유진상가 일대
-지하철 :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 또는 4번 출구로 나와, 홍제천 방향으로 도보 7~10분,
-버스 : 이용시 유진상가 또는 유진상가·인왕시장 정류장 이용할 것
○ 운영시간 : 매일 10:00~22:00 (단, 기상상황에 따라 탄력적 운영을 실시할 때도 있음.)
○ 유튜브 ☞바로가기

시민기자 신예은

역동적인 대도시이자 친구 같은 서울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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