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즐겨 찾던 '그 책방', 청계천박물관에서 만나다!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2.11.16. 15:00

수정일 2022.11.16. 17:59

조회 5,074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이 지나니 거리에 가을 흔적들이 하나둘 사라져간다. 책 읽기 좋은 계절에 시집 한 권 펼치지 못한 마음의 여유가 아쉽기만 하다.

요즘은 책을 대부분 온라인으로 구매하지만, 예전에는 동네 서점이나 헌책방을 주로 이용했다. 그 중심에 서울의 대표적 책방거리인 청계천과 대학천이 있었다. 기자는 그 형성과 변화 과정을 담은 전시 <서울 책방거리>가 진행 중인 청계천박물관을 찾았다.
청계천·대학천의 형성과 변화 과정을 담은 전시 <서울 책방거리>가 진행 중인 청계천박물관 ⓒ이정민
청계천·대학천의 형성과 변화 과정을 담은 전시 <서울 책방거리>가 진행 중인 청계천박물관 ⓒ이정민

버스에서 내려 마장동 청계천로를 따라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청계천박물관이 보인다. 1층 직원의 안내에 따라 건물 밖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박물관 4층 상설전시실부터 내려가며 관람할 수 있게 설계되어 1층까지 경사로로 연결된다. 
청계천박물관 외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4층 상설전시실부터 관람할 수 있다. ⓒ이정민
청계천박물관 외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4층 상설전시실부터 관람할 수 있다. ⓒ이정민

가수 조용필이 만든 곡 <청계천>의 가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1존의 타이틀은 ‘개천시대’다. 여기에서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가로질렀던 청계천이 도심 하천으로서의 역사를 시작하는 내용을 다룬다. 

양쪽 벽면에 설치된 영상과 연대표, 바닥에 그려진 당시 지도가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조선 전기 동대문 밖 뚝섬과 살곶이벌은 전국 최대 규모의 말 목장들이 있던 곳으로, 말 목장에서 유래한 마장동과 자양동 등의 지명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다. 

2존은 청계천 물길이 복개되어 도로가 되는 과정의 역사를 다룬 ‘청계천, 청계로’다. 1930년대 경성과 청계천변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한 소설가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천변풍경>을 만날 수 있다.
2존에서는 1930년대 경성과 청계천변을 생생하게 표현한 박태원의 소설들을 볼 수 있다. ⓒ이정민
2존에서는 1930년대 경성과 청계천변을 생생하게 표현한 박태원의 소설들을 볼 수 있다. ⓒ이정민

2층에는 ‘청계천 복원 사업’과 ‘복원 후 10년’을 보여 주는 3, 4존이 위치한다. 이제는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가 된 새로운 천변풍경에 대한 내용과 복원 후 해결과제, 청계천의 미래상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청계천박물관의 아카이브 로드를 지나면 1층 기획전시실이다. <서울 책방거리> 전이 이곳에서 진행 중이다.
3, 4존을 지나 만나게 되는 청계천박물관 아카이브 로드 ⓒ이정민
3, 4존을 지나 만나게 되는 청계천박물관 아카이브 로드 ⓒ이정민

이번 전시는 청계천 기획연구 ‘청계천, 대학천 책방거리’의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기획된 것이다. 그중 1부는 ‘동대문 일대 공간의 형성과 변화’를 주제로 소개하고 있다. 

6.25 전쟁 이후 동대문 일대에 도시빈민들이 유입되면서 시장이 형성된다. 꼬방책방(판잣집 형태의 책방), 헌책방 등의 상권은 학교들이 밀집되고 출판인쇄업이 발달된 시장의 생산 조건이 결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전시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당시의 항공사진과 지적도 등을 통해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서울 책방거리> 전 1부는 ‘동대문 일대 공간의 형성과 변화’를 주제로 한다. ⓒ이정민
<서울 책방거리> 전 1부는 ‘동대문 일대 공간의 형성과 변화’를 주제로 한다. ⓒ이정민

2부는 청계천의 지류였던 대학천이 복개된 후 건립된 곳인 대학천 상가를 주제로 한다. 대학천은 1980년대부터 전국의 출판 영업사원과 도매상들이 모여들어 인산인해를 이뤘다. 전국으로 책을 유통시켜 지식의 토대를 다지는데 기여한 공간이기도 하다. 

