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도 감사하죠" 장애인 전문 치과병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시민기자 방금숙

발행일 2022.11.28. 17:30

수정일 2023.11.08. 14:32

조회 10,689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진료실 모습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진료실 모습 ©방금숙

“장애인치과병원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오기 힘든 분들을 위해 장애인치과가 더욱 확대되고 협력병원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뇌병변을 앓는 아버지를 모시고 강서구에서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을 찾은 딸이 말했다. 

동네마다 흔하게 갈 수 있는 치과, 그런데 멀리 원정 치료를 가고 오랜 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일반 치과에서 치료가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다.

장애인치과병원, 왜 필요할까?

몸이 불편한 지체장애인은 진료대에 스스로 앉을 수 없어 여러 명이 함께 들어서 올려야 한다. 지적·자폐성 장애인은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더욱 힘들다. 간단한 치료라도 의사, 어시스트, 환자를 고정시키는 사람 3~5명이 필요하다. 진료 시간도 30분부터 길게는 2~3시간이 걸린다. 장애인 전문 치과병원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2005년 서울시는 성동구 홍익동에 전국 최초로 장애인치과병원을 개원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저소득장애인들에게 고가의 치료비 부담을 줄여주고 맞춤형 시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세워진 전문 치과병원이다. 2022년 9월 말 기준, 올해 병원 이용자는 약 1만 4,000명, 일일 평균 이용자 80명으로 많을 때는 하루 110~120명의 환자를 치료하며 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2005년 성동구에 개원한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외관
2005년 성동구에 개원한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외관 ©방금숙

나아가 서울시는 최근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의료 확충 계획’ 중 하나로 2024년 ‘제2장애인치과병원’을 건립을 추진 중이다. 제2장애인치과병원은 강서구 등촌동에 공사 중인 장애인·비장애인 복합문화복지시설 ‘어울림플라자’ 5층과 지하 3·4층에 들어선다. 총 90억 원을 투입해 유닛 체어(치과용 의자) 12개, 전신마취실, 회복실 등을 갖춘 1,200㎡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안내데스크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하고 있다.
안내데스크에서 환자들이 진료 접수를 하고 있다. ©방금숙

장애인치과병원은 일반 치과병원과 무엇이 다를까?

그렇다면 장애인치과병원은 일반 치과병원과 무엇이 다를까? 서울시에서 약자를 보듬고 응원하기 위해 신설한 ‘약자와의동행추진단’과 함께, 공공의료추진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을 방문해 동행취재해 보았다.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은 2호선 상왕십리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성동구보건소 바로 옆에 위치했다. 이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대부분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방문한다. 병원 입구부터 층별 시설을 음성과 점자로 알려주는 안내촉지도가 눈에 띄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과 점자로 안내하는 층별 안내촉지도
시각장애인을 위해 음성과 점자로 안내하는 층별 안내촉지도 ©방금숙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은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1층 접수처, 전신마취실, 2~3층 진료실, 환자대기실, 4층 연구실, 행정실 등으로 구성됐다.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에서 위탁운영 중이며, 의사 13명을 포함해 모두 5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3층 진료실 내부 모습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3층 진료실 내부 모습 ©방금숙
돌발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한 기구가 설치된 페디랩실
돌발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한 기구가 설치된 페디랩실 ©방금숙
2층 진료실 내부 모습
2층 진료실 내부 모습 ©방금숙

1층 안쪽으로 전신마취실이 있다. 전신마취실은 6개월 예약이 이미 끝났을 만큼 인기가 많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시에서 마취과전문의가 상주하고 사전검사부터 전신마취 치과치료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병원이기 때문이다.
사전검사부터 전신마취 치과치료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1층 전신마취실
사전검사부터 전신마취 치과치료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하는 1층 전신마취실 ©방금숙
전신마취실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전신마취실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방금숙

발달장애인의 경우 치료 진료를 보는 도중 행동장애가 나타날 수 있어 전신마취 치료를 필요로 한다. 전신마취실에서는 한 번에 2명씩 오전, 오후 최대 4명의 환자를 본다. 매일 쉬지 않고 운영해도 일 년 평균 500건 정도 처리가 가능하다. 밀려 드는 수요에 비해 기회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병원은 내후년까지 전신마취실을 2층 진료실로 확장·이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도 전신마취실이 있는데 왜 장애인치과병원으로만 몰릴까' 할 수 있지만, 증증장애인의 경우 일반병원 이용이 쉽지 않을 뿐더러 경제적 부담이 큰 걸림돌이다. 

장애인 치료비 감면⋯ 저소득층 50%, 일반 30%

이곳은 장애인임을 증명하는 복지카드가 있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응급환자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예약 후 이용해야 한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는 비급여 진료과목에 대해 50%를, 일반 장애인은 30%의 치료비를 감면해 준다. 초진 진료예약은 보통 2주 정도 걸린다.
병원 복도에서 대기 중인 보호자들
병원 복도에서 대기 중인 보호자들 ©방금숙

경제적 문제로 치과치료를 포기하는 저소득 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을 위한 무료틀니·보철, 임플란트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연 2회 기간 내 접수한 신청자들 중 환자의 의료적 상황과 장애 정도, 경제적 상황 등 전반을 심사해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올해는 9월 말 기준 160명 정도가 지원을 받았다.

장애인 맞춤 시설과 치료비 감면 외에도 장애인들이 이곳을 찾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병원에서 만난 장애인 보호자들은 “부담스러운 주변인의 시선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고, 의료진과 직원이 모두 장애에 대한 이해가 높아 대처를 잘해줘 만족한다”고 입을 모았다.

찾아가는 장애인 치과이동진료사업 재개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은 코로나19 이후 잠정 중단했던 ‘찾아가는 장애인 치과이동진료사업’도 지난 5월 철저한 방역 하에 재개했다.
45인승 대형버스를 개조한 치과이동진료차량 내부 공간
45인승 대형버스를 개조한 치과이동진료차량 내부 공간 ©방금숙

코로나19 전에는 주 6회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학교, 시립정신병원, 서울시 산하 장애인 복지관 등을 직접 찾아가 구강검진과 예방치료, 충치치료를 실시했다. 현재는 주3회 이동진료 차량을 운행하고 있으며 방문 요청이 많아 내년에는 더욱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 장애인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장애인 구강보건교육사업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이 이동진료차량의 휠체어 리프트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이 이동진료차량의 휠체어 리프트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방금숙

취재 도중 병원 관계자에게 기억에 남는 환자를 물었다. 그는 화재 사고로 장애인이 된 소방관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일생을 가슴 아파하며 지내는 가족들이 치료를 다 끝낸 환자의 모습에 함께 기뻐하던 모습이 뭉클했다고. 

반대로 가장 힘든 점은 무얼까. 예상 외로 비용적인 부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장애인치과라서 무료인 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많은 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해 비급여 치료를 전면 무료로 운영할 수는 없다는 것이 병원 측의 설명이다. 
전동휠체어를 탄 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전동휠체어를 탄 환자가 치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고 있다. ©방금숙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 정도가 장애인이며 이 중 90%는 사고나 질환으로 인한 후천적 원인이라고 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장애인 또는 그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정도의 건강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조금만 더 가까운 곳에 장애인치과병원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작은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서울특별시 장애인치과병원

○ 주소 : 서울시 성동구 마장로 207
○ 교통 : 2호선 상왕십리역 2번 출구 도보 10분(성동구보건소 인근)
 - 장애인 콜택시 : 전화 접수(1588-4388), 장애인 콜택시 홈페이지
 - 주차장 : 주차 및 발렛파킹 이용 가능
○ 진료시간 : 월~금 09:00~17:30(점심 휴게시간 12:00~13:00), 토 09:00~12:30, 일요일·공휴일 휴무
 ※ 예약제 운영으로 예약 필수
홈페이지
○ 상담 및 예약 문의 : 02-2282-0001, 02-2282-0012

시민기자 방금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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