전시에서는 대광서적, 신광서적, 유한서적이라고 쓴 간판과 진열된 책들이 각 서점마다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대형서점이 익숙한 학생들에게는 낯선 분위기일 수 있지만, 그 시절 헌책방 거리를 기억하는 어른들이라면 반가운 그리움의 공간이다.
대학천 상가를 주제로 한 2부에서는 당시의 각 서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정민
대학천 상가를 주제로 한 2부에서는 당시의 각 서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정민

벽면의 모니터를 통해 만나는 책방거리 사람들의 인터뷰도 생생하다. “주말에는 지방에서부터 올라오고, 평일에는 학생들이 많이 오니까 쉬는 날 없이 운영했죠.” 라는 손재명 직매서점 대표의 말에서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다. 

전시 중인 낡은 전자계산기와 녹슨 가위, 수기로 작성한 거래장부 등에는 책방거리의 지나온 세월이 담겨 있다. 
책방거리의 세월이 담긴 낡은 전자계산기와 녹슨 가위, 수기로 작성한 거래장부 ⓒ이정민
책방거리의 세월이 담긴 낡은 전자계산기와 녹슨 가위, 수기로 작성한 거래장부 ⓒ이정민

마지막 3부는 청계천 책방거리를 주제로 한다. 청계천 책방거리는 지식을 물물교환하고 꿈을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경제사정이 어려운 시대라 비싼 새 책보다 헌책 구매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1980년대 경제 성장으로 헌책 수급이 어려워지고, 교육 환경이 바뀌면서 그 규모가 점점 줄게 된다. 전시를 둘러보다 1950~60년대 중고교 교과서들을 지금의 중고생들이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오래 전 책방거리 영상을 배경으로 쌓아둔 헌책들과 낡은 사다리 ⓒ이정민
오래 전 책방거리 영상을 배경으로 쌓아둔 헌책들과 낡은 사다리 ⓒ이정민
3부 청계천 책방거리에서 거래된 헌책(참고서)들의 표지와 제목이 지금과는 차이가 크다. ⓒ이정민
3부 청계천 책방거리에서 거래된 헌책(참고서)들의 표지와 제목이 지금과는 차이가 크다. ⓒ이정민

“책을 통해 만난 분들의 종합적인 무언가가 제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해 주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대학시절 헌책방을 다녔다는 유안진 시인의 말, 당시의 영화잡지를 보면 지금도 마음이 설렌다는 이정향 감독의 말이 전시장 벽면에 적혀 있다.

관람을 마치고 나가기 전, 관람객들이 메모지에 남긴 글들도 훈훈하게 다가온다. ‘책을 많이 좋아하는데 더 재미나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사랑하는 책이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쁨인지’ 등 꾹꾹 눌러쓴 진심이 전해진다.

나갈 때 입구에 비치된 설문지를 작성하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전시는 2023년 3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유안진 시인과 이정향 감독 등의 헌책방에 관한 추억을 만날 수 있다. ⓒ이정민
유안진 시인과 이정향 감독 등의 헌책방에 관한 추억을 만날 수 있다. ⓒ이정민
관람객들이 메모지에 정성껏 쓴 관람평도 지나치지 말고 읽어 보자. ⓒ이정민
관람객들이 메모지에 정성껏 쓴 관람평도 지나치지 말고 읽어 보자. ⓒ이정민

<서울 책방거리> 전

○ 장소: 서울시 성동구 청계천로 530 청계천박물관
○ 교통
- 지하철 2호선 용두(동대문구청)역 5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 지하철 1호선 제기역 4번 출구에서 도보 15분
○ 기간: 2022. 11. 10.(목) ~ 2023. 3. 12.(일)
○ 관람시간: 09:00 ~ 18:00 (매주 월요일, 1월1일 휴관)
청계천박물관 누리집(홈페이지)
○ 문의: 02-2286-3410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